LCD TV업체인 디보스의 심봉천 사장. 그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일본 전자회사인 히타치보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거의 ‘무명’에 가깝지만, 스위스 LCD TV에서 ‘디보스’ 브랜드는 넘버원이다. 삼성전자, LG전자도 가볍게 눌렀다.

 미국 뉴욕 지하철이나 공항 CCTV에 설치된 DVR 중에는 국내 업체인 아이디스 제품이 상당수 깔려 있다. 김영달 사장은 세계 시장점유율 10%로 아이디스를 세계 3대 DVR업체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유럽식 이동통신(GSM) 휴대전화업체인 이노스트림 홈페이지엔 아예 한국어 자막이 없다. 내수 없이 100% 수출만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수출시장 ‘히든 챔피언’

 대기업 전유물로 알려진 수출 현장에서 소리 없이 강한 중소기업들이 많다. 수출로 내수 부진을 뚫는 한국 수출 시장의 ‘히든 챔피언’들이다.

1인당 매출액 27억원으로 국내 벤처기업 중 1위인 모바일 기기용 메모리 개발 업체인 EMLSI도 지난해 매출액 811억원 중 수출액이 90%를 웃돈다. 국내 MP3플레이어시장에서 5위권에 불과한 엠피오는 캐나다와 대만에선 1등 업체로 꼽힌다.

 이들의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기술력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세계 3대 DVR업체로 떠오른 아이디스는 160명의 직원 중 40%에 달하는 60여명이 연구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노스트림은 매년 매출액 중 10% 이상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쏟아붓고 있다. EMLSI가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와 인텔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한 것도 기술력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우중구 엠피오 사장은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회사 지향점도 ‘디자인이 훌륭한 기술회사’가 아닌 ‘테크놀로지를 갖춘 디자인회사’”라고 강조한다. 애플 ‘아이팟’과 경쟁하는 엠피오는 <시카고트리뷴>이 지적한 애플의 경쟁자 중 하나로 꼽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매출액 중 9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수출 시장을 이끄는 신흥 수출 강자로 떠오른 그들만의 수출 노하우는 어떤 걸까. 세계에서 각광받는 ‘메이드인 코리아 열풍’을 잇고 있는 중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수출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사례1. DVR 세계 3위 - 아이디스

 미국 NASA에 공급… 세계 10% 점유율




 국 뉴욕 지하철에 가보면 곳곳에 CCTV가 눈에 띈다. 이 CCTV에 들어 있는 영상을 저장하는 장치가 바로 국산품. 국내 DVR업체인 아이디스가 주인공이다.

 아이디스는 KAIST 전산학박사 출신인 김영달 사장이 지난 97년 설립해 현재 미국 칼라텔, 영국 디디케이티드 마이크로와 함께 세계 3대 DVR 메이커로 자리잡은 업체. 지난해 국내 DVR업체 중 처음으로 매출액 500억원을 돌파한 강자다.

 지난해 4분기 156억원 매출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70억원의 매출로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분기는 전통적으로 DVR업체의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DVR(디지털비디오레코더)은 CCTV로부터 들어오는 영상을 디지털로 저장하는 CCTV 영상 감시 및 저장 시스템을 말한다. 백화점과 주차장, 금융권 등 감시 및 녹화 장비로 사용처가 넓은 보안 아이템이다.



 160명 직원 중 60명이 연구원

 국내 DVR 제조업체는 150여개에 달하며, 이 중 상위 10여개사가 국내 DVR 생산의 70~80%를 점하고 있다. 그 선두권에 아이디스가 있다. 코디코와 성진C&C, 삼성전자 등이 국내 경쟁 업체다.

 한국DVR산업협의회(회장 이준우)에 따르면 DVR시장은 올해 국내 시장 규모만 2230억원에 달하며, 세계 시장은 연평균 47.6%의 성장세를 기록중인 유망 분야다. 특히 아이디스는 지난해 세계적 보안장비 전문 잡지인 <에이앤에스미디어>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성능 업체로 뽑혀 유명세를 탔다.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514억원 가운데 약 92%인 472억원이 수출액이다. 올 1분기 수출액도 전체 매출 170억원 중 94%인 160억원을 외국에서 벌어들였다.

 가장 큰 수출 무대는 미국과 캐나나 등 북미 시장이다. 이밖에 브라질, 칠레 등 남미와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중동 등 수출국은 20여개국에 달한다. 특히 미국 NASA와 디즈니랜드, 공항 등에 공급함으로써 실력을 인증받고 있다. 미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20%에 달한다. 이를 통해 북미 최대 보안장비업체인 하니웰과 ADT 납품에 성공했다.

 아이디스가 세계 속에 입지를 굳힌 건 무엇보다 기술력 때문이다. 160여명 직원 중 약 40%인 60여명이 연구원 출신이다. 매년 매출액 10%를 R&D 비용으로 쓰고 있다. 주력 제품인 IDR시리즈(PC 기반 제품)는 물론, ADR시리즈(PC 이외 제품) 등 30여종의 DVR 제품군이 기술 면에서 세계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 공개회사로 재무안정성도 뛰어나다. 2004년말 현재 부채 비율은 4.6%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다. 유보율은 1160%에 달한다.

 올해 김영달 사장은 유럽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던 유럽이 지난해 스페인 열차 테러를 경험한 데다, 내년엔 독일 월드컵축구대회까지 있어 디지털 보안시스템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증권 분석에 따르면 아이디스는 올해 730억원의 매출로 지난해보다 27% 성장이 예상되며, 순익도 156억원으로 지난해 117억원에 비해 30% 성장이 예상된다.



 사례2. MP3 플레이어 캐나다 1위 - 엠피오

 57개국 수출… 대만서도 30% 점유 선두



 MP3플레이어 브랜드인 ‘엠피오’는 몇가지 점에서 재미있다.

 일단 국내보다 세계 시장에서 더 유명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 MP3플레이어 분야에서 랭킹 5위급이다. 레인콤과 삼성전자, 코원, 현원 등 엠피오를 앞서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캐나다에선 현재 35%의 시장점유율로 1위다. 대만에서도 30%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인 NPD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5위(2004년 상반기)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MP3 세계 83만대 공급

 이 회사의 직원 숫자는 모두 100명. 규모만 보면 평범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외국 진출로만 보면 대기업 못지않다. 현재 해외 영업 법인만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중국 등 네 곳이다. 전세계 57개국에 자체 브랜드를 공급중인 수출 전문 업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엠피오는 지난 98년 디지털웨이로 출발한 국내 MP3플레이어 1세대 업체. 지난해 9월 코스닥 등록 기업인 예스컴을 인수, 디지털웨이 주식 전량을 예스컴 신주와 교환 후 예스컴 사명을 엠피오로 바꿨다. 대신 예스컴 사업 분야였던 콜센터 사업에서 철수, MP3 전문 업체로 탈바꿈했다. 현재 엠피오는 MP3 마케팅 분야를, 디지털웨이는 MP3 개발과 생산을 맡은 2원화 체계로 움직인다.

 엠피오가 지난해 전세계에 공급한 물량은 모두 83만대. 미국에서 약 5.3%의 점유율로 애플과 리오, RCA, 아이리버에 이어 5위권(2004년 상반기 기준)에 든 업체다. 올해는 최소한 100만대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디지털웨이 창업자이자 엠피오 대표인 우중구(43) 사장의 제품 철학이 재미있다. 그는 평소 “기술력뿐 아니라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술만으로는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우사장은 “엠피오를 ‘디자인이 훌륭한 테크놀로지 회사’가 아닌 ‘높은 기술력을 갖춘 디자인 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한다. 전체 직원 중 10%가 디자이너로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1984년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성중공업 근무 시절 4400TEU급 컨테이너선 개발 멤버로 삼성그룹 기술상을 수상한 엔지니어 출신. IMF(국제통화기금) 쇼크 직후인 98년 MP3시장을 내다보고 창업한 이 분야의 개척자로 통한다. 우사장은 “30년 전 소니도 워크맨으로 시작했지 않느냐”며 “엠피오를 세계적 회사로 키워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그런 우사장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속속 MP3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팟으로 유명한 미국 애플사가 저가형 시장에까지 침투, 시장 가격을 20% 이상 떨어뜨리고 있는 것도 골치다.

 특히 환율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도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엠피오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게 우사장의 생각이다. 엠피오측은 “올해엔 중국에만 15만대 공급 목표를 수립했고, 브라질 등 남미 시장 개척에도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제2 도약을 위해선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강조한다.

 올 초 미국 <시카고트리뷴>(1월9일자)이 다룬 애플 관련 기사에서 아이팟 경쟁 회사로 엠피오가 포함된 것을 보면 엠피오도 MP3플레이어시장의 강자임엔 틀림없는 셈이다.



 사례3. LCD TV 세계 8위-디보스

 “스위스에선 삼성, LG도 눌렀죠”



 난해 12월2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가전 매장엔 ‘기현상’이 벌어졌다. 소니, 파나소닉 등 외국산 TV와 삼성, LG 등 대기업 TV가 쭉 들어선 매장에 처음으로 중소기업 브랜드가 입점했던 것.

 주인공은 일반 소비자에겐 생소한 ‘디보스’. 이 디보스가 올해 ‘큰 일’을 냈다.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 전체 LCD TV 판매량은 월 400대 수준이었는데, 올 2~3월에만 디보스 혼자 2000대가 팔렸기 때문이다. 당시 700만~800만원을 웃돌던 제품 값을 499만원에 내놓아 대히트를 친 것이다.



 2년새 매출 6배 뛰어 660억원

 이런 디보스의 강점은 그러나 내수 시장이 아니다. 외국에서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 특히 스위스 시장에선 삼성, LG도 디보스를 따라잡지 못했다. 2003년말 한때 스위스 시장점유율은 50%를 웃돌았다. 현재도 스위스 LCD TV의 30%는 디보스 제품이다.

 단순히 가격경쟁력 때문만은 아니다. LG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심봉천 사장은 “기술 면에서도 자신 있다”고 말한다. 2000년 회사 설립 후 2년도 채 안돼 세계적 유명 브랜드인 카시오에 ODM 계약을 따낸 잠재력만 봐도 그러하다.

 현재 디보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3%. 순위로는 세계 8위다. 3%란 점유율이 낮아 보이지만 세계 2위인 삼성전자가 17%, 3위권인 LG전자도 11% 수준이다. 특히 일본 가전업체인 히타치의 1%보다 3배 가량 많다. 현재 세계 최강자는 샤프로 3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디보스는 국내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10~46인치 풀라인업을 보유한 회사다. 다양한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인터넷TV는 멀티미디어 전용 보드와 40기가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제품으로 TV 시청과 함께 인터넷이나 전자앨범으로 전환 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중동 시장을 겨냥, <경전>을 읽어 주는 코란TV 등 특화 제품이 이 회사의 강점이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OEM 방식에 그치는 반면, 디보스는 자체 브랜드 수출 비중이 30%(물량 기준)에 달한다. 세계 72개국에 수출중인데 유럽의 수출 비중이 60%로 가장 높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한 발 앞선 디보스의 실적은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2001년 23억원에서 2002년 94억원, 2003년 455억원에서 지난해엔 66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평균 95% 가량이 수출액이다. 지난해엔 5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업이익도 2001년 7800만원에서 지난해 46억원으로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올해 심봉천 사장은 제품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목표를 갖고 있다. 7월엔 32, 40, 46인치 HD급 디지털 셋톱박스 일체형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프리미엄 전략에 따라 가을엔 디보스 브랜드 이외에 ‘비체’ 브랜드도 시장에 내놓는다는 복안이다. 심봉천 사장은 올해 1000억원대의 매출액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사례4. GSM 단말기 업체 - 이노스트림

 “내수 없어 수출액이 곧 매출액이죠”



 럽식 이통통신(GSM) 휴대전화업체인 이노스트림(Innostream. com)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한국어 서비스가 없다. 영어 아니면 중국어다. 이 회사는 100% 수출만 하기 때문이다.

이노스트림이 수출하는 국가는 세계 25개국.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이 모두 수출액이다. 임기종 이노스트림 사장은 “2003년까지 중국 비중이 80%로 편중돼 있었다”면서 “지난해부터 수출다변화에 성공, 올해 하반기부터는 유럽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억불 수출탑 영광

 2000년 4월 설립된 이노스트림이 5년간 판매한 휴대폰은 총 200만대(2004년말 기준)에 달한다.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을 돌파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중국 비중을 20%로 낮추고 중화권은 물론 동남아, 미주, 유럽 등지로 시장 다변화에 나선 덕분이다.

 특히 지난해 이스라엘 모바일 전문 그룹 ‘엠블레이즈’로부터 3100만달러(현재 약 325억원)를 투자받은 게 유럽 공략 가속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 1월 방한한 에후드 울메르트 이스라엘 부총리가 이례적으로 중소기업인 이노스트림 성남공장을 방문, 이노스트림의 유럽 공략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현재 유럽지사는 그리스, 이탈리아, 러시아, 영국에 있다. 조만간 프랑스, 그리스, 폴란드 등도 신규로 개척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이노스트림은 올 9월 이후 100만대에 달하는 단말기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 시장의 급격한 약화에 따른 매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대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하는 전략을 구사중이다.

 수출다변화뿐 아니라 제품다양화 전략도 이노스트림의 변화 가운데 하나다. 새롭게 WCDMA 휴대폰 개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3세대(G) WCDMA 단말기 등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해 R&D 투자에도 실탄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에만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R&D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노스트림측은 “올 4분기쯤엔 홍콩의 경우 3G시장이 GSM 단말기시장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3G 단말기에 대해 보조금이 지급되는 이탈리아도 시장성이 매우 밝다”고 밝혔다.

 수출 전문 업체인 이노스트림은 창업 후 2년만인 2002년 3000만불 수출탑 수상에 이어 3년 연속 수출탑을 수상한 업체로 유명하다. 2003년엔 7000만불 수출탑, 지난해엔 1억불 수출탑 수상에 골인한 것. 자체 브랜드를 통한 하이엔드 전략으로 글로벌 휴대폰시장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임기종 사장은 올해엔 3500억원의 매출액을 목표로 뛰고 있다. 내년엔 판매 대수를 250만대로 늘려 5500억원 매출 규모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순익을 15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이를 통해 그의 목표는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 국내 빅4 휴대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박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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