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후 30년 가까이 세계 하위 50%의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상위 1%와의 소득 격차가 당시 27배에서 2016년 80배까지 벌어졌다.
1980년 이후 30년 가까이 세계 하위 50%의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상위 1%와의 소득 격차가 당시 27배에서 2016년 80배까지 벌어졌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
파쿤도 알바레도, 토마 피케티 외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2만2000원|472쪽|9월 5일 출간

이 책은 불평등의 원인에 대한 전 세계적인 논쟁을 촉발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계보를 잇는다. 피케티는 물론, 피케티의 스승으로 꼽히는 앤서니 앳킨슨 등 세계 경제학자 100여 명이 참여해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옛 공산권 국가까지 소득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 추이를 시계열로 정리한 ‘WID(World Wealth and Income Database·세계 자산·소득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책은 2000년부터 시작된 이 작업을 정리한 요약본이고, 원데이터는 인터넷 사이트 ‘wir2018.wid.world’에 공개됐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19세기 말부터 제2차세계대전 전후까지의 시기를 분석하고 있다면, 이 책은 1980년부터 2016년까지가 주 서술 대상이다.


최상·최하위층 소득 격차 80배로 확대

크게 ‘소득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으로 나눠 보여주는 세계 불평등 실태는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 소득 불평등의 경우, 1980년 이후 30년 가까이 세계 하위 50%의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상위 1%와의 소득 격차가 당시 27배에서 2016년 80배까지 벌어졌다. 과거와 비교하면 중산층 소득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소득 격차 확대는 사실상 하위 50%의 소득을 1% 최상위층이 가져간 결과라 할 수 있다.

불평등은 거침없이 심화돼 왔다. 소득 불평등의 확대는 상속, 배당, 임금 격차 등으로 생긴 자산 불평등을 만회할 기회가 갈수록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 추세가 이런 것이라면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 저자들은 국가별 비교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불평등이 가장 급속하게 심화된 데 반해 서유럽은 그렇지 않았다.

1980년에는 두 지역 모두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로 비슷했는데, 2016년에는 서유럽이 12%로 소폭 늘어난 반면 미국에선 20%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하위 50% 계층의 소득은 20%에서 13%로 크게 줄었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불평등 추이를 기준으로 2050년 글로벌 불평등 추정치를 보여준다. 미국의 불평등 확대 추세를 다른 나라도 따라갈 경우, 나라별 불평등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유럽의 덜 불평등한 방식을 따라갈 경우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저자들은 “불평등을 줄이려면 유럽식 성장과 분배 추세를 따르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불평등을 완화할 방안으로 누진적인 조세제도, 탈세와 돈세탁을 차단하는 글로벌 금융등록제도, 교육과 일자리에 대한 평등한 기회, 교육·보건·환경보호에 대한 공공 투자 등을 제시했다.


행복한 사람들의 인생 설계법
굿 라이프
최인철|21세기북스
1만7000원|284쪽|6월 20일 출간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순간의 쾌락 정도로만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특별한 감정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오해한 나머지 이미 충분히 즐거운 삶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불안해하는지도 모른다.’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말하는 행복에 관한 흔한 오해들이다. 저자는 “애매모호한 행복의 개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미 행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행복을 좇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저자는 행복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행복에 대한 다양한 오해와 염려를 바로잡는다. 일례로 저자는 ‘고통이 없어야 행복’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다수의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저자에 따르면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빠른 속도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포라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느껴야 한다. 중요한 목표가 결정적인 순간에 방해받는 상황에서는 분노라는 감정을 경험해야만 즉각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고통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 균형 잡힌 이해를 하고 나면 행복은 한층 우리 곁에 가까워질 것이다.


문학·철학으로 배우는 금융 수업
금융의 모험
미히르 데사이|김홍식 옮김|부키
1만8000원|364쪽|8월 20일 출간

언론인 조지 오웰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생계를 위해 1년에 11만 단어가 넘는 글을 쓰면서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는 자신의 창의성을 되찾고 ‘1984년’을 집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서쪽 대서양에 있는 주라 섬으로 떠났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내려놓고 레버리지가 낮은 삶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예술가 제프 쿤스는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레버리지를 동원한다. 쿤스는 미래에 자신이 만들어낼 한정판 작품을 위해 선물 계약을 통해 미리 자금을 확보했다. 3m가 넘는 알루미늄 구조물인 ‘플레이도’는 이런 방식으로 20년 만에 탄생했다. 저자는 오웰과 쿤스의 삶의 방식을 비교하며 기업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는 “오웰은 번창하기 위해 온갖 제약과 책임을 벗어던진 채 순전히 자기 자본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를 세운 반면 쿤스는 큰 빚을 내서 수익을 창출하는 레버리지 매수”라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금융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문학, 역사, 철학 등을 바탕으로 금융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한다. 어려운 수식이나 그래프 없이 오로지 이야기만으로 말이다.


철저한 원칙주의자, 존 매케인의 삶
쉼 없는 파도
존 매케인, 마크 설터|사이먼앤드슈스터
17.99달러|416쪽|5월 22일 출간

고(故)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은 ‘독불장군(Maverick)’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1967년 10월 월남전 때 포로로 잡힌 후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먼저 잡혀온 동료보다 빨리 나갈 수 없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가 가장 중시한 원칙은 자유민주주의였다. 매케인은 지난 미국 대선 때 러시아가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자 이를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법안을 민주당과 여야 공동으로 관철했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던 매케인은 지난 8월 25일 생을 마감했다. 미국인은 그를 ‘전쟁 영웅, 상원의원, 대통령 후보’로 기억한다. 지난 5월 출간된 그의 자서전이 계속해서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책을 통해 동료 정치인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미국의 이상적인 모습을 지켜달라고 당부한다.

반면 대량 살상, 전쟁과 군사 쿠데타, 테러를 종식시키려는 평화주의자에게 그는 전쟁 범죄자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추모한 미국 정치인의 삶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