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을 만든 힘.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아니라 ‘혁신’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을 만든 힘.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아니라 ‘혁신’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초격차
권오현|김상근 정리|쌤앤파커스
1만8000원|336쪽|9월 10일 출간

‘살아 있는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창업자 겸 명예회장은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아 있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아 있다”고 했다. 리더라면 큰 대의를 위해 작은 자비를 버릴 줄 아는 결단과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 반도체를 세계 1위로 만들고, 그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린 일등공신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의 최근 신간 ‘초격차’에서 그런 비정의 리더십을 만날 수 있다. 삼성전자 회장을 역임한 저자는 윤부근·신종균 부회장과 반도체·가전·모바일 사업 부문에서 삼각편대를 이루며 각자 대표 체제로 삼성을 이끌었다. 동시에 모든 사업부를 대표하는 선임 대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은 편한 상태에서 절대로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려 한다”며 “강제적인 요소가 일정 부분 동원돼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관찰의 결론이었다. 리더는 이런 강제적인 부분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왕놀이 하는 리더부터 흔들어라

다른 부서와 협력하지 않고 자신의 왕국에서만 소통하는 ‘사일로(Silo) 현상’은 꽤 많은 조직에서 나타난다. 사일로의 리더는 마치 고독한 섬나라 왕국의 왕처럼 군림하며 다른 사일로와의 소통을 부하 직원에게 미룬다. 저자는 개발, 제조, 마케팅 사일로를 깨부수기 위해 ‘제품 개발의 왕’을 ‘제조의 왕’ 자리로 교차 발령을 내버렸다. 개발의 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는 개발 부문에서만 왕이었을 뿐, 제조에 관해선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새로 추대된 왕은 어쩔 수 없이 그 사일로에 속해 있는 부하 직원의 말을 듣기 시작한다. 기존의 사일로였다면 “야, 너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 내가 옛날에 다 해봤던 거야!”라고 했을 일이다. 저자는 “전격적으로 교차 배치를 하다 보면 자신이 언제 어느 사일로로 배치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일로들끼리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다”며 “안타깝지만 자발적으로 이런 대화의 채널이 열리지 않는 만큼 외부 강제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개선’이 아니라 ‘혁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는다. 그가 말하는 혁신은 처음부터 모든 걸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또 혁신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타성에 젖은 사람을 그대로 두고는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원이 ‘베이비시터’가 아니라 스스로 ‘부모’가 되도록 리더는 권한을 완벽하게 위임해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인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인간 한계를 결정하는 것들
인듀어
알렉스 허친슨|다산초당
1만9800원|504쪽|9월 10일 출간

마라톤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데 필요한 진짜 능력은 무엇일까. 캐나다 국가대표 육상 선수 출신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 박사인 저자는 42.195km 달리기에서 우승하는 능력이 단순히 신체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과학자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신체 능력 테스트를 해보면 금메달리스트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와의 차이점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 저자는 최근에 진행된 생리학과 뇌 과학 연구의 실험을 제시하며 인간 지구력의 한계를 결정하는 기관이 뇌라고 분석한다. 책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극지방 탐험가등의 다양한 사례와 이들이 이뤄낸 성취의 원리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193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가 했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의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느 정도까지 뿐이다. 그다음은 마음과 정신의 영역이다.” 인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며 지레 포기하는 현대인에게 스스로 만든 육체적, 심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비법이 흥미롭게 읽힌다.


윤종신의 감정 보고서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
윤종신|문학동네
1만3800원|268쪽|8월 23일 출간

1990년부터 가수와 작사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29년 동안 곡의 가사를 쓰면서 느꼈던 감정의 흐름을 산문집으로 풀어냈다. 이야기를 길게 늘이는 것보다 축약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그동안 발표한 곡들의 가사에서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거리에서’ ‘좋니’ ‘사라진 소녀’ 등 저자가 골라낸 40곡의 가사와 이 가사가 만들어지기까지 저자가 고민했던 가족과 일상, 사랑과 이별, 삶과 창작의 이야기는 작사가 윤종신의 속내를 보여준다.

저자는 “좋은 가사란 구체적이면서도 구체적이지 않은 가사”라고 말한다. 노래를 듣는 이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구체적이되, 사람마다 각기 다른 그림을 상상할 수 있도록 적당히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작사·작곡해 성시경이 노래한 ‘거리에서’의 “니가 없는 거리”라는 가사를 들으면 누군가는 신촌의 골목길을, 누군가는 압구정동의 대로변을, 누군가는 을지로의 지하도를 떠올릴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작사가 윤종신의 마음속에 머물었던 생각의 조각이 가사에 담기는 과정이 흥미롭다.


미국을 뒤흔든 공포의 실체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밥 우드워드|사이먼 앤드 슈스터
30달러|448쪽|9월 11일 출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발간한 ‘공포’가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책에서 100여 명의 취재원들은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을 ‘우리가 없는 동물원’ ‘미친 동네’로 묘사했고 트럼프의 즉흥적인 결정을 비판했다. 저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를 비판한 취재원들의 실명도 공개했다.

트럼프는 즉각 트위터를 통해 “우드워드의 책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우드워드는 동료 칼 번스타인과 함께 1972년 6월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리차드 닉슨 당시 대통령(공화당)의 측근들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비밀리에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으로 이 사건 때문에 닉슨은 하야했다. 우드워드는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을 거쳐 부편집인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19권의 정치 관련 서적을 냈지만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으로서의 칼럼은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최근 게재는 2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