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타워 브릿지 너머로 금융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잉글랜드 은행을 비롯해 골드만 삭스, 시티그룹 등 500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런던 타워 브릿지 너머로 금융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잉글랜드 은행을 비롯해 골드만 삭스, 시티그룹 등 500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고풍스러운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순찰하는 경찰과 그 옆을 달리는 최신식의 영국 고급 자동차 애스턴 마틴, 또 중세의 런던 타워 너머로 눈부신 빛을 발하는 금융 중심가 ‘시티 오브 런던’의 초현대적인 마천루. 현재 런던은 과거와 현대의 만남으로 새로운 미래를 창조 중이다.

런던은 한때 유럽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문명의 변방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또 그에 따라 음악의 발전도 다소 더디게 진행됐다. 하지만 21세기의 런던은 다르다. 중세와 현대의 건축물이 뒤섞인 런던의 독특한 분위기처럼 과거와 현대를 결합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내는 런던의 창의성은 전 세계가 런던의 대중문화에 열광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유럽 음악의 미래를 밝히고 있는 등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국의 클래식 음악에 관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물론 런던에는 런던 심포니, 영국방송협회가 운영하는 BBC 교향악단, 유럽 3대 오페라 하우스로 꼽히는 런던 코벤트 가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 단체와 공연장이 즐비해 있다. 하지만 사실 17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런던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과는 달리 클래식 음악의 유행을 선도하는 곳이 아닌 문명의 변방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17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과 식민지 사업으로 영국은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런던은 유럽 대륙에서 유행한 오페라, 발레, 기악 작품을 닥치는 대로 수입하면서 음악 시장의 중요한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 아스코나스 홀트(Askonas Holt)와 같은 다수의 초대형 클래식 음악 매니지먼트 회사가 런던에 본부를 설치하는 것으로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역사적인 이유로 런던은 유럽 대륙의 유명 예술가들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헨델을 비롯해 크리스티안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리스트, 라벨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은 그들의 마지막 콘서트 투어 장소로 런던을 선택했다. 또 그들 중 일부는 이후 런던에 정착하기도 했다. 그중 영국 음악사에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이다. 그는 독일 중부 도시 할레(Halle) 출신으로 피렌체, 함부르크를 거쳐 36세 때 런던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1711년 발표한 영국 데뷔 오페라작인 ‘리날도’는 대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사라방드 형식의 아리아 ‘나를 울게 하소서’는 영화 ‘파리넬리’의 주제가로, 드라마틱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와 함께 현재 드라마, 영화 등에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의 성지인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전용 극장이 몰려 있다.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의 성지인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전용 극장이 몰려 있다.

캣츠·오페라의 유령 탄생지

그 밖에 런던에서 활동한 작곡가로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인 헨리 퍼셀을 비롯해 바흐의 막내아들인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가 있다. 독일 출신의 바흐는 후에 런던에 정주했는데 연주 여행을 온 어린 모차르트에게 교향곡 작곡법을 가르쳐 준 것을 비롯해 바로크에서 고전 시대로 넘어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음악 도시로서 런던의 진가는 20세기에 접어들며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함께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뮤지컬은 오페라와 재즈, 록, 블루스 및 당시 유행하던 대중문화와의 결합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상업 예술 장르로서 1900년도 초반 런던에 건너온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앤드루 로이드 웨버라는 런던 출신의 걸출한 뮤지컬 작곡가를 만나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의 히트작으로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에비타 등이 있다. 특히 캣츠의 ‘메모리’, 오페라의 유령의 ‘All I ask of you’, 에비타의 ‘아르헨티나여, 울지 마오(Don’t cry for me Argentina)’ 등은 일반 팝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등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 지금도 그의 작품들은 런던 웨스트엔드에 자리한 뮤지컬 전용 극장과 전 세계 극장에서 끊임없이 상영되고 있다. 이는 곧 전 세계의 뮤지컬 팬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을 런던으로 끌어모으고 있는 원동력이다.

또 현대의 런던은 엘튼 존, 비틀스 등 다 소개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전설적인 스타들의 활동 무대가 됐다. 특히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이들을 모티브로 한 개막공연을 선보였는데, 이 공연은 전 세계인들에게 런던의 문화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 안종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연주학 박사, 함부르크 국립음대 기악과 강사


plus point

영국이 사랑한 최고의 음악가들

헨리 퍼셀
세미 오페라 The Fairy Queen

영국에서 배출한 최고의 음악가로 일컬어지는 작곡가 헨리 퍼셀의 오페라 작품이다. 1692년에 초연됐다. 퍼셀은 36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지만 서정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표현력이 깃든 작품 400여곡을 발표했다. 극 후반부에 나오는 아리아 ‘O, let me weep’은 이 오페라의 백미로 꼽힌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뮤지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각각 1만회가 넘게 공연됐다. 이 기록은 지금도 갱신되고 있다.

클래식 오페라에 록 등 대중음악 요소를 결합해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대중에게 알린 작품이다.

안종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연주학 박사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