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여행 패키지’로 다른 글로벌 여행 기획사들과 차별화하고 있는 트립닷미. 사진은 에콰도르 현지 가이드가 여행객들에게 현지 열대우림 지역에 서식 중인 야생동물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나만의 여행 패키지’로 다른 글로벌 여행 기획사들과 차별화하고 있는 트립닷미. 사진은 에콰도르 현지 가이드가 여행객들에게 현지 열대우림 지역에 서식 중인 야생동물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온라인 쇼핑의 종말
바이난트 용건|문경록 옮김|지식노마드
2만원|456쪽|2019년 1월 4일

신년 대형서점을 가득 메운 ‘2019 트렌드서’ ‘자기계발서’ 사이에서 유독 한 권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온라인 쇼핑의 종말’이라니. 저자는 세계 물류의 중심지인 네덜란드의 미래학자로 유럽연합(EU) 이커머스(e-commerce) 집행위원회의 공동창설자이자 회장이다. 그는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라쿠텐, 아소스닷컴 등 수많은 유통 공룡들의 경영진과 고위 임원들을 만났던 경험을 토대로 10년 내 온라인 쇼핑 시대가 끝나고 ‘온라이프(Onlife·online+life) 시대’가 닥쳐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온라이프란 온라인과 일상적인 삶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 마침내 두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을 뜻한다. 2014년 EU 집행위원회가 ‘온라이프 선언문’에서 처음 언급했다.

저자가 말하는 온라이프는 아마존 같은 유통 강자들이 망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시장지배력이 오프라인에서 더 강력해지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아마존 등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도록 무료 반품 정책을 도입하거나 최대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라스트마일(여러 배송 단계 중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는 언제 어디서나 소비하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출생)의 욕구에 더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온라이프 시대 유통 시장에서는 이런 거대 기업의 플랫폼에 편승하거나, 틈새시장을 찾아 차별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비자 더 깊숙이 파고드는 유통 공룡

2013년 독일에서 설립된 온라인 여행 사이트 ‘트립닷미(trip.me)’는 남들과 다른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에게 수백 가지의 여행 경로를 제안하고, 여행자들이 자신만의 일정을 짜면 즉시 현지 여행사, 동네 여행 가이드를 연결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패키지 여행 상품과 비행기 좌석, 호텔을 구비하고 있는 구글(호텔 파인더, 플라이츠),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같은 글로벌 쇼핑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여행 기획사 입장에서 ‘나만의 패키지’를 내세워 승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서점, 커피숍, 지역 특산품 판매점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오프라인 상점들이 함께하는 협동조합 모델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각 상점의 전문 직원과 함께 공동의 자원봉사자를 고용하면, 기존 유통 공룡에 없는 새로운 가치, 시너지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온라이프 시대로의 변화상, 이런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빅데이터·가상현실·3차원(3D)프린팅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거시 흐름부터 유통업체들의 생존법이라는 실전 팁까지 유익한 내용이 고루 담겨 있는 책이다. 유통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 변화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 트렌드서보다 유익한 내용이 많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삭제의 기술
딜리트
김유열|쌤앤파커스
1만6000원|407쪽|2018년 11월 21일

지난해 가을 이사를 하면서 오래된 살림살이를 정리했다. 옷과 책, 주방용품, 가구 등 차례로 줄여나갔다. 옷과 책은 기증하고, 주방용품은 생활쓰레기 봉투에 넣었다. 거실에는 거실장만 남기고 모두 없앴다. 과감하게 집 안을 정리하고 보니 공간이 넓어졌고, 세련돼 보였다. 저자인 김유열 EBS PD는 1999년 도올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라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이후에도 다양한 히트작을 만들어낸 그는 입사 8년째에 편성기획부장으로 발탁돼 EBS의 프라임타임대 시청률을 600%가량 끌어올렸다.

저자는 자신의 이 모든 성과가 핵심에만 집중하는 ‘삭제(딜리트)’의 기술이 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버진항공의 리처드 브랜슨,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카모토 료마 등이 대표적인 딜리트 전문가들이다. 책은 수많은 사례를 들며 ‘잘할 수 없는 것은 비우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경영 사례는 물론이고 니체와 노자·장자 사상을 곁들여 ‘삭제’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저자의 박식함에 탄복하게 된다.


종이책의 미래는 전자책이 아니다
웹소설의 충격
이이다 이치시|선정우 옮김|요다
1만6000원|308쪽|2018년 11월 26일

‘종이책의 시대는 갔다. 앞으로 전자책이 대안이 될 것이다.’ 10년 전부터 출판업계를 전망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던 문장이다. 그래서 지금 종이책은 사라졌는가. 대답은 ‘아니오’다. 이 책의 저자는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출판시장’의 대안은 전자책을 펴내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읽힐 인터넷 콘텐츠를 발굴해 서적으로 출판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신문과 잡지의 미래를 고민하는 언론계에서 곱씹어봐야 할 내용이 곳곳에 등장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 실린 신문 기자와 저자의 문답이 대표적이다. “웹소설의 상업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 정통 소설의 문화적 가치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인터넷에 수많은 작가들이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지 않더라도 내 작품의 가치를 믿는다’며 무료로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종이책에 가격을 붙여 팔면서 ‘상업적인 것은 문화적 가치가 낮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보다 이들이 훨씬 순수하게 문화를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째서 인터넷 작품은 종이책에 실린 작품보다 가치가 없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는가.”


미국인이 열광한 아시아판 신데렐라 스토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케빈 콴|앵커
16달러|546쪽|2013년 6월 11일

2018년 10월 국내에서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원작 소설이다. 지난해 8월 미국과 홍콩에서 먼저 개봉한 이 영화는 2억3300만달러(약 2650억원)의 수익을 냈다. 이는 최근 10년 할리우드 로맨틱 영화 역사상 가장 크다.

이 소설은 평범한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과 싱가포르 재벌가 2세 닉의 러브스토리가 큰 줄기다. 남자친구가 재벌가 자제인 줄 모르는 여주인공이 남자친구의 초대로 싱가포르에 갔다가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스토리 자체는 별반 새롭지 않다. 가난한 여주인공이 왕자님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지만 못된 시어머니는 둘의 만남을 반대하고 여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린다.

너무 익숙한 내용 탓인지 한국에서는 영화 흥행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히트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서구의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다고 보인다. 자신들이 잘 몰랐던 아시아 수퍼리치의 행태에 신선함을 느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동양의 수퍼리치들이 어떻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지 잘 묘사했다”고 평했다.

장우정·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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