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신형 S클래스는 자율주행기능이 뛰어나지만 국내에선 이 기능이 빠져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벤츠의 신형 S클래스는 자율주행기능이 뛰어나지만 국내에선 이 기능이 빠져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며칠 전 후배 기자가 단체 카톡방에 흥미로운 사진 하나를 올렸다. 아, 억측하지 마시길.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 사진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사진을 본 또 다른 후배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 주간주행등, 국내에서 이대로 승인받을 수 있을까요. 보닛까지 한 번에 이어져 있으니 괜찮을까요.”

우리나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주간주행등의 경우 차에는 양쪽 1개씩 2개만 달 수 있다. 만약 위아래로 분리해 4개 이상을 달려면 위아래 램프 간 거리가 75㎜ 이하여야 한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 팰리세이드는 위아래로 분리된 주간주행등을 달았다. 그런데 두 램프 간격이 75㎜를 넘어 규칙에 어긋나게 됐다. 현대차 디자이너들은 고민 끝에 두 램프 가운데에 자그마한 램프를 추가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팰리세이드에는 없는 램프다.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형 쏘나타에는 보닛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주간주행등을 넣은 걸까. 그런데 왜 주간주행등이 2개여야 하는 걸까. 위아래로 넓게 4개가 있는 게 왜 문제가 될까.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단 렉서스 ES. 국내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사진 렉서스 코리아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단 렉서스 ES. 국내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사진 렉서스 코리아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 못 달아

국내 자동차 법규를 들여다보면 현실과 맞지 않거나 기술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을 꽤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변형돼 적용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벤츠의 신형 S클래스는 자율주행 능력이 뛰어나다. 쭉 뻗은 도로는 물론 굽은 길도 차선을 넘지 않고 스스로 잘 달린다. 5세대 E클래스에도 얹힌 액티브 레인 체인지 어시스트(Active Lane Change Assist)도 적용됐는데, 자율주행을 실행한 상태에서 시속 80~180㎞로 달리다가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가 스스로 차선을 바꾼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이 기능은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비롯한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가 차선을 스스로 바꾸는 기능을 발휘하는 건 불법이다. S클래스뿐 아니라 테슬라 모델S나 BMW 5시리즈 등도 준자율주행 기술에서 스스로 차선을 바꾸는 기능이 빠져 있다.

지난해 렉서스가 선보인 신형 ES는 거울이 달린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았다. 렉서스는 여기에 ‘디지털 아우터 미러’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A 필러 안쪽에 달린 5인치 모니터에 고스란히 생중계된다. 렉서스는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해 보여주는 게 거울로 보여주는 것보다 선명하고, 사각지대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비나 눈이 올 때를 대비해 카메라 렌즈에 열선을 넣는 세심함도 발휘했다. 렉서스는 새로운 디지털 아우터 미러를 단 ES를 지난해 일본에 출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디지털 아우터 미러를 볼 수 없다.

자동차 국제기준을 결정하는 유엔자동차기준세계포럼(WP29)은 2015년 거울과 같은 범위와 화질을 제공한다면 영상이 사이드미러를 대체할 수 있다고 기준을 개정했다. 이후 일본은 2016년 사이드미러 없이 카메라만 달린 자동차도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우리나라 역시 2017년 카메라와 같은 기계장치가 거울을 대체하는 ‘자동차 및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사이드미러가 없는 차를 완전히 허용하는 법규는 아니었다. 카메라를 보조 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팰리세이드처럼 거울이 있는 사이드미러가 달린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옆 차선 상황을 계기반 등의 모니터로 보여주는 것까진 허용하지만 거울 없이 카메라만 달린 건 안 된다는 거다.


국내에 들어오지 못 한 렉서스 LS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사진 렉서스 코리아
국내에 들어오지 못 한 렉서스 LS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사진 렉서스 코리아

지나친 규제가 기술 발전 저해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 LS에도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기술이 있다. LS는 어느 차보다 커다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왼쪽에는 내비게이션 정보가 뜨고, 가운데에는 크루즈컨트롤이나 레인 어시스트 등의 정보가 뜬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제한 속도와 현재 속도, RPM 등의 정보를 보여준다. 앞 유리 너머로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보여주는 이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너무 크다는 게 이유였다.

우리나라에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허용된 건 7년 전이다. 2012년 국토해양부는 앞 유리에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주행속도와 길안내 등의 정보를 이미지로 표시할 수 있도록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운행정보 표시 위치가 운전자가 전방시야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LS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너무 큰 나머지 운전자가 전방시야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방해가 된다. LS는 결국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빠진 채 국내에 출시됐다.

하지만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LS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정보가 시야에 방해가 되는지 모르겠다. 액티브 레인 체인지 어시스트는 어쩌면 사람보다 더 안전하게 차선을 바꿀지 모른다. 자동차 관련 기술은 5G 속도만큼 빠르게 발전하는데 관련 기준의 개정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 현실과 맞지 않거나 지나친 규제는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서인수 모터트렌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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