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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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다. 말 그대로 차트도, 팬의 마음속에도 ‘트로트 쾌남’의 속 풀리는 청량한 목소리는 가속도를 붙인다. ‘막걸리 한잔’으로 콱 막혔던 심정을 속 시원히 풀어버린 영탁(38·본명 박영탁). 그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2위를 거두며 ‘선(善)’의 영광을 얻었다.

“2위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찬원이가 1위 자리를 고수할지, 영웅이가 엎을지만 내내 생각했거든요. 영웅이와 둘이 남았는데, 혹시라도 1등이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긴 했죠, 하하!”

이 남자의 넘치는 에너지는 고갈을 모른다. 웃음소리 역시 끊이지 않는다. 그랬던 그도 경연 중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사형제’ 뒤 울컥해서 함께 울었어요. 하지만 전 방송에서 우는 모습 보여 드리는 게 싫더라고요. 작가님께 절대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죠. 다행히 안 내보내셨어요. 전 청중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고, 또 그 에너지로 제가 기분 좋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발라드 할 때 많이 울어 봤어요. 그건 저만 슬픈 거예요. 대중은 안 울어요. 안 먹혀요.”

2005년 영화 ‘가문의 위기’ OST를 통해 첫 솔로 곡을 발표했고, 2007년 ‘사랑한다’로 가요계에 데뷔한 ‘13년 차’ 중견 가수다. 남성 듀오 제이 심포니로 활동하며 앨범 ‘JS-시네마’ ‘네버엔딩 스토리’ 등도 발매했고, 겸임교수 활동도 했다. 다양한 작사·작곡을 통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트로트는 아직 새내기급”이라고 웃는다. “트로트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뭐랄까, 제가 트로트 할 때는 촌스러운 탁성이 나요. 촌스러운 탁성이 제 목소리예요. 발라드 할 때는 성대를 꾸며야 합니다. 노래하는 나도 불편하고 시원하지도 않고. 대중이 좋아하는 게 정확해요. 트로트는 말하듯이 그냥 하면 돼요. 편안한 상태가 된 거지요. 그리고 트로트는 즐겁게 부를 수 있으니까. 돌고 돌다가 제자리를 찾아 진짜 저를 발견한 것 같아요.”

2016년 ‘누나가 딱이야’를 발표하며 트로트 가수로 인기몰이를 하더니 2018년 말 발표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로 그야말로 ‘핫’해졌다. 경력이 적지 않은 만큼 경연이 부담될 수도 있을 듯싶었다.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트로트 대축제에 안 나가면 도망가는 거 아닙니까. 노래는 나에 대한 도전이지 남들과의 싸움이 아니에요. 소속사 대표님도 ‘후회 없이 놀다 와라’ 하시더라고요. 놀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아니나 다를까. 다들 노는 모습 좋아해 주시고. 아하하.”

자신을 중간점검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경연에서 이기고 지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영상 클립 하나라도 소중하게 자료로 잘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경연에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했거든요. ‘사내’에서 ‘긴가민가하면서 나 믿고 걸어온 길’을 노래했고, ‘막걸리 한잔’에서 아버지와의 애틋함도 담아봤죠. 결승 인생곡 이미자 선생님의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은 정말 제 인생길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영탁의 결승곡 가사를 보면 ‘외롭고 고달픈 인생길이었지만, 쓰라린 아픔 속에서도 산새는 울고, 추운 겨울 눈밭 속에서도 동백꽃은 피었어라, 나 슬픔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 있음은, 나 아픔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 있음은, 내 안에 가득 사랑이, 내 안에 가득 노래가 있음이라.’ 그에게 ‘미스터트롯’은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과정이었다.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하신데, 트로피 들고 사진 찍으며 좋아하시는 모습 보니 눈물이 났어요. 가수가 된 뒤 부모님께 큰 상 안겨 드린 게 처음이거든요.”


미스터트롯 인맥의 중심축 역할

마냥 밝아 보이는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계속되는 실패. SBS ‘스타킹’에서, JTBC ‘히든싱어’ 등 방송에서 이름을 알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순간이었다. “물 사 마실 돈도 없었는데요. 바닥을 찍어보면 알아요. 이번 경연 중에서도 사인 1000장은 한 것 같거든요. 후배들한테도 멀리 보고 움직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신드롬에 들떠 있기보다 자기 음악 잘하고 오래갈 수 있는 음악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작진·스태프에게 잘하고, 언제나 겸손하고 10년 뒤 그 이후에도 잘 지낼 수 있는 관계로 만들라고 하지요. 힘든 시절이 있었던 만큼 욕심부리지도 않으려고요. 원래 ‘없던 것’이잖아요. 저도 들어오는 대로 다 베풀면서 살아야죠.”

‘인복’이 많은 것 같다는 그의 말대로 그는 미스터트롯 인맥의 중심이기도 했다. ‘맏형’ 장민호와 함께 미스터트롯이 흔들리지 않고 순항할 수 있도록 맥을 잡아주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시청률이 잘 나와야 우리가 산다, 했지요. 우리끼리 끈끈한 모습을 보여야 대중이 좋아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꾸밈이 있는 건 아니다. 사람 좋아하고, 만남의 귀함을 알기에 마음으로 다가갈 뿐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을 모아 ‘미스터트롯 축구팀’도 꾸렸다. 단톡방에 30명 정도가 이름을 올렸다. “아이들이 정말 맑아요. 이들과 오래가고 싶습니다. 101명 중 이미 절반 이상은 제가 아는 후배, 동생들이었어요. 찬원이, 호중이, 수찬이, 성훈이, 승민이, 동원이. 안 귀한 인연이 없죠. 우승자 발표 후 제가 팔을 벌리니 영웅이가 확 안겨 펑펑 울더라고요. 그 한 장면만으로도 우리의 진심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애착이 많아진 만큼 그의 손도 빨리 움직였다. 경연에 참여했던 이대원의 이번 데뷔 앨범 타이틀도 작사·작곡했다. “아이들 보면 악상이 떠올라요. 호중이는 ‘힐링송’이죠. 성악했을 때 ‘행복을 주는 사람’ 노래를 불렀었잖아요. ‘희망가’ 부를 때도 그런 아우라가 보였어요. 찬원이는 딱 ‘좋은 사람’이에요. 여러분 제가 좋은 사람 될게요. 이런 느낌의. 태주 같은 경우는 우리 둘이 몰래 저기 도망가서 살자, 그런 끼 부리는 느낌? 아하하. 근데 노래를 만들어놓기만 했지 그들이 승낙할지는 모르지요. 앞으로 각자 회사도 생길 테니까. 회사가 생기면 말을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이런저런 연유로 상처를 많이 받을 수도 있어요. 저 또한 그럴 것이고, 해결해 나가야죠.” 

에너지 넘치는 쾌활함과 매끈한 슈트 맵시는 2030 여성팬을 설레게 하며 ‘비혼’의 아이콘이며 ‘남친짤’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비혼’ 연관 검색어에 영탁이 있을 정도니까. 마냥 웃으면서도 “당분간은 노래에 몰두하겠다”며 듣는 이를 더 설레게 한다. 이상형은 밝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 “방송이나 공연할 때 무대 끝인사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고 말하거든요. 이제 저 다시 좀 신나게 놀아도 되겠습니까? 아하하하.”

최보윤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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