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3 톰 브라운 에디션. 사진 톰 브라운
갤럭시Z3 톰 브라운 에디션. 사진 톰 브라운

톰 브라운을 입은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와 플립3. 역대급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이전의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단 하루 열렸던 온라인 구매 기회 추첨에만 총 46만여 명이 모여들었다. 당첨 후 리셀(재판매) 시장에 붙여진 프리미엄은 100만원 이상까지 올랐다. 지난해 2월 출시된 갤럭시Z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은 선착순 판매로 진행됐는데, 수만 명이 일시에 몰려 삼성닷컴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 2차 판매 때부터 추첨제로 바꾸었는데, 약 2000~ 3000대의 갤럭시Z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 추첨에 23만 명이 몰려들었고, 중고 거래 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100만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됐다.

세 번의 연이은 기록적인 흥행과 화제성으로 갤럭시Z 톰 브라운 에디션은 가장 스마트한 패션과 IT의 협업 성공작이 됐다. 동시에 톰 브라운의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가 증명됐다. 특히 톰 브라운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애정이 뜨겁다. 톰 브라운은 브랜드 로고나 이니셜이 아닌 사선(4개의 선)과 삼선(3개의 선) 시그니처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댄디한 패션을 즐기는 멋쟁이 남성들이 톰 브라운의 사선이 소매에 그려진 티셔츠와 셔츠, 카디건과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연예인들의 톰 브라운 사랑도 커서 유니폼처럼 톰 브라운 의상을 입고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톰 브라운은 그 자체로도 매우 매력적인 아메리칸 프레피(아이비 룩보다 개성적인 사립고교 전통 스타일)다. 미국의 명문 노트르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수영 선수로 활약했다. 1997년 톰 브라운은 뉴욕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쇼룸에서 판매원으로 일했고, 이후 랠프 로런 곁에서 보조 디자이너가 되는 큰 기회를 차지한다.

2001년 처음 자신의 이름을 건 숍을 오픈했는데, 단숨에 까탈스러운 뉴욕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64년풍 좁은 라펠(코트나 재킷의 앞 몸판이 깃과 하나로 이어져 접어 젖혀진 부분)의 재킷은 전통적인 신사복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총길이가 짧아서 소매가 밑단보다 더 아래로 내려왔다. 소매 역시 셔츠 소매가 더 많이 보이도록 짧게 만들어졌다. 재킷은 엉덩이를 덮지 못할 만큼 짧았고, 발목 윗부분도 많이 잘라냈다. 클래식한 90년대 아메리칸 프레피 룩이 남아있던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톰 브라운의 모험은 랠프 로런 스타일을 다소 지루해하던 젊고 개성 강한 아메리칸 프레피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노트르담대학 경제학과 출신답게 그는 패션 트렌드뿐 아니라 패션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대중의 패션을 이끌어가는 패션 인플루언서들과 패션 언론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고 이슈를 일으켜야 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수영 선수로 활동하며 명문 대학 학생 운동 선수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무릎 패드, 레그 워머(무릎에서 아랫다리 부분이 차갑지 않도록 사용하는 니트의 일종) 등 스포츠의 요소들을 슈트에 적절하게 조화시켰다. 새로울 것이 없을 듯한 패션쇼에서 그의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더 빛났다. 바지나 반바지에 퀼트 스커트를 덧입히고, 심지어 램프 갓을 머리에 씌우기도 했다.


(좌)톰 브라운 아동복을 입은 광고 모델 앨런 김. 사진 인스타그램 (우)디자이너 톰 브라운. 사진 톰 브라운
(좌)톰 브라운 아동복을 입은 광고 모델 앨런 김. 사진 인스타그램 (우)디자이너 톰 브라운. 사진 톰 브라운

강한 개성과 ‘自我’ 드러내는 톰 브라운

톰 브라운은 자신도 전통성과 개성을 동시에 지닌 자아가 강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의 머리는 항상 짧고 깔끔한데, 군대 두발로도 손색없을 정도다. 하지만 슈트나 캐주얼을 입는 방식은 미국 명문 대학의 괴짜 프레피와 같다. 톰 브라운 그 자체가 전통과 파격이 뒤섞인 가장 톰 브라운적인 스타일의 소유자인 셈이다. 입어서도 세련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패션 쇼맨십과 비즈니스맨십까지 갖춘 스타 디자이너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톰 브라운은 비즈니스 슈트가 더는 사무 관리직의 상징이 되지 못하는 시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최고경영자(CEO) 같은 경영진들도 그들이 입고 싶은 방식으로 슈트를 입거나 슈트를 입지 않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톰 브라운 슈트는 전형적인 슈트를 원하지 않는 경영자와 회사원, 슈트를 좋아하지만 예술가적 개성을 지키고 싶은 이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톰 브라운은 2000년대 초반 전반적인 남성 스타일에 영향을 끼쳤다. 전반적으로 재킷의 길이가 짧아졌고, 실루엣은 날렵해졌고, 팬츠의 주름이 사라졌으며 90년대 유물인 커다란 어깨 패드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한 아이디어는 톰 브라운이 전형적인 로고나 이니셜이 아닌 삼선과 사선을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남성의 패션은 작은 디테일이 전체 룩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톰 브라운은 삼선과 사선 또는 단추 디테일을 통해 누가 보아도 톰 브라운임을 알게 한다. 갤럭시Z 톰 브라운 에디션도 파랑, 빨강, 흰색의 심플한 삼선 장식만으로 톰 브라운임을 바로 알 수 있다.

판에 박힌 패션 관습을 새롭게 바꾸는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톰 브라운은 패션의 IT 스타트업 설립자와 같다. 그러면서도 모든 디자인의 밑바탕에 전통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다. 전통에 시대의 정신과 파격을 입혀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적인 인지도와 인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삼성 갤럭시Z의 이상적인 협업 파트너라 할 수 있다. 톰 브라운이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마음과 패션 산업의 흐름을 읽어낸 방식은 창의성과 마케팅을 요구하는 모든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에 좋은 예가 될 것이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케이 노트(K_not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