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겨냥해 새롭게 론칭한 골프웨어 사우스케이프. 사진 사우스케이프
MZ 세대를 겨냥해 새롭게 론칭한 골프웨어 사우스케이프. 사진 사우스케이프

코로나19가 일으킨 극과 극의 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뜻밖의 최대 호황을 누리는 업계를 탄생시켜 왔다. 그중 패션계에선 명품과 더불어 골프 패션계가 최고의 호황을 맞이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라 불리는 20~30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515만 명으로 2017년보다 33% 급증했다. 또한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5조1000억원대로 전년보다 10%가량 성장했으며, 2022년엔 6조3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20~30대의 골프웨어 소비가 총매출의 22%나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백화점들도 골프 브랜드 매장 견적을 늘리고, 새로운 골프 브랜드들을 발 빠르게 입점시켰다. 그 결과 롯데백화점 본점은 전년 동기 대비 40%, 현대백화점은 61%, 신세계백화점은 57%나 골프웨어 매출이 급증했다.

MZ 세대는 중년 이후 세대의 레저라고만 여겼던 등산에 빠져들어, 등산 입문자를 뜻하는 ‘등린이’와 ‘산린이’란 신조어를 유행시키더니, 40대 이상의 고급 레저 스포츠로 여겼던 골프 세계까지 입문하여, 골프 입문자를 의미하는 ‘골린이’ 해시태그를 인스타그램에 도배하고 있다.

MZ 세대 사이의 폭발적인 골프 인기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과 쇼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체재로 급부상했다. 또한 수입차, 명품, 희귀 한정품 등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플렉스 문화(flex·자신을 뽐내고 과시하는 문화)를 즐기는 MZ 세대의 욕구가 재력의 상징인 골프로 이어지기도 했다. 캠핑,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캠핑의 한 형태), 바이크, 등산 등의 아웃도어 레저가 MZ 세대에서 빠르게 대중화하자, 골프로 레벨 업을 선택한 것이다.

MZ 세대의 폭발적인 골프 유행엔 양면성이 있다. 골프에 접근할 수 없는 20~30대의 상실감을 더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골프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유럽에선 골프가 테니스처럼 부유층과 일반 대중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레저로 정착된 지 오래다.

최상급 골프 클럽 멤버가 되려는 게 아니라면, 동네마다 골프장 코스 사용료도 비교적 저렴하다. 한껏 고급 골프웨어로 멋을 낼 필요도 없다. 고급 골프 클럽에서는 반드시 깃이 있는 셔츠를 입어야 하는 등 각기 복장 규칙이 있지만,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 룩을 선택해 편안하게 골프를 즐긴다. 그간 한국 골프만 유난히 귀족 스포츠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20~30대에게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며 국내 골프도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아갈 거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MZ 세대는 짧은 2년여의 기간에 국내 골프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비싼 골프용품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골린이’들의 골프용품 중고 거래가 활성화했다. 소셜 그린 클럽, 템스, 골든베어, 더블 플래그 등 합리적인 가격의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새롭게 론칭되고, SJYP, 뎁(debb), 구호 등 패션 브랜드들은 기존 고객을 위해 골프웨어 라인을 따로 선보이고 있다. 자신이 즐겨 입는 패션 브랜드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담은 골프웨어에 대한 요구가 커서 기존 패션 브랜드들의 골프웨어 라인 컬렉션이 더 증가할 예정이다. 골프웨어의 판매와 마케팅에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MZ 세대를 겨냥해 새롭게 론칭한 골프웨어 ‘사우스케이프’는 마음에 드는 옷을 주문해 집에서 입어보고 결정하는 ‘홈피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골프웨어 렌털 서비스 산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30 여성들은 골프웨어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필드에 나갈 때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입고 인증샷을 남기고 싶지만, 골프웨어에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옷장이 골프웨어로 꽉 차는 것도 원치 않는다. 중고 구매도 장비보다 골프웨어는 사이즈나 취향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골프웨어 렌털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골프웨어 렌털 서비스 브랜드 ‘더페어골프’의 경우, 매달 회원 수, 매출액, 유입자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고 대중화할수록 골프웨어 렌털 서비스 사용도 보편화할 거라 본다.

브랜드 모델도 이전에는 프로 골퍼가 대부분이었지만, 2030세대가 선호하는 연예인이나 어린 패션모델들로 변화되고 있다. 까스텔바작은 2030 MZ 세대의 유입을 위해 배우 박신혜를 모델로 내세웠고, 르꼬끄 골프는 소녀시대 효연과 유리를 새 홍보모델로 선정했다. 특히 MZ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대부분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마틴골프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를 모델로 발탁해 이슈를 일으켰다. 서울 태생으로 패션, 세계 여행,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으며, 맛집 투어, 호캉스를 즐기는 로지는 실제 인간 셀러브리티 못지않은 인기와 영향력을 펼치고 있어, 마틴골프의 정체성을 잘 대변해준다고 말한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온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가 골프웨어 시장에서 어떤 파급력을 보일지 주목받고 있다.


마틴골프의 모델인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 사진 마틴골프
마틴골프의 모델인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 사진 마틴골프

일상복 같은 골프 룩으로 진화

이제 국내 필드와 스크린 골프장의 절반 이상을 젊은 세대가 채우고 있고, 개성 넘치는 MZ 세대의 골프웨어 스타일을 보는 건 더는 놀랍지 않다. 처음에는 골프 클럽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의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성세대가 MZ 세대의 젊고 개성 강한 골프웨어 룩에 영향을 받아 함께 젊어지고 있다. MZ 세대로 인한 골프웨어 트렌드의 변화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일상복 같은 골프 룩이다. 지금까지 요가·필라테스·아웃도어웨어가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저(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이르는 말) 룩’으로 진화해온 것처럼, 골프웨어도 골프 슈즈만 갈아 신으면 그대로 거리로 나설 수 있는 하이브리드 룩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기존의 골프 룩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템들이 ‘잇템(it tem· 꼭 있어야 하거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짧은 미니스커트가 유행하지만, 그 반대로 편한 스타일의 유틸리티 팬츠(실용적인 작업복 스타일 팬츠)와 조거팬츠(밑위는 넉넉하고 아래로 갈수록 서서히 좁아지는 실루엣의 바지)를 선호하는 2030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 위아래가 연결된 점프슈트도 의외로 MZ 세대에게 인기 있는 골프 패션 아이템이 됐다.

남성 골프웨어에도 스트리트 룩의 감성을 더한 통 넓은 와이드팬츠, 조거팬츠, 스웨트셔츠(땀을 발산하기 쉽게 만든 둥근 라운드넥의 셔츠. 흔히 맨투맨 티셔츠라 불린다), 아노락(방한용·방풍용으로 입는 후드가 달린 상의) 스타일의 상의 등이 ‘영 골퍼’의 상징이 되었다.

현재 MZ 세대를 겨냥한 골프 시장은 이전 아웃도어 열풍 때처럼 과열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항상 변화에는 혼돈의 과도기가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MZ 세대를 겨냥한 골프 브랜드들도 상류 1%를 추구하는 프리미엄 마켓과 합리성에 스타일을 더한 실용주의 마켓으로 나뉘어 자리를 잡아 갈 것이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도 MZ 세대를 겨냥한 골프웨어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명한 건, 이제 골프가 기성세대의 귀족 스포츠라는 프레임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제 골프 트렌드의 주도권은 MZ 세대에서 알파 세대(2010~2024년생)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케이 노트(K_not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