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서초구 강남 지하상가 내 한 의류 매장에서 비트코인 간편결제를 도입했다. 저자는 “미래에는 뱅크(은행)는 사라지고 뱅킹(거래)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 : 조선일보 DB>

1 | 금융혁명 2030
크리스 스키너 | 이미숙 옮김 | 교보문고
1만6000원 | 446쪽

‘2030년 미국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다. 무인자동차는 알아서 주차요금을 계산하고 주유도 스스로 한다. 우유나 달걀이 떨어지면 인공지능이 탑재된 냉장고가 수퍼마켓에 식료품을 주문할지도 모른다. 집주인은 결제 확인만 하면 되고, 거래 내역은 공개 거래장부, 이른바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세계적 핀테크(금융기술) 전문가 크리스 스키너가 쓴 ‘금융혁명 2030’의 내용이다. 스키너는 지폐로 대표되는 돈이 사라지고 모든 가치가 시스템에 의해 기록되고 거래되는 미래 금융의 변화상을 다뤘다. 그 범위는 핀테크,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인 간 거래(P2P) 대출, 블록체인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특히 블록체인에 주목한다. 그는 블록체인이 화폐의 실현과 거래를 기록하는 시스템을 넘어 소유권의 발생과 이전, 모든 가치의 이전을 기록하는 메커니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의 신분은 물론 소유물과 거래 내역까지 블록체인 개인 IP(인터넷 연결 시의 식별 주소)에 기록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저자는 ‘돈은 인간이 서로의 신뢰하에 만들어낸 가상의 재화’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인용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의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라리 교수는 기업, 돈, 정부, 종교, 법률 등 사회를 조직하는 모든 것이 인류가 만들어낸 허구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돈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인 만큼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적 약속에 의해 그 형태가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디지털 금융이 주류가 되는 시대가 오면 오프라인 은행, 전화, 인터넷 등과 같은 채널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네트워크로 모든 것이 연결된 경제에서는 몇 초 만에 전 세계로의 송금을 끝내고 정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가상화폐 중 하나만 남을 것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장부’로도 불린다.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여주며, 거래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시티, 바클레이스 같은 글로벌 금융기업들도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자는 최근 열풍을 불러온 가상화폐를 다루면서 수많은 가상화폐 중 하나의 화폐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비트코인이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차세대 가상화폐로 정해질 것이라곤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가상화폐가 지금의 화폐를 대체하면 은행은 금융기관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해주는 디지털 가치 저장소로 변신할 것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미래 금융 시장에서 모바일, 블록체인, 핀테크가 가져올 변화를 미리 내다보는 데 유용하다.


1위 반도체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
2 | 삼성 이래서 강하다
이재현 | 바른북스
1만8000원 | 296쪽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이 2017년 3분기 인텔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있게 한 메모리사업부에서 27년간 몸담았던 저자가 비결을 공개한다. 자신이 속했던 조직이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됐는지를 직접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가 말한 비결은 스피드, 위기의식, 디테일, 팔로우 업, 리더십, 1등 DNA, 커뮤니케이션 등 일곱 가지로 요약된다.

저자는 특히 삼성전자의 스피드를 분석하면서 메모리사업부가 ‘선행 개발’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힌다. 선행 개발이란, 반도체연구소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메모리사업부가 맡아 상용화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기술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더라도 그 신기술을 양산 단계로 구현하는 능력과 속도가 경쟁사인 인텔과 TSMC보다 한발 앞섰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메모리사업부가 세계 최초로 ‘2세대 10나노급(1y나노) D램’ 양산에 성공한 것도 삼성전자의 선행 개발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그 밖에 인텔과 경쟁하면서 항상 놓지 않았던 위기의식, 선대부터 내려오는 디테일한 업무 방식도 공개한다. 최고가 되기까지 흘린 피와 땀이 느껴진다.



저자 토마 피케티. <사진 : 조선일보 DB>

불평등, 끝나지 않은 논쟁
3 | 애프터 피케티
토마 피케티 外 | 유엔제이 옮김 | 율리시즈
3만8000원 | 780쪽

2014년 나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쳐 경제학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3년 남짓 지난 현재, 피케티의 생각이 옳았는지 묻는 책이 나왔다.

하버드대학 출판부는 21개 분야의 전문가 25명을 찾아 피케티 이후의 세계 경제를 진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을 비롯해 로버트 솔로, 마이클 스펜서 등 각 분야 최고의 경제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피케티의 철학에 응답했다.

책은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책이 성공을 거둔 이유를 논평하고, 출간 후 지속된 찬반 논의를 소개한다. 2부는 이론적 점검으로, 피케티가 제시한 ‘자본’의 개념을 놓고 그 의미와 이론이 개별적으로 옳고 그른지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실었다. 3부는 자본의 불평등 현상을 짚고, 4부는 피케티 논지에 대한 다양한 반론을 다룬다. 5부는 피케티가 지난 3년 동안 반론에 답변한 내용을 담았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의 팽팽한 논쟁을 읽다보면 현실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인 네트워크들
4 | The Square and the Tower(광장과 타워)
Ferguson Niall | Allen Lane
30달러 | 400쪽

학계와 언론은 전쟁, 혁명, 경제위기를 그 자체만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금융과 경제사를 전문으로 다루는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기성 사학자들이 비공식 네트워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네트워크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본다. 특히 인쇄 기술이 발명된 이후 15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말, 1970년대 정보 기술 혁명 이후 현재까지 시기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주장한다. 두 시기 모두 정보 접근성이 크게 확장된 기술 발전 시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의 네트워크 개념은 다소 광범위하다. 19세기 유럽 최대 금융 가문이자 유대인 금융 세력의 핵심인 로스차일드 가문은 물론, 현재 인류 25% 이상이 회원인 페이스북도 그 범주에 넣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에는 19세기 예수회, 이베리아 정복자 집단, 유럽 각국의 왕족, 알카에다, 중국 공산당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음모론으로 치부되길 거부하는 만큼 역사에서 과학에 이르는 해박한 지식을 총동원했다. 그는 네트워크들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고 무기력하게 휩쓸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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