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사진 : 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사진 : 조선일보 DB>

1 | 한국 경제 진단과 처방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송인창 외 5인 | 원더박스
1만7000원 | 352쪽

“세계의 번영을 막는 단 하나의 중요한 구조적 장애물은 낡은 원칙들뿐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불황의 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2%대 저성장이 일상화됐다. 통화 가치가 떨어져도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할 유가 하락이 오히려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 지식의 배신이 지속되고 있다. 책은 바로 이런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책의 공동저자 6인은 전·현직 기획재정부 공무원이다. 현재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있는 송인창 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기재부 후배 직원 5명(도종록·민경신·범진완·정광조·정여진)과 의기투합했다.

저자들은 현대 경제학 대가들의 경제 이론을 재해석해 ‘재벌, 개혁 대상인가 성장 엔진인가’ ‘고도성장, 아직도 필요하고 가능한가’ ‘과소비가 문제인가, 저소비가 문제인가’ 같은 한국 경제의 일곱 가지 주제에 답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마침 책에서 첫번째로 다루고 있는 주제도 한국의 재벌 문제다.

저자들은 기업 이론의 대가이자 친(親)기업 학자로 잘 알려진 로널드 코스를 불러온다. 코스는 “소유권이 명확하게 부여되고 거래 비용이 없다면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인 거래에 의해서 사회적 비용 문제는 해소되고 생산은 최적의 규모에 도달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들은 코스 이론을 인용해 “기업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그러나 코스가 강조한 것은 정반대였다고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거래 비용이 존재하므로 사회적 비용이 시장에서 해결되지 않을 수 있고, 해결사로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 슘페터 다시 보기

생전에 동갑내기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조셉 슘페터는 ‘저성장 시대 구원자’로서 근래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저자들 역시 슘페터를 ‘시대를 앞서간 경제학자’라 칭하며 그가 100년 전 주장한 ‘혁신’ ‘창조적 파괴’는 현재도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슘페터는 생전에 경제학의 기본으로 여겨지던 수요·공급의 관계에 색다른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수요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 수요가 생긴다고 했다. 저자들은 10여년 전에는 전혀 수요가 없던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을 통해 탄생한 것을 예로 든다.

글로벌 주요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현재 경제 상황에 맞게 매우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굵직한 거시경제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다.


매트릭스 시대가 열린다
2 | 테크 트렌드 2018
조선비즈 특별취재팀 | 위클리비즈북스
1만5000원 | 184쪽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VR(가상현실) 방이 생겼다. AV(성인영화) 업체가 만든

VR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는 곳이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외로운 남자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더 대범한 시도도 있다.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를 이끌면서 ‘넥스트 스티브 잡스’로 평가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뇌에 컴퓨터를 연결해 지식이나 경험을 다운로드하겠다며 ‘뉴럴 링크(Neuralink)’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나 보던 일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DNA 검사 및 상담 서비스 회사 카운실(Counsyl)의 고객은 대부분 임신 계획 중인 부부다. 이 회사의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미래 자녀가 다운증후군 등 100여개 유전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인지 등을 분석해 알려준다. 자녀의 위험 가능성을 인지하게 되면 ‘인공 수정’으로 정상 배아를 골라 건강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테크놀로지 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비즈니스 전략도 세울 수 있다. 기자들이 뛰어다니며 취재한 테크놀로지 현장 사진과 생생한 감상, 전문가들의 분석은 보너스다.


자크 아탈리. <사진 : 조선일보 DB>
자크 아탈리. <사진 : 조선일보 DB>

미래에 대한 지식은 권력이다
3 |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 21세기북스
1만8000원 | 296쪽

‘테크 트렌드 2018’이 현재 각 분야에서 어떤 신기술이 나왔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면, 이 책은 스스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서 매 순간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들에 휘말려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잠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핵심적인 것에 무게중심을 두라고 한다. 또 집중하고, 호흡하고, 긴장을 풀고, 눈을 감으라고 조언한다.

저자의 미래 예측법이 신뢰가 가는 이유는 그가 정·재계를 아우르는 통찰력으로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는 39세 최연소로 프랑스 대통령 자리에 오른 에마뉘엘 마크롱의 스승이다. 마크롱이 정계에 데뷔할 때부터 그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제자로 삼은 일화는 프랑스 정계에서 유명하다. 자신을 둘러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성공하는 조직의 비밀
4 | THE CULTURE CODE(컬처코드)
대니얼 코일 | 반탐 델 출판그룹
28달러 | 320쪽

‘THE TALENT CODE(탤런트코드)’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에 이름을 올린 대니얼 코일의 후속작이다.

책은 ‘어떤 집단은 합치고 나면 개개인 능력의 총합보다 오히려 작아지는데, 왜 어떤 집단은 개개인 총합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나’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성공하는 조직을 분석하기 위해 4년간 해군 특수부대, 프로 농구팀, 보석 도둑단까지 세밀히 연구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팀원의 보디랭귀지를 눈여겨보라’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라’ ‘안 되는 일은 안 된다고 말하라’처럼 매우 구체적인 팁을 제시한다.

한 예로 저자는 리더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때 그 조직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리더가 약점을 드러내면 팀원들이 이를 메우기 위해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해군 특수부대가 성공한 이유는 약점에 관대한 것이었으며, 약점을 공유한 팀이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진부할 수 있지만 팀끼리 특별한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성공적인 조직의 비밀로 꼽았다. 미 프로농구(NBA)의 샌안토니오 스퍼스 구단은 시즌 주요 경기 전은 물론, 경기 후 승리를 기념하는 특별 저녁 만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