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애플의 성공 비결을 제품 자체의 혁신이나 디자인보다는 네트워크 효과와 뛰어난 보완재(아이튠스) 등으로 꼽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책은 애플의 성공 비결을 제품 자체의 혁신이나 디자인보다는 네트워크 효과와 뛰어난 보완재(아이튠스) 등으로 꼽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1 |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김인수 옮김|리더스북
2만8000원|744쪽

‘콘텐츠의 품질로 승부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핵심 콘텐츠를 지키고 이를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려는 이른바 ‘콘텐츠의 함정’에 빠져있다며, 질 좋은 콘텐츠가 꼭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디어에서부터 금융·교육 등 거의 대부분 업계가 콘텐츠 사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저자는 애플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아무나 붙잡고 애플의 성공 요인을 물어본다고 치자. 십중팔구는 ‘혁신’ ‘품질’ ‘사용 편의성’ ‘디자인’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저자는 이 대답에 대해 완전히 반박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애플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애플은 2002년까지만 해도 주가 1달러, 빈약한 수익, 개인용 PC 시장점유율 3%라는 처참한 성적표로 사면초가에 몰려있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배경을 저자는 크게 네트워크 효과(사용자 간 연결)와 뛰어난 보완재(제품 간 연결)로 든다. 네트워크 효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경우 기존 고객들이 다른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를 말한다. 애플은 개인 PC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밀린 네트워크 효과의 패배자였다. 애플은 뛰어난 제품과 멋진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법 등으로 승부했지만, MS는 혁신보다도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애플은 이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MS에 설욕할 수 있었다.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가 MS의 윈도8보다 개발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였고, 이것이 네트워크 효과로 작용한 덕분이었다.


뛰어난 보완재로 성공 가능

저자는 2002년 애플이 출시했던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이 전체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할 만큼 크게 성공한 이유로 ‘아이튠스’라는 훌륭한 보완재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핫도그와 케첩처럼 두 가지 제품(서비스)을 함께 사용할 때 얻는 가치가 각 제품을 따로따로 사용할 때 얻는 가치를 더한 것보다 크면 두 제품은 보완재다.

사실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이팟은 그 자체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이팟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튠스를 통해 고객들이 음악을 다운받기 위해 별도의 사이트를 찾아 헤매는 수고를 덜어 줬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아이튠스에 가면 바로 20만곡을 훑어볼 수 있고, 클릭 한 번으로 자신의 기기에 옮겨담을 수 있었다.

책은 하버드경영대학원 전략 담당 교수의 20년간의 기업 연구를 집대성하며 곳곳에 새로운 시각의 인사이트를 던져주고 있다. 저자는 각 기업이 처한 환경이나 자원 등이 다른 만큼 각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자사만의 콘텐츠 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하고 있다.


무엇을 버려야 살까
2 | 실리콘밸리의 폐기 경영
조영덕|플랜비디자인
1만5000원|363쪽

‘불필요한 것을 버려야 산다’ ‘혁신은 폐기에서부터 나온다’ 같은 책 속 메시지는 아주 신선한 경영 지침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서다.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실리콘밸리 현장 경험 등을 거친 저자는 12개 영역에서 총 88개의 항목을 골라내 폐기하라고 말한다. 12개 영역은 강점이 아닌 것, 경쟁에서 패한 것, 생산성을 갉아먹는 것, 자원낭비가 일어나는 것, 조직 문화를 해치는 것 등 대체로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영역에서 다시 가지를 치고 들어가면 계획을 고수하는 것, 보고를 위한 회의, 비용처리를 일로 만드는 것, 출장 보고서, 임직원 식당 구분 같은 매우 구체적인 팁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사무실 안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매장에서도 고객 감시를 위해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고정비 낭비라며 ‘감시카메라’를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거나, 부장님·사장님 같은 호칭이나 이름 뒤에 ‘님’ 자를 붙이는 것 모두 제거하고 미국식 표준 이름을 만들어 부르자는 주장 등 일부 이견이 있을 만한 항목들도 있다.


경북 의성군에서 노인들이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경북 의성군에서 노인들이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저출산·고령화 위기를 기회로
3 |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요시카와 히로시|최용우 옮김|세종서적
1만4000원|228쪽

한국은 지난해 65세 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출산율은 1.26%로 전 세계 ‘꼴찌’ 수준이다. 저출산·고령화가 뉴노멀(새로운 정상)이 되면서 생산성이 위축돼 경제 역시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보다 10년 앞서 똑같은 문제에 직면한 일본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그러나 “인구 감소가 경제 성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일본의 경제 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의 상관관계를 든다. 고도성장기(1955~70년)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10%에 육박하다가 오일쇼크(1973~74년) 이후 4%로 떨어졌는데, 인구 증가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저자는 노동 인력이 줄어도 혁신을 통해 노동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률 또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혁신은 꼭 테크놀로지가 아니어도 된다. 제품 혁신과 노하우, 경영능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미투’ 캠페인의 실리콘밸리 버전
4 | Brotopia(브로토피아)
에밀리 창|펭귄랜덤하우스
28달러|288쪽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키워드는 단연 ‘미투(MeToo·나도 성추행을 당했다)’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투 캠페인에 참가한 여성들을 의미하는 ‘침묵을 깬 자들(Silence Breakers)’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처음으로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우버의 수잔 파울러 엔지니어를 각각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블룸버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남성중심 문화를 고발하며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저자는 기술 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토피아(utopia)’인 듯 보이지만 적어도 여성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남성들이 모든 것을 잡고, 모든 규칙을 만드는 ‘브로토피아(bro+utopia)’라는 것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 내부자들을 취재해 벤처캐피털 회사 KPCB(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의 남성 중심적 문화를 고발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CEO, 마리사 메이어 전 야후 CEO 등 구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 리더들과 인터뷰를 통해 구글 속 여성의 입지와 어려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의 배신이 궁금한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