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피날레를 장식한 미스지 컬렉션. 사진 서울패션위크 공식 웹사이트
서울패션위크 피날레를 장식한 미스지 컬렉션. 사진 서울패션위크 공식 웹사이트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멈췄던 서울패션위크가 3년 만에 다시 패션쇼 무대를 열었다. 3월 18일부터 일주일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진행된 서울패션위크의 오프라인 패션쇼는 201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서울패션위크는 매 시즌 해외 유명 패션 전문 기자들과 바이어들이 참석하며 런던, 뉴욕, 밀라노, 파리의 세계 4대 패션위크와 함께 나란히 해외 유명 패션 매체에 쇼 리뷰가 올려질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키워가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서울패션위크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와 세계 패션쇼에서 활약하는 모델 최소라를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배우 이정재는 잉크(EENK)와 카루소(CARUSO)의 의상을 입고 홍보 영상을 통해 서울패션위크를 전 세계에 알렸다. 

서울패션위크는 국내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시키기 위해 서울시 주최로 2000년부터 시작된 국내 최대 패션 행사다. 올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뒤바뀐 전 세계 패션쇼 트렌드에 맞춰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를 주제로 진행됐다. 


서울패션위크 피날레 공연을 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원트, 라치카, 코카N버터’가 스페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서울패션위크 피날레 공연을 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원트, 라치카, 코카N버터’가 스페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총 35인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열렸는데, 12개 브랜드는 라이브 패션쇼로, 23개 브랜드는 사전 제작한 디지털 패션쇼로 진행됐다. 모든 패션쇼는 유튜브, 네이버 TV, 틱톡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됐다. 패션쇼장과 서울패션위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했던 이전 패션위크보다 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하이브리드 패션쇼’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14편의 디지털 패션 필름은 가상현실(CVR)과 증강현실(AR)의 테크놀로지를 활용, 실제 패션쇼 무대를 포함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시립미술관, 남산길 등 서울의 문화와 자연을 담는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오프닝 행사에 걸그룹 케플러, 피날레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크루 원트, 코카N버터, 라치카의 공연을 펼쳐 패션을 넘어선 멀티 엔터테인먼트적인 행사의 화려함을 더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런웨이 의상을 직접 입어보고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현장 기획전’도 새 시도로써 화제가 됐다. 패션 전문 기자들과 바이어, 유명인들과 VIP 고객 등 소수를 위한 행사에서 일반 고객과 팬들을 위한 행사로 확장시킨 것이다. ‘K패션몰 한컬렉션 광화문점’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은 5월 말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또한 국내 디자이너와 국내외 바이어, 소비자 간 ‘트레이드 쇼’와 중국 바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진행됐다. 이번 패션위크는 단지 보기만 하는 패션쇼가 아니라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를 알리고 국내 패션 산업을 ‘글로벌 K패션’으로 키우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중에서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부분은 서울패션위크에서 ‘런던패션위크’에 뷔미에트와 석운윤 두 개 디자이너 브랜드, ‘파리패션위크’에 잉크, 라이, 분더캄머, 두칸 네 개 디자이너 브랜드를 데뷔시킨 것이다. 특히 파리 브롱나이궁에서 펼쳐진 패션쇼에는 프랭탕, 봉 마르셰, 갤러리 라파예트, 네타포르테, 센스 등 해외 주요 패션 바이어 40개 사와 프랑스 ‘보그’ ‘엘르’ ‘하퍼스 바자’ 등의 패션 기자들, 패션 인플루언서 50명 등 150여 명이 패션쇼에 참석해 K패션에 대한 해외 패션 관계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서울패션위크 최초로 ‘트라노이(TRANOI)’ 트레이드쇼에 서울패션위크 전용관을 오픈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서울패션위크 최초로 ‘트라노이(TRANOI)’ 트레이드쇼에 서울패션위크 전용관을 오픈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런던과 파리패션위크에 데뷔한 국내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역시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서울패션위크 공식 웹사이트, 유튜브, 틱톡, 네이버 TV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 또한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서울패션위크 최초로 ‘트라노이(TRANOI)’ 트레이드쇼에 서울패션위크 전용관을 오픈했다. 트라노이는 파리패션위크 주관사인 프랑스패션연합회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은 공식 트레이드쇼다. 해외 유명 패션 바이어들과 디자이너들을 직접 연결시키고 수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에게는 패션쇼 이상으로 중요한 행사다. 

그렇게 런던, 파리, 서울로 이어졌던 서울패션위크는 ‘팬데믹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주제로 국내 대표 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지컬렉션을 피날레쇼로 막을 내렸다. 3년 만에 런웨이가 만들어지고, 조명과 음악이 켜지고, 모델들과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들이 백스테이지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광경을 보며, 모든 국내 패션 관계자는 그동안 얼마나 라이브 패션쇼를 그리워했는가를 깊게 깨닫고 공감했다. 현장 패션쇼이든, 디지털 패션 필름이든,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 패션이 존재하는 한 패션쇼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패션쇼는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깨우고, 패션 산업의 심장을 뛰게 하기 때문이다. 

3년 만에 재개된 2022년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는 포스트 코로나 패션위크의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고 평가된다. 이번 패션위크의 주제인 ‘하이브리드’에서 앞으로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형태와 진행 방식의 패션위크로 진화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메타버스가 대중화하면 전 세계 수많은 패션 팬이 동시에 메타버스 공간에서 패션쇼를 볼 것이다. 또한 패션위크 형태의 진화와 함께 중요한 것은 ‘K패션’의 세계화다. ‘K뷰티’에 이어 ‘K팝’ ‘K무비’ ‘K드라마’ 등으로 퍼져 나가는 ‘K컬처’ 열풍이 ‘K패션’으로 이어져 가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따라 이번 시즌 다양한 시도를 펼친 서울패션위크가 ‘K패션’ 세계화의 허브가 되길 기대해 본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케이노트(K-not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