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23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구제안이 합의됐다. 저자는 “유로존 내에서 여기저기 성한 나라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 조선일보 DB>
2012년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23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구제안이 합의됐다. 저자는 “유로존 내에서 여기저기 성한 나라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 조선일보 DB>

1 | 유로
조지프 스티글리츠 | 박형준 옮김 | 열린책들
2만5000원 | 552쪽

“유로(Euro)는 인공적인 구성물이다. 그 모양새가 숙명적인 자연의 법칙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란 말이다. 유럽의 통화 체계는 다시 설정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유로를 버릴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유럽 정치·경제의 한 축인 영국이 브렉시트(Brexit), 즉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했다. 브렉시트라는 용어의 유래인 그렉시트(Grexit)의 주인공 그리스도 2010년 국가부도 사태를 맞으면서 2012년부터 3년여간 유로화를 단일 화폐로 쓰는 유로존 탈퇴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현재도 프랑스·이탈리아·덴마크·체코 등에서 내부적으로 EU 탈퇴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로가 인공적인 구성물이라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말처럼 유로존의 경제적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단일 화폐 ‘유로’가 불평등 야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오늘날 유럽이 겪고 있는 정치·경제적 위기의 중심이 유로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고정된 환율과 단일한 이자율을 갖는 단일 화폐 체제가 역내 불평등을 구축했다고 본다.

유로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전염된 2010년 유럽 경제 위기를 통해 그 결함이 드러났다.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독일 등은 더 강한 경상수지 흑자를 보였고, 피그스(PIGS,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은 갈수록 적자가 쌓여 국가부도 사태로 치닫게 됐다. 독일의 GDP는 2007년에 그리스의 10.4배에서 2015년 15배로 대폭 증가했다.

유로존 설계자들이 목표했던 공동통화,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 자유로운 노동의 이동을 통해 ‘못사는 나라들이 잘사는 나라들 쪽으로 경제 규모를 키워가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면 정부는 소비와 투자 촉진을 위해 금리를 내리거나,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환율을 조정한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은 이자율과 환율 조정권이 없다.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줄이는 재정정책 권한은 각국이 가지고 있으나, 이마저도 소위 ‘트로이카(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가 구제금융을 주는 대신 긴축을 요구하는 바람에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위기에 처한 국가들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야 했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저자는 큰 틀에서 유로존의 구조와 정책 모두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지만 저자의 의중은 사실상 단일 통화 폐기에 있는 듯하다. ‘유연한 유로’로 명명한 대목에서 각국 화폐를 유로화로 유지하는 대신 국가별로 유로화 가치를 다르게 책정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다가올 초연결 사회 미리 보기
2 | 소리 없는 연결
신지나 外 | 한스미디어
1만6000원 | 292쪽

직장인인 A씨는 매일 아침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선다.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로봇 청소기는 시각 센서를 통해 자동 청소를 한다. 세탁기는 세탁을 하고 건조까지 마친다. A씨의 퇴근을 감지한 인공지능 비서는 A씨의 도착 시간에 맞춰 공기 청정기와 냉난방 기기 등의 설비를 가동, 온도와 습도 및 공기를 최적의 상태로 설정해 둔다.

머지않아 다가올 우리의 생활상이다. 저자는 이런 삶이 가능하게 하는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바꿔놓을 다섯 가지 삶의 공간을 소개한다. 집, 학교, 일터, 차, 자연이 그것이다. 서두에서 그린 모습이 바로 커넥티드 홈의 모습이다. 집 안의 모든 도구와 기기들이 인공지능(AI)을 통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도록 맞춰져 있다. 학교는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크게 변한다. 학생의 학습 진도와 흥미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일자리와 업무 환경도 달라진다. 자율주행차는 이동 시간의 효율성과 안전을 보장해준다. 자연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받는 생활도 가능해진다. ‘21세기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소리 없이 우리의 삶 깊숙이 파고들 ‘모든 것이 연결된(All that connected)’ 미래 생활상을 만나보자.


저자 찰스 윌런. <사진 : 유튜브 캡처>
저자 찰스 윌런. <사진 : 유튜브 캡처>

표와 수식 없는 경제학 교양서
3 | 찰스 윌런의 경제학으로의 초대
찰스 윌런 | 박준형 옮김 | 스몰빅인사이트
1만8000원 | 408쪽

일반인들이 경제학 서적을 읽고 바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수식, 공식, 도표, 전문용어로 가득 찬 페이지를 읽다 보면 글쓴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이 책의 저자인 찰스 윌런은 도표와 공식을 과감히 없애고 일상적인 사례를 통해 경제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로부터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경제학의 기본을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아마존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무려 15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책은 총 13개 챕터로 구성됐다. 챕터 중에서 브래드 피트가 영화 배우가 된 이유를 경제학적 관점으로 풀이한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밖에도 버거킹의 영수증, 우주로켓, 콘돔, 빌 게이츠 등 경제학 서적이라면 머리부터 아픈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손색이 없다.


정치에 과도하게 함몰된 한국 경제
4 | 한국의 경제생태계
NEAR재단 | 21세기북스
3만원 | 608쪽

한국 경제가 10년째 중진국에서 더 이상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 규모의 성장도 요원하다. 국가 규모의 한계라는 지적,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탓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니어(NEAR)재단이 경제·사회·정책학계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생태 연구팀’을 구성했다. 14명의 전문가가 가계·금융·노동·산업·과학·

복지·인구·교육 등 모두 11개 부문의 경제 생태적 분석을 진행했다. 이 책은 최근까지 그들이 연구한 결과물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 경제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니어재단의 저자 14명은 한국 경제가 정치에 과도하게 함몰돼 있고 지나치게 이념화돼 있다고 진단한다. 즉 정치·관료·재벌의 3각 영합 구조가 과거에는 고도성장의 기반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해체를 바라는 정치 체제와 존속을 바라는 기득권 세력 사이에서 충돌과 반목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그사이에 사회 곳곳에서 생긴 병리 현상, 단절 현상, 노화 현상을 5년 단임 정치생태계가 방치하면서 정치와 정책 프로세스가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