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품 전문 온라인 플랫폼 ‘엣시’의 초기 화면. 사진 엣시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 플랫폼 ‘엣시’의 초기 화면. 사진 엣시

데스 바이 아마존
시로타 마코토|신희원 옮김|비즈니스북스
1만5000원|272쪽|4월 15일 발행

미국 투자정보 회사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2월부터 ‘아마존 공포 종목(Death by Amazon)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동향에 따라 영향받는 소매 기업 54개의 주가를 지수로 묶은 것이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 업체 월마트와 백화점 체인 J.C.페니, 도서 소매 업체 반스앤드노블스, 사무용품 기업 스테이플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 아마존은 공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피해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130여 년 역사의 미국 유통 기업 시어스(Sears)가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시어스는 1970년대 초만 해도 매장 3500개를 운영하는 미국 최대 유통 업체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아마존에 밀리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1500억원이 넘는 빚더미에 허덕이다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2011년에는 대형 서점 체인 보더스가 파산했고, 보더스의 최대 경쟁사였던 미국 1위 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스는 지점 수를 축소하며 버텨오다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1위 장난감 판매 체인 토이저러스가 파산하면서 미국에서만 700여 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잘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뉴스가 된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미래 유통’ 전문가인 저자는 아마존의 파상 공세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 가고 있는 기업을 추적해 공통점을 분석했다. 코스트코와 유니클로, 티파니 등 널리 이름이 알려진 오프라인 대기업 외에 ‘엣시(Etsy)’와 ‘웨이페어(Wayfair)’ 등 중소 온라인 쇼핑몰도 포함시켰다. 장난감 대여 업체 ‘그린피나타(Green Pinata)’도 있다.

코스트코는 약 3조원(2016년 기준)에 이르는 연회비 수입으로 최대 15%에 불과한 마진율(마트는 25~30%, 백화점이 30~40% 수준)을 보충한다. 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 4000종 안팎으로 판매 품목을 제한한다. 이는 10만 종이 넘는 상품을 진열하는 월마트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상품 종류를 제한하면 선택의 폭은 줄어들지만 품목별 판매량은 늘어난다. 품목 수가 적으니 진열·관리 비용도 줄어든다. 코스트코는 적은 품목을 한꺼번에 빨리 파는 방식으로 재고 부담을 줄였고, 그만큼 더 저렴하게 파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코스트코의 지난해 매출은 1416억달러(약 166조원)로 10년 연속 늘었다.

그린피나타는 토이저러스가 사라진 장난감 유통 업계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판매 대신 ‘대여’ 방식을 선택해 아마존과 직접 경쟁을 피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인도 출신의 쉬바 카샤카르가 2015년 회사를 창업하면서 ‘아이들은 금세 장난감에 싫증을 내기 때문에 대여형 모델이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이 맞아떨어졌다. 그린피나타 회원이 되면 매달 네 개의 장난감을 배송받는다. 기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다가 반납하면 된다.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 플랫폼 ‘엣시’는 아티스트들이 공급한, 개성 넘치는 상품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아마존이 넘보기 어려운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의 유통 플랫폼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책임감 결핍이 ‘블랙 스완’ 부른다
스킨 인 더 게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김원호 옮김|비즈니스북스
1만9800원|444쪽|4월 29일 발행

레바논 출신의 금융 전문가인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1년 전인 2007년 출간한 ‘블랙 스완’에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충격파가 몰려올 것”이라고 경고해 ‘월가의 예언가’로 추앙받았다. ‘블랙 스완’은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발생 가능성이 극히 작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용어로, 탈레브가 동명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백조는 모두 흰색’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17세기 호주에서 ‘흑조’가 발견되면서 받은 충격을 실현 가능성이 작지만 파급력이 엄청난 사건에 빗댄 것이다.

책은 세상의 모든 위기를 초래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 ‘책임지지 않는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목소리만 높이고 책임은 지지 않는 관료와 기업인, 학자가 공격 대상이다.

해결책으로는 공공 부문에서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관료제의 기능을 대폭 축소한 뒤 지방 분권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료제야말로 조직 구성원이 책임을 회피하도록 설계된 제도인 만큼 분권화를 통해 책임 있는 의사 결정권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동방 원정 이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글이 만든 세계
마틴 푸크너|최파일 옮김|까치
2만5000원|472쪽|4월 22일 발행

유물은 당대의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글은 세상을 이해한 방식과 가치관까지 전해준다. 이것이 하버드대 영문과 교수인 저자가 생각하는 ‘텍스트의 힘’이다.

‘일리아스’를 비롯한 호메로스(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서사시인) 서사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원정길에 ‘일리아스’를 지니고 다녔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트로이 정복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동경했다. 그 후 제국 전역에서 사람들은 호메로스 서사시를 읽으며 그리스어를 배웠다.

알라딘과 알리바바 이야기가 탄생한 사연도 흥미롭다.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를 읽고 매료된 프랑스 독자들이 “또 다른 이야기는 없느냐?”고 아우성쳤다. 두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나선 번역자가 시리아 청년을 만나 듣고 추가한 것으로, ‘아라비안나이트’ 원본에는 없는 것들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이야기와 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면서 이를 기록한 문서들이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분석한다.


위기의 중산층…해법은?
점프-스타팅 아메리카(Jump‑Starting America)
조나단 그루버‧사이먼 존슨|퍼블릭어페어
18.3달러|4월 9일 발행

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2%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실업률은 3.6%로 50여 년 만에 최저치다. 그러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 교수인 저자들은 미국 경제가 건강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산층 이하 서민의 생활은 시간이 지날수록 팍팍해지기 때문이다.

책은 생산성의 정체를 중산층 축소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해결책으로 기초과학과 발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릴 것을 주문한다. 단기적 수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간 기업에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혁신을 전부 맡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구체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거점 도시에 ‘혁신센터’를 두고 이를 통해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시너지를 내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과거 국방성에서 개발한 라이다(LiDar∙주변 상황과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와 아르파넷(ARPANET·인터넷의 초기 버전)이 민간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한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견실한 민관 파트너십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