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 하나가 있다. 지금은 널리 알려진 필리핀 세부를 국내에 집중적으로 소개한 세부퍼시픽항공이 수빅이라는 지역으로 직항 노선을 마련한 것이다. 필리핀 여행에 대한 불평의 목소리가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그 열대의 자연이 아름답다는 사실과 저렴한 경비로 여행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다른 열대지역에 비해 비행시간이 적어 짧은 일정으로도 다녀올 수 있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자유 무역항

 수빅은 필리핀의 이러한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몇 가지 매력도 덤으로 갖고 있다. 그 가운데 으뜸은 안전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수빅이 1991년까지 근 50여 년 동안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 해병대 주둔 기지였다는 데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봐서 잘 알고 있듯이, 미군들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수빅을 통제하면서 그들만의 완벽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필리핀 정부는 이러한 환경과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이 지역을 무관세의 자유 무역항과 더불어 관광 특구로서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실감나듯 수빅은 눈부신 변화를 거두게 되었다. 이러한 지역적인 특수성 때문에 수빅지역으로 들어가는 동서남북 4곳의 관문은 여전히 필리핀 현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동남아지역의 테러 발생과 위협에도 수빅지역이 평화로울 수 있는 것도 이처럼 철저한 관리 탓이다. 이러한 관리는 자연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대부분의 자연 명소들이 군사시설이 있던 지역이어서 대체로 훼손되지 않고 보존 상태가 양호해 디스커버리 채널이 종종 생태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러 이곳을 방문할 정도다.

 수빅은 흔히 ‘동양의 캘리포니아’로 불리기도 한다. 풍요로운 햇살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이미지, 잘 가꾸어진 휴양시설 때문에 살기 좋다는 캘리포니아의 이미지와 흡사하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무공해 지대에 자리한 수빅베이 CC

 이러한 휴양지에서 골프 코스는 빠질 수 없는 법. 캘리포니아의 훌륭한 골프장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바가 없지 않지만 수빅베이 CC는 수빅의 명성이 올라가는 것만큼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골프장이다. 처음 이 골프장의 용도는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의 여가생활을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설계 시 아름다운 경관에 치중하기보다는 라운딩에 나선 골퍼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코스와 난이도에 심혈을 기울인 실용적인 골프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수빅 관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재탄생해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골프장(총 6747야드 파 72)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실제로 코스를 돌아본 사람이면 높은 난이도로 인해 평소보다 5타 이상은 더 나온다고 볼멘  소리를 하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굴곡진 코스로 인해 기분 좋은 긴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코스를 설계한 사람은 한국의 산정호수 CC를 설계하기도 했던 골퍼 데스몬드 뮤어헤드로 필리핀의 굴곡진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각 홀을 설계했다고 한다.

 18홀 가운데 인상적인 홀은 파5의 7번 홀. 필리핀의 여인이란 뜻의 ‘필리피나’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 홀은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을 연상케 하는 코스이다. 봉긋한 가슴 모양의 언덕 사이로 공을 날리면 묘한 기분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 기분에 취하면 오비가 나거나 제대로 파 세이브하지 못한다. 두둑한 배짱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14번 홀과 15번 홀을 무난히 넘기면 이 날의 스코어는 기대해 볼 만하다.

 수빅베이 CC에서 여러 번 라운딩하는 것이 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면 총 36홀의 미모사 CC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존에 필리핀으로 골프 투어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렀을 법한 미모사 CC 역시 수빅에서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결 같은 잔디의 경사진 페어웨이, 아기자기한 그린, 섬세하고 정확한 샷을 요구하는 최적의 환경으로 중급 수준 이상의 골퍼들은 방문해 볼 만하다.

 골프를 즐기지 않는 가족들이라면 수빅의 멋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와 체험 프로그램들을 즐겨 보자. 골프, 승마, 요트 크루즈, 바다낚시를 비롯한 해양 스포츠는 기본이고 원주민 생활 체험이나 주빅 사파리, 오션 어드벤처와 같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끄는 관광 명소들이 인근에 자리한다.

 원하는 것만 즐길 수 있는 여행이 수빅에는 있다. 만일 모처럼의 가족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가깝게 다가선 수빅을 그 목록에 올려 보자.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 있게 여행할 수 있으니 일단 반은 성공한 가족여행이 아니겠는가.



Plus Information

 가는 방법 지난 10월7일부터 세부퍼시픽항공(02-3708-8560)에서 인천과 수빅을 연결하는 직항 노선을 주 2회(목·일) 운항 중이다. 소요 시간은 4시간. www.cebupacificair.co.kr

 

선택 관광

 요트 크루즈와 바다낚시 수빅의 요트 클럽을 이용한 세일링이나 바다낚시는 수빅의 손꼽히는 레저 활동이다. 6인승에서 80인승까지 이용이 가능한 고품격 요트들이 정박하고 있어 이를 이용한 레포츠가 가능하다. 특히 이곳의 요트들에는 어군 탐지기가 장착된 경우가 많아 바다낚시를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또한 스노클링 장비가 마련되어 있어 바다 풍경도 볼 수 있으며, 오래 전 침몰한 난파선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스쿠버 다이빙도 가능하다.



승마 수빅에 자리한 엘 카바요(El Kabayo)는 4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승마장으로 40필 이상의 오스트레일리아산 말들이 준비되어 있다. 울창한 수풀을 따라 승마를 하는 재미는 초보자나 숙련자 모두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글 서바이벌(원주민 문화 체험) 정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 이 코스는 실제로 1963년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들이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개설된 것이 여행객을 위한 상품으로 다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오직 칼 한 자루만으로 정글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어 도시 속에서 살아온 일반인의 흥미를 자극한다.



오션 어드벤처 대부분의 해양 동물 공연이 실내나 실외 구조물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수빅의 오션 어드벤처는 시원하게 툭 트인 바다가 무대이다. 이 바다에서 돌고래나 물개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호텔과 리조트

수빅 레전다 호텔 & 카지노(Subic Legenda Hotel & Casino) 수빅 레젠다 인터내셔널 리조트 그룹은 수빅지역에 레젠다 호텔, 그랜드 시즌스 호텔, 레젠다 스위트 호텔 3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최고의 인기 호텔은 레젠다호텔로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말레이시아 켄팅카지노의 투자로 카지노를 겸비한 호텔이다(www.subiclegend.com).



그란데 아일랜드 리조트(Grande Island Resort) 2004년 3월 중순 오픈한 수빅의 유일한 리조트 시설로 기존의 비치를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신개념 리조트이다. 일명 인랜드 비치(Inland Beach)라고 불리는데, 풀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큰 5050평 규모이다. 세계 최대의 규모라고 자부하는 거대한 파도풀을 인공적으로 설치해 실제 해변의 파도를 직접 체험할 수도 있고 바나나 보트, 워터 텀블링 등 해양 스포츠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www.goirc.co.kr).



골프투어 안내

최근 한화투어몰(02-311-4337, www.tourmall.com)을 시작으로 여러 여행사에서 수빅 골프투어 상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3박 4일 골프투어의 가격은 대체로 70만 원대. 수빅베이 CC만 이용하는 경우와 미모사 CC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한편 필리핀 수빅의 여행 상품은 관광과 휴양을 목적으로 하는 3박 4일(목요일 출발)과 4박 5일(일요일 출발) 두 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기간과 숙소에 따라 요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의: 02-779-0456(아일랜드 리조트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