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에 곁들인 산화지우(삼화주)를 마시며 천하절경을 감상하는 이강(離江) 뱃놀이는 신선이 부럽지 않다. 천하제일 산수절경 속에 사는 계림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신선이 되는 것보다 계림인이 되는 게 낫다’고 했던 중국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진의(陳毅)의 감탄송이 절로 흘러나온다.

 수나무가 많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계림군(桂林郡)’을 설치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계림은 도시 이름 그대로 계수나무 천지다. 매년 음력 8월 가을바람이 산들산들 불기 시작하면 계수나무 꽃이 활짝 피면서 그 향기가 사방으로 진동한다는 최송설 계림산수국제여행사 대표의 설명은, 겨울 방문객들에게는 길가 가로수가 온통 계수나무로 늘어서 있는 데에서 짐작만 할 뿐이다.

 중국 광서장족자치구 동북부에 위치한 계림에서의 여행은 산(山)과 물(水)과 동굴(洞)과 바위(石)로 이어진다. 때문에 ‘산청수수 동기석미(山淸水秀 洞奇石美)’라는 말이 등장한다. 곧 맑은 산과 빼어난 물, 기이한 동굴과 아름다운 바위를 빼고선 계림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백미는 역시 양삭(陽朔)까지 83km를 흐르는 이강 유람이다. 4시간이 소요되는  선상 유람 코스로 ‘백리화랑(百里畵廊)’이라 불린다. 제각기 다른 형상과 다른 전설을 간직한 기이한 산봉우리가 좌우에서 보좌하고 있는 물줄기는 마치 뱃놀이를 즐기며 무릉도원을 향해가고 있는 듯 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닿을 듯 바닥이 보이는 맑은 물,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 한가로이 멱을 감고 있는 물소들, 빨래하는 아낙네들, 그리고 안개 낀 강변의 산과 마을 등등 유유히 흐르는 이강과 함께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이방인의 감동은 밖으로 발산되지 못하고 안으로 녹아든다.

 가끔씩 유람선을 따라오며 동전을 구걸하는 발가벗은 어린 아이의 힘겨운 달음박질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배에 각종 기념품을 잔뜩 싣고 관광객을 유혹하는 어린 부부의 마른 얼굴에서는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이강 유람은 전혀 낯설지 않다. 1990년대 인기드라마였던 <여명의 눈동자>에서 보았음직한 풍경들이 이어진다. 실제 이 드라마는 계림에서 촬영됐다고 최 대표가 거든다. 또 중국영화 <소림사> 역시 이곳이 무대였다.

 얼마나 흘러갔을까. 유람선 승객들이 모두 2층에서 무엇을 찾느라 시끌벅적하다. 배 앞으로 펼쳐진 거대한 산봉우리 벽으로 검붉은 색의 무늬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구마화산(九馬畵山)’이란다. 모택동과 함께 중국 근대사를 장식한 인물인 주은래의 이야기가 서려있다.

 구마화산의 벽에는 모두 아홉 마리의 말이 벽화처럼 그려져 있는데, 이를 모두 찾는 이는 천하를 다스리게 된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주은래는 이곳에서 여섯 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때문에 모택동을 넘지 못하고 2인자로 만족해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유람선에 탑승한 관광객이라면 아홉 마리의 말을 모두 찾을 수 있다. 그 동안 관광객들에 의해 아홉 마리의 형체가 모두 드러나 가이드로부터 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가 산수의 절묘한 조화

 이강과 함께 계림 도심에서 펼쳐지는 ‘양강사호(兩强四湖)’ 유람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양강사호는 이강의 물을 끌어들여 도시를 감싸는 인공호수인 용호, 산호, 계호, 목용호를 운하로 연결해 놓았다. 호수 중간 중간 놓여있는 이국적인 다리와 강변에 조성된 당·송(唐·宋) 시절의 대형 건축물에서 벌어지는 색색의 조명과 공연은 환상적인 야경 그 자체다.

 물을 가까이 하며 즐기는 관광처럼 산을 가까이 하며 즐기는 관광 역시 그저 바라보는 것일 뿐이다. 수영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흐르면서 감상하는 관광이 계림 유람의 특징이다.

 도시 전체가 산수의 절묘한 조화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계림의 산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뾰족한 세모 모양이다. 대부분의 산은 봉우리에 오를 수 있도록 완만한 능선이 있게 마련이지만 계림에서는 이 같은 산을 보기 힘들다. 한결같이 깎아지른 절벽과 봉우리뿐이다. 상형문자인 한자에서 뫼 산(山)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실감하고도 남는다.

 봉우리만 우뚝 솟은 이러한 산은 계림에만 3만6000여 개나 있다. 이들 산은 서로 엉키고 이어지고 또 포개지면서 신비로운 절경을 이룬다. 그러나 이들 산은 오를 수 없는, 관상(觀賞)용이다. 능선이 없어 절벽을 타고 봉우리에 올라야 하는 힘겨움 때문만은 아니다.

 계림은 석회암으로 된 카르스트 지형으로 3억6000만 년 전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지각변동으로 인해 수많은 봉우리와 절벽이 형성된 것은 1억5000만 년 전. 이후 풍화·침식작용을 거쳐 지금의 기이한 형상으로 다시 빚어졌다.

 때문에 계림의 산을 오르다가는 자칫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지반이 약해 밟는 땅이 꺼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김종복 계림계관국제여행사 사장의 말은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등골이 오싹하다.

 물은 건너야 제 맛이고, 산은 올라야 제 맛이라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을 느껴야 하는 계림의 산은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다고 산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산의 정상에는 오르지 못할 지라도 동굴을 통해 산의 내부로 들어갈 수는 있다.

 계림시 도심에서 85km 떨어진 이포현에 위치한 ‘은자암(銀子岩)’은 대표적인 종유석 동굴이다. 은색의 종유석이 마치 과거 중국에서 부의 상징으로 유통됐던 은자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굴 입구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넓고 넓은 평원이 공원으로 조성돼 시원스레 펼쳐지다 소청산과 조채산에 시야가 가린다. 자연과 인문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은자암은 다층식 종유동에 속한다. 관광구역으로 개발한 2km 구간에서 만나는 삼보(三寶)와 삼절(三絶) 앞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십 개의 불상을 모아놓은 듯 한 종유석과 가느다란 종유석이 천장을 받치고 있는 모습, 그리고 진주우산이라 불리는 종유석이 삼보다. 또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종유석과 광한심궁(廣寒深宮), 설산비폭(雪山飛瀑)이라는 명칭의 종유석이 삼절이다.

 은자암 경관의 웅장함과 기이함, 그리고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중국 동굴·지질 전문가들은 ‘세계 카르스트 예술의 보고’라 부르고 있다.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남겼다는 ‘계림의 산수는 천하제일이다’는 이 말은 계림을 한 마디로 표현한 최고의 감탄사로 회자되고 있다.



 plus tip



 인구 : 134만2000명

 민족 : 한족, 장족과 함께 묘족, 요족, 회족, 동족 등 소수민족으로 구성

 기후 : 아열대 기후에 속하며 연평균 기온이 18.8℃일 정도로 따뜻. 가장   더운 때인 7∼8월에는 28℃까지 올라가고 가장 추운 1∼2월에도 8℃ 이상

 시차 : -1시간

 성수기 : 10~4월

 비수기 : 12∼2월

 교통 : 인천공항-계림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월24일부터 주2회(화·토) 단독 운항

 비행시간 : 2시간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