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는 봄철에는 평소 운동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나도 운동 한번 해볼까?” 하고 나서게 마련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다간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되기 십상이다. 나이와 상황에 맞는 ‘똑똑한 운동법’ 제안에 귀 기울여 보자.
 빙 바람에다 몸짱 열풍까지 겹쳐 요즘 운동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 앞 공원 조깅트랙에 나가보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거나 팔을 휘두르며 파워워킹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건강기자로 일하면서 정말 수백번 ‘운동하라’고 촉구하는 기사를 썼는데, 이제 그 결실을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론 마음이 뿌듯하다.

 그러나 운동도 제대로, 똑똑하게 해야 한다. 자기 체력에 맞게 운동하면 그만이지, ‘똑똑한 운동법’이 어디 있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똑똑하게 운동하지 않으면 운동한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부상을 입어 낭패를 보게 된다. 특히 40대 중반 이후엔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똑똑한 운동을 위해 첫째, 준비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준비운동은 우리 몸을 안정 상태에서 운동 상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굳어 있는 발목, 무릎, 허리, 어깨, 목 등의 관절을 풀어 관절의 가동(稼動) 범위를 넓혀 주고, 근육에도 많은 피를 보내 힘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준비운동의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사람들은 귀찮고 재미없어서 대부분 준비운동을 생략한다. 공원이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뛰거나 파워워킹을 하고,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아, 내가 운동을 하는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도 들고, 또 재미도 있다. 이런 운동을 하면 엔돌핀 분비도 촉진돼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준비운동은 동작 자체가 따분하고 지루하다. 도무지 정적(靜的)이라서 재미가 없다. 더군다나 준비운동은 왠지 모르게 운동같이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준비운동 할 시간에 10분이라도 더 뛰겠다고 말하곤 한다.

 아직도 팔팔한 20대라면 준비운동이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관절이 워낙 유연하기 때문에 관절을 삐거나 다칠 확률이 그만큼 적다. 그러나 30대 후반이 넘었다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 이 시기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온 몸이 잔뜩 수축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준비운동 없이 의욕만 앞세워 운동을 했다가는 얼마 안 돼 어깨나 허리, 무릎, 발목 등에 탈이 나게 마련이다. 운동 전문가들은 10분 정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라고 권하는데, 10분이 길다면 5분이라도 스트레칭을 해서 몸을 풀어준 뒤 운동을 해야 한다.



 국군도수체조는 절대 하지마라

 준비운동은 동작을 아주 천천히 정적으로 해야 한다. 준비운동을 하라면 학교에서 배운 맨손체조나 군대에서 배운 국군도수체조를 떠올리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힘차게 몸을 비틀며 팔을 뻗고 반동을 줘서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맨손체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동작은 매우 빠르고 동작의 범위가 크다. 그 자체가 준비운동으론 매우 부적절하고 과격한 운동이다. 이 때문에 맨손체조(국군도수체조)를 하다 팔과 다리를 삐는 사람도 많다. 준비운동은 마치 태극권처럼 매우 느리고 정적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동을 줘서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기보다는 허리를 천천히 굽히고, 굽힌 상태를 10초 정도 유지해야 하며, 목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빙글빙글 돌리기보다는 왼쪽 또는 오른쪽, 앞뒤로 목을 숙이거나 기울여 한참 동안 정지하는 게 좋다. 그래야 근육과 관절이 충분히 풀어진다.

 둘째는 근육운동의 중요성이다. 규칙적으로 운동한다는 사람에게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달리기, 걷기, 등산, 자전거 타기, 인라인 스케이팅 같은 유산소운동을 한다고 대답한다. 역기를 들거나 벤치 프레스 같은 근육운동을 한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은 심폐 지구력을 높이고,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유산소 운동이야말로 심장병과 당뇨병 등 성인병(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날씬한 몸매를 갖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러나 정말 똑똑하게 운동을 하려면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을 동시에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만 하는 것은 마치 편식을 하는 것과 같으며, 두 가지 운동을 동시에 할 때 우리 몸은 가장 이상적으로 발달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근육세포가 소실되면서 근육 자체가 점점 위축되는데, 이 때문에 위기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부상이나 사고를 당하게 된다. 따라서 특히 중년 이상은 반드시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

 요즘은 모든 사람의 관심이 다이어트에 집중돼 있는데, 정말 살을 빼서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다면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두뇌 다음으로 열량 소비가 많은 조직이다. 동일 분량의 지방조직보다 세 배가량 칼로리 소모가 많다는 얘기도 있다. 따라서 지방을 빼고 그 자리에 근육이 생긴다면 산술적으로 예전보다 세 배나 많이 먹어도 체중을 현재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도 살을 빼는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이 물음의 정답은 근육운동이다. 근육이 생기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살을 빼는 데는 유산소운동이 더 효과가 뛰어나지만, 정말 체중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 즉 근육체질이 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셋째는 적절하게 운동하라는 것이다. 사실 운동은 일주일에 3~5회만 하면 충분하다. 운동생리학자들은 더 이상 무리하게 운동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피곤하고 힘들다면 차라리 운동을 하지 않고 잠을 더 자는 게 좋다. 저녁때도 마찬가지다. 피로가 축적돼 온 몸이 물 먹은 솜뭉치처럼 늘어져 있는데, 억지로 운동을 하는 것은 몸을 혹사시키는 일이지 운동이 아니다. 물론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운동을 할 필요가 있지만, 운동 습관이 붙은 사람은 반드시 매일 운동할 필요가 없다.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인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몸 안에서 유해산소(프리라디컬)란 물질이 다량 생성되는데, 이것은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주범으로 밝혀져 있다. 유해산소란 호흡 과정에서 산소가 연소돼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운동을 하면 유해산소도 생성되지만, 유해산소를 차단하는 여러 가지 방어물질들도 분비되므로 적절하게 운동하면 세포 노화가 촉진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운동을 하면 유해산소의 생성량이 너무 많아져 세포의 노화가 촉진된다. 일반적으로 마라톤같이 과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적절하게 운동하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고 알려져 있다.

 넷째는 무리한 운동 목표를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주변에서 보면 “석 달 안에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겠다”, “일년간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우는 사람이 많다. 또 동남아 등지로 골프여행을 떠나서 하루에 36홀씩 2박3일 골프만 치고 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운동을 할 때는 자신의 체력과 나이를 감안해야 한다. “내가 이래봬도 한때는…”이라며 힘자랑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생각만 옛날 그대로지 몸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나이가 든 자신의 체력에 맞게 운동 계획을 다소 소극적으로 세워야 한다.

 마라톤이나 등산, 골프 같은 운동을 무리하게 하는 사람 중에선 특히 관절을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조심해야 한다. 이제 웬만하면 9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때까지 인공관절 수술 받지 않고 자기 관절로 잘 지내려면 관절도 아끼고 조심해서 써야 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우리 주위엔 운동중독증이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에서 베타 엔도르핀이란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의 화학구조가 마약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못하면 불안해 하게 된다. 모든 운동은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는데, 운동 중독증에 빠진 사람은 베타 엔도르핀의 강력한 진통 효과에 취해 자신의 관절이나 근육이 손상된 것도 모르고(또는 무시하고) 운동을 계속하다 결국 부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너무 지나친 운동은 중독성이 있어서 몸을 상하게 하며,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