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드러커의 ‘지식경영’이 화두가 되었을 때 경영학자들은 국내기업 중 지식경영을 가장 잘 실행하고 있는 곳으로 포스코와 삼성전자를 꼽았다. 제철이란 업종에서 오는 투박한 이미지 때문에 포스코가 지식이란 단어와 매끄럽게 연결되진 않지만 일류기업 포스코가 있기까지 그 근간에 지식경영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포스코의 지식경영 최선봉에 선 이는 이구택(59) 회장이다. 그 자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독서를 통해 다진 다양한 간접 경험으로 경영, 판매 등의 낯선 분야에서도 문제점을 개선하고 장기비전을 제시하는 남다른 능력을 발휘해 왔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걸 확신합니다. 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진리입니다. 그러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죠. 하나 아쉬운 건 회장이 되고 난 후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줄었다는 겁니다. 독서는 특별히 관심을 가진 분야의 책만 읽지 않고 여러 분야의 책을 잡다하게 읽는 편입니다. 해외 출장 시 지루한 비행기 안에서는 추리소설도 즐겨 읽어요. 또 책을 첫 장부터 끝 장까지 꼼꼼히 정독하기보다는 책을 넘기다 흥미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만 주의 깊게 읽습니다.”

 이 회장은 특히 기억에 남는 책으로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들었다.

 “포스코는 이미 위대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될 여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가 제시해 주고 있었던 거죠. 특히 위대한 기업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거기에 맞는 인재를 뽑아 쓰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를 미리 뽑고 그 인재들이 할 일을 찾아 하도록 만든다는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달라는 요청에 이 회장은, 위대한 리더는 시저보다 소크라테스에 가까우며, 버스에 적합한 사람을 먼저 골라 태운 뒤 어디로 차를 몰지 정하는 것이 현명하고, 여우처럼 좌고우면하기보다 고슴도치처럼 큰 한 가지에 ‘올인’하는 것이 낫다고 정리했다. 간단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이구택 회장은 이 외에 특히 흥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미래의 주요한 사회 변화를 예측함으로써 경영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 피터 드러커의 <Next Society>를 들었다.

 독서와 지식경영에 대한 열의를 이 회장은 자신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올 초 포스코에 평생학습제를 도입한다고 공표했다.

 평생학습제란 근무일 중 부서별 인력여건, 직원 니즈 등을 고려해 연간 5~10일의 평생학습일을 지정, 자기계발이나 직무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학습 프로그램으로는 비즈니스 매너, 취미강좌, 독서토론, 전시회, 문화체험 등 ‘교양문화 학습영역’, 6시그마·변화관리나 윤리의식 함양과 같은 ‘기업가치공유 학습영역’, 전문자격 취득이나 문제해결 워크숍을 비롯한 ‘직무역량 학습영역’ 등 세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인적자원의 능력을 신장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평생학습제를 도입했다”는 설명에서 포스코와 이구택 회장의 저력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