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라는 쾌거를 이룬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9월 2일 온라인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라는 쾌거를 이룬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9월 2일 온라인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2주 연속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발매 첫 주 정상을 차지한 후 내림세를 보일 거라는 예상을 깬 성과다. 반면, 발매 첫 주의 1위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다이너마이트’는 그동안 BTS가 고수해왔던 전략을 비켜난 곡이다. 우선 처음으로 100% 영어 가사를 채택했다. 일반 미국 대중은 자막이 있는 영화는 아예 볼 생각도 안 한다. 언어 장벽이 그만큼 공고하다. 그렇기에 ‘다이너마이트’의 영어 가사는 이 장벽의 우회로다. 이는 ‘핫 100’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빌보드의 양대 차트는 싱글 차트인 ‘핫 100’과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이다. 2018년 5월 ‘LOVE YOURSELF’와 ‘Tear’로 처음 빌보드 200의 정상에 오른 후, 지난 3월 ‘MAP OF THE SOUL’까지 네 장의 앨범을 연속해서 앨범 차트 1위에 올렸다. 반면 ‘핫100’에서의 성과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앨범의 ‘ON’이 4위까지 올랐던 게 기존의 최고 기록이었다.

격차의 이유는 두 차트의 집계 방식 차이에 있다. 앨범 차트는 철저하게 판매량 기준이다. BTS의 성공 비결을 얘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충성스러운 팬덤, 아미(ARMY)의 행동력과 구매력만으로 1위가 가능하다. 반면 핫 100은 이보다 복잡하다. 판매량과 스트리밍, 유튜브 조회 수 그리고 미국 라디오 채널의 송출 횟수를 조합해 순위를 매긴다. ‘ON’이 디지털 세일과 유튜브 조회 수에서 압도적 기록을 보였음에도 4위에 머문 이유는 딱 하나다. 라디오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한국어 가사 때문이다. 그런데도 BTS는 데뷔 이후 줄곧 고수해온 한국어 가사에 대한 원칙을 놓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리더인 RM은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핫 100과 그래미 후보는 우리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단지 목표죠. 우리는 1위를 하기 위해 정체성이나 진정성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만약 우리가 갑자기 모든 가사를 영어로 노래하거나 다른 것들을 바꾼다면 그건 BTS가 아니죠.”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음악 환경을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한 후, 즉 월드 투어를 비롯한 오프라인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그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최근 USA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슈가는 말했다. “세상이 직면한 상황이 변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잘할 수 있는 걸 생각했죠. 우리가 진짜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그게 ‘다이너마이트’였어요.” 영국의 신예 작곡가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메인송라이터에 이름을 올린 ‘다이너마이트’는 그들의 이전 음악들보다 보편적인 팝 성향의 곡이다.

힙합과 EDM 대신 디스코 비트 위에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를 얹었다. 친대중적인 노래라는 이야기다. 마지막 고지를 정복하기 위해 팬덤과 업계가 합심했다. 그들의 미국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콜롬비아 레코드 책임자들이 버스를 타고 미국 라디오 DJ들의 집을 방문해 사전에 노래를 들려줬다. 당연히 아미도 총공세를 펼쳤다. 

모두가 이 결과에 찬사를 보낸 건 아니다. K팝(k-pop) 팬덤의 그늘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 아이돌 팬덤에는 일상 용어와도 같은 ‘스트리밍 총공’의 결과라는 것이다. BTS의 팬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셜미디어(SNS)인 트위터에는 온갖 형태의 팬 계정이 존재한다. 그중 그들의 빌보드 성적을 주로 트윗하는 계정이 ‘다이너마이트’의 스트리밍 방법을 ‘지령’ 형식으로 올렸다. 이 계정의 팔로어는 140만 명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라, 돈이 없어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모금 계정도 있다. 한 명 한 명이 사력을 다해 스트리밍을 돌리는 걸 넘어 매뉴얼을 만들고 전파했다. 이런 조직적 행동이 ‘다이너마이트’의 1위를 견인한 요인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한 이분법적 판단을 보류하려고 한다. 이전의 팝계에도 싱글 음반을 월마트 같은 곳에서 덤핑 판매한다거나, 다른 음반의 할인 쿠폰을 끼워준다거나 하는 불공정 행위들은 존재했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손’을 조종하는 힘이 업계에서 팬덤으로 넘어간 것일 뿐이라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다. 얼마 전까지 한국 음원 차트를 놓고 사재기 논란이 있었던 것과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세계로 퍼진 한국 아이돌 문화

나는 이 논란의 근원에서 K팝이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음악 장르로서의 K팝을 이야기할 때 랩과 노래의 적절한 혼용, 군무를 염두에 둔 구성 같은 요소가 거론된다. 그러나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장르는 그저 음악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함께 따르곤 했다. 패션과 술, 심지어 마약까지 폭넓었다. ‘헤비메탈 스타일’ ‘레게 스타일’ 등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해당 장르 팬들 다수가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부정적인 이미지인지 그 반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방 본능의 결과다. 우리는 그것을 문화라고 부른다.

2000년대 MP3의 등장으로 몰락하기 시작한 음반 시장에서 아이돌 팬덤은 음반을 몇 장, 아니 몇십 장씩 사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스트리밍의 등장과 함께 음반 사재기는 스트리밍 총공’으로 진화했다. 일본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팬덤끼리 경쟁이 붙으며 일종의 정치가 됐다.

총공을 통해 ‘나의 아이돌’이 ‘차트 올킬’을 달성하는 것을 기뻐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기성세대는 이런 행동을 철없다고 여겼다. 부질없다. 언제나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의 염려를 무시하는 법이니까. 한국 아이돌 시장은 국내에서 아시아로, 나아가 세계 전역으로 커졌다. 해외의 K팝 팬덤 또한 한국 팬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됐다. 음반을 몇십 장씩 구매하고 스트리밍 총공에 동참했다. K팝 시장의 세계화 정도는 팬덤 문화의 확산 정도와 정비례했다.

그 결과, K팝 팬덤은 그 어떤 장르보다 강고한 결속력을 가지게 됐다. 그중에서도 절대적인 지분을 가진 BTS의 팬덤이 ‘다이너마이트’ 1위에 충성적으로, 조직적으로 기여했다. 결과는 ‘팬덤 정치’의 위력이 최종 진화형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어떤 장르건, 팬들은 뭉쳤다. 페스티벌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우리가 아는 음악의 역사다. 하지만 어떤 장르의 팬들도 이토록 충성적이고 조직적이지는 않았다.

‘다이너마이트’는 2주째 1위를 지켰다. 전주에 비해 스트리밍은 반 토막 났다. 늘어난 라디오 플레이가 대권 연장의 바탕이 됐다. 그만큼의 아미가 늘어나고 있다. 나는 최근 몇 년간, BTS의 행보에 대해 ‘이제 시작’이라는 말을 쓰곤 했다. 이번에도 같은 말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BTS와 아미가 음악 시장의 판도와 질서를 어떻게 바꿀지, 여전히 끝을 짐작할 수 없다. 여전히 시작 단계일지도 모른다.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일일공일팔 컨텐츠본부장,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MBC ‘나는 가수다’,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 및 자문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