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나폴리 전경.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나폴리 전경.

‘세계 3대 미항’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Vedi Napoli e poi muori)’ 등 이탈리아 반도 남부에 자리잡은 나폴리를 향한 수식어는 참으로 많다. 물론 최근 치안 문제를 비롯해 좋지 않은 소문들이 있다지만, 나폴리를 비롯한 카프리·소렌토·아말피 등 근교의 눈부신 자연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예술가들을 불러모아 그들의 작품에 영감을 주고 또 우리는 그 작품을 통해 마음껏 호사를 누리고 있다.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아름다운 동산 행복의 나폴리.’

나폴리 하면 떠오르는 친숙한 노래, 바로 ‘산타루치아’다. 노래는 항만으로 들어오는 선원의 눈으로 바라보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가사와 힘찬 선율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 곡은 ‘칸초네 나폴레타나(Canzone Napoletana)’로 불리는 나폴리 전통가요다.

칸초네 나폴레타나의 기원은 무려 13세기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랑을 비롯해 인생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수백년에 걸쳐 구전되면서 현재까지 이탈리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다.

칸초네 나폴레타나는 19세기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인 도메니코 도니제티(Dome nico Donizetti·1797~1848년)가 자신의 오페라 작품에 차용하기도 했다. 월드컵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음악 행사로 자리잡은 스리 테너(Three Tenors) 공연의 피날레 곡으로도 친숙한 ‘오 솔레 미오(O Sole Mio)’가 19세기 후반 발표되면서 이 장르는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나폴리 지역 및 이탈리아에서의 유명세야 당연하다고 하지만, 칸초네 나폴레타나가 어떻게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 잘 알려졌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전해지기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있었던 나폴리 사람들의 아메리카 대륙 대이주, 같은 시기 전 세계를 호령한 나폴리 출신의 명 테너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1873~1921년)의 공헌이 크게 작용했다. 

나폴리 음악의 정체성은 칸초네 나폴레타나뿐 아니라 오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17세기부터 이 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음악인을 칭하는 나폴리 학파가 성립되면서 이들이 오페라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일례로 19세기 중반 음악학자인 조셉 슐터(Joseph Schulter)는 나폴리 학파와 함께 현대 음악사를 주름잡았는데, 이들에 의해 음악이 감정·감성·열정이라는 언어를 품게 됐다고 기록됐을 정도다. 

프란체스코 프로벤찰레를 필두로 바로크 음악의 거장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 요한 아돌프 하세, 프란체스코 만치니 등이 나폴리 학파에 속했다. 이들은 레치타티보(오페라나 종교극에서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와 다 카포 아리아(아리아의 한 형식으로 A-B-A순으로 구성) 등을 오페라에 차용했고 음악인들에게 잘 알려진 나폴리 6화음도 확립했다. 또 감정선이 극적으로 잘 드러나게 곡 형식을 다듬어 오페라 세리에(그리스신화나 고대 영웅담을 엄숙하고 비극적으로 그린 이탈리아 오페라)가 오페라의 주요 장르로 확립되는 데도 기여했다. 나폴리 학파는 당시 나폴리를 유럽 음악의 중심도시로 떠오르게 했고, 이 덕에 나폴리는 주요 도시였던 로마·베니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용을 떨칠 수 있었다.

나폴리의 오페라하우스인 산 카를로 극장 내부. 사진 위키피디아
나폴리의 오페라하우스인 산 카를로 극장 내부. 사진 위키피디아

이들이 활동하던 나폴리 중심부의 산 카를로 오페라 대극장은 카를로스 7세 명으로 1735년 3285석이라는 어마어마한 좌석을 갖추게 됐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베니스의 산 펠리체 극장보다 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규모뿐만 아니라 명성도 대단해 나폴리 학파 작곡가뿐 아니라 18세기의 해외 작곡가 및 음악인들에게는 산 카를로 극장에서의 공연이 곧 경력의 정점을 상징할 정도였다. 


나폴리 향취 묻어나는 기악곡도 다수

18세기가 지나고 19세기에도 산 카를로 극장의 명성은 여전히 유럽 최고의 오페라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18세기 초반 조아키노 로시니(Gioachino Rossini)가 7년간 음악감독으로 자리하며  ‘이집트의 모세’ ‘오텔로’를 비롯한 오페라 작품 10개를 이곳에서 발표했다. 이후 새 음악감독으로 온 도메니코 도니제티는 15년간 극장에 머물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를 발표했고,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등 기라성 같은 작곡가들이 앞다퉈 이곳에서 작품을 발표했다. 

나폴리의 향취가 묻어나는 기악 작품들도 많다. 프란츠 리스트는 자신의 이탈리아 여행과 나폴리 칸초네 나폴레타나로부터 영감을 받아 피아노곡인 ‘베니스와 나폴리’편 제3곡 ‘타란텔라’를 작곡했다.



▒ 안종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연주학 박사, 함부르크 국립음대 기악과 강사

Plus Point

프란츠 리스트
타란텔라(Tarantella)

나폴리의 햇살이 가득한 곡들

엔리코 카루소
칸초네 나폴레타나 모음집 (Canzoni Popolari)

나폴리 출신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부른 칸초네 나폴레타나 모음집. 풍성한 성량과 함께 음과 음 사이를 여유롭게 오가는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이탈리아 남부의 여유와 낭만을 풍요롭게 선사한다. LP음반의 잡음마저도 낭만적으로 들리는 음반이다.

남부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춤곡인 타란텔라는 나폴리에서 서식하는 타란툴라라는 독거미에 물려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4분의 2 또는 8분의 6 박자 계열의 빠른 리듬과 정열적인 캐릭터가 특징이다. 리스트는 여기에 자신만의 상상력과 비르투오시티(거장적 화려함)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