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구글 트렌드를 통해 인간의 진짜 속마음을 까발린다.
저자는 구글 트렌드를 통해 인간의 진짜 속마음을 까발린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이영래 옮김|더퀘스트
1만8000원|360쪽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새로 산 신발이 얼마인지, 그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 거짓으로 말한다. 하지 않을 것이면서도 연락하겠다고 말한다.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울한데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거짓말은 설문조사에서도 이어진다. 여론조사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예견하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하기 창피해서, 어떤 이들은 트럼프로 마음을 굳혔으면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를 망치기 위해 거짓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구글은 진실을 알 수 있다. 

데이터 과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트럼프 지지층이 평소 심각한 흑인 비하 단어인 ‘깜둥이(nigger)’를 검색하던 인종주의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서 깜둥이 검색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설문조사원들이 물었을 때 굳이 흑인을 혐오하며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인터넷에서 흑인을 놀릴 만한 농담거리를 찾아볼 뿐이다. 


“사람의 생각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

저자는 ‘구글 트렌드’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했다. 구글 트렌드는 특정 단어가 지역별·시간별로 얼마나 자주 검색되는지를 알려주는 구글 서비스다. 구글 검색 결과가 유의미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가 많아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솔직한 생각을 검색창에 내놓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성인사이트인 ‘폰허브’에서 남성들이 찾는 100대 검색어 중 열여섯 개는 근친상간을 주제로 한 포르노였다. ‘새엄마와 아들’ ‘엄마와 아들’과 같은 검색어처럼 다수에서 엄마와 아들이 등장한다. 구글 트렌드는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기는 남성 심리)’를 더 뚜렷하게 말해준다. ‘나는 내 XX와 성관계하고 싶다’라는 형식의 모든 검색을 고려했을 때 4분의 3이 근친상간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구글 트렌드는 가짜로 점철된 페이스북 포스팅에 대해서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페이스북에 남자친구와 여행 다녀온 휴가 사진 26장을 올린 여성이 사진 포스팅 직후, 구글에 ‘남자친구가 나와 성관계를 갖지 않으려 해요’라는 질문을 올리는 식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쓴 세계적 석학 스티븐 핑커는 “이 책은 사람의 생각을 연구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극찬했다. 성관계부터 증오와 편견, 아동학대와 낙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민낯을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이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고령화 시대, 부모 자식 간 관계 설정
이제는 부모를 버려야 한다
시마다 히로미|김나랑 옮김|지식의날개
1만4000원|200쪽

부모를 버리라니.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에게 효도는 못할망정 이 무슨 도발적인 제목인가. 올해 65세인 저자는 진지하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 10건 중 1건은 이른바 ‘간병 살인’이다. 오랜 세월 노부모를 간병하다가 정신적·경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그리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고 한다. 비록 패륜으로 삶을 마감했지만, 간병 살인 가해자의 공통점은 평소 주변으로부터 ‘효자’로 불리던 이들이다. 저자는 고령화 시대 효도가 불효보다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부모가 자식을 먼저 버릴 것을 권한다. 다소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의 주장은 부모 자식 간의 유대 관계를 좀 더 느슨하게 하라는 주문이다. 서구처럼 자식이 성인이 되면 당장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했더라도 독립적으로 살아가도록 두라는 것이다. 오래도록 얹혀산 대가는 끝을 알 수 없는 노부모 간병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저자는 이 대목을 강조한다. 유교 문화권인 한국 독자들에게 저자의 주장은 도전일 수밖에 없다. 고령화 시대 부모와 자식의 공존을 위한 하나의 극단적인 방법 정도로 참고해볼 만하다.


경제학판 알쓸신잡
어원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
김경원|세종서적
1만5000원|244쪽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뉴욕 맨해튼에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Wall Street)’가 있다. 17세기 들어 맨해튼에는 네덜란드인들이 들어와 자리잡았다. 그런데 1652년 영국과 네덜란드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맨해튼 거주 네덜란드인들도 영국의 공격에 대비해야 했다. 네덜란드인들은 ‘월(Wall)’을 쌓기로 하고 섬의 서쪽과 동쪽을 가로지르는 약 4m 높이의 나무 울타리를 설치했다. 그러나 벽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지역은 영국군에 함락됐다. 벽이 있던 자리에 도로가 나면서 월스트리트라 이름 붙었다. 네덜란드인들이 정착 초기부터 벽 근처에 모여 주식·채권을 거래했는데 이것이 1792년 뉴욕증권거래소의 효시가 됐다. 네덜란드인들은 공매도, 작전 등 현재 증시에서 쓰이는 기법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배경으로 월스트리트는 미국 경제의 심장이자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이기도 했다. 

‘집안일을 관리하는 집사’라는 뜻에서 출발한 ‘이코노미(economy)’, 프랑스와 같은 어원인 ‘프랜차이즈(Franchise)’ 등 경제·금융 키워드를 어원을 통해 풀어내는 이 책은 경제학판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거짓말
나쁜 피
존 캐리로우|크노프
27.95달러|352쪽

‘여성 스티브 잡스’로 불리던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가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홈스가 19세 때 설립한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질병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내세우며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으로 전 세계 주목을 받던 상황이었다. 희대의 사기극은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에서 제공하는 기술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테라노스와 홈스의 거짓말을 보도한 WSJ의 존 캐리로우 기자가 쓴 이 책은 출간한 지 일주일 만에 아마존 주간 베스트셀러 8위(5월 27일 기준)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책은 어떻게 홈스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기업가가 될 수 있었는지, 어떻게 노련한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홈스가 주장한 피 한 방울로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놀라운 콘셉트가 사실은 실행 불가능하거나, 약속된 내용 중 극히 일부만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홈스를 ‘미치광이 리더’로 묘사한 책은 소설만큼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