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M의 ‘790어드벤처R’ 모델. 다카르랠리에서 얻은 기술을 도입한 오프로드 바이크다. 차체 구성이나 성능이 랠리머신 수준으로 제작돼 오프로드 비중이 더 크다. 사진 월간 모터바이크
KTM의 ‘790어드벤처R’ 모델. 다카르랠리에서 얻은 기술을 도입한 오프로드 바이크다. 차체 구성이나 성능이 랠리머신 수준으로 제작돼 오프로드 비중이 더 크다. 사진 월간 모터바이크

모터바이크가 이동 수단을 넘어 레저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최근 트렌디한 분야를 꼽자면 오프로드다. 오프로드는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바이크 장르다. 우리가 흔히 오프로드 바이크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것처럼 외관도 범상치 않다. 뾰족한 디자인과 커다란 와이어 스포크휠(자전거처럼 가느다란 와이어로 만들어지는 휠)이 특징이다. 다양한 장르의 오프로드 모터바이크를 장르와 함께 소개한다.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면 더 큰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오프로드 바이크는 크게 모토크로스와 엔듀로로 나뉜다. 모토크로스는 점프대와 굴곡진 오프로드 트랙을 빠르게 달리는 경기를 위한 바이크다. 엔듀로는 별도의 코스나 산속에서 장애물과 험로를 달리는 경기를 위해서 만들어진 바이크다. 두 장르의 바이크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엔진과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의 세팅, 차체의 구성이 조금 다르다. 쉽게 구분할 방법은 헤드라이트의 유무. 트랙을 달리는 모토크로스는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헤드라이트가 없지만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도로 구간을 달리기도 하고 야간 주행도 가능한 엔듀로 바이크는 헤드라이트가 기본 장착된다.

전용 트랙이 필요한 모토크로스와 달리 엔듀로는 산길을 비롯해 다양한 코스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국내에서 압도적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하드엔듀로가 인기다. 유럽에서 시작된 장르인데, 코스 난도를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테크닉과 체력이 골고루 필요하다. 험한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 코스 난도가 높고 힘이 들수록 성취도가 큰 한국인의 정서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엔듀로 바이크 무게는 100㎏ 언저리. 여기에 250~500㏄ 배기량 엔진을 얹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속 토크가 좋고 다루기 쉬운 4스트로크 모델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전자제어 인젝션 방식의 2스트로크 모델이 등장해 인기를 양분하고 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다 달릴 수 있는 듀얼퍼포즈 바이크 중에 장거리 투어에 적합한 모델을 어드벤처 바이크라고 부른다. 현재 가장 핫한 장르인데, 앞으로 인기가 높아질 전망이다. 온로드 바이크에 오프로드 주행을 대비한 서스펜션과 휠을 장착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슷하다. 오프로드를 대비하다 보니 터프해지는 디자인도 인기 비결이다. BMW모토라드의 GS시리즈가 이 장르를 대표하고 있고 현재 배기량과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6개의 GS모델이 출시될 만큼 브랜드 내에서도 비중이 높다. 대세를 증명하듯 다른 브랜드에서도 어드벤처 장르 바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어드벤처 바이크는 장거리 주행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크고 무겁다. 물론 어느 정도 달릴 수는 있지만 본격적인 험로 주행은 힘들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바이크 성능이 좋아지는 데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해낼 때의 높은 쾌감 덕분에 어드벤처 바이크로 진짜 오프로드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거대한 듀얼퍼포즈 바이크가 험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탄스럽다. 특히 BMW는 GS로 오프로드를 달리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경기인 ‘GS트로피’로 유명하다. 2020년에는 뉴질랜드에서 GS트로피가 열리는데, 이 대회에는 지난해 국내 선발전을 통해 선발된 3명의 선수가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참가한다.

이렇게 오프로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좀 더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어드벤처 모델도 등장한다. 혼다 아프리카 트윈은 듀얼클러치 기술의 오토매틱 미션에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어드벤처 스포츠를 선보였고, KTM은 다카르랠리에서 얻은 기술을 투입한 790어드벤처R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차체 구성이나 성능이 랠리머신 수준으로 제작돼 오프로드 비중이 더 크다.


1 인디안 모터사이클의 FTR 1200. 사진 월간 모터바이크 2 KTM 300EXC. 사진 월간 모터바이크 3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 사진 월간 모터바이크
1 인디안 모터사이클의 FTR 1200. 사진 월간 모터바이크 
2 KTM 300EXC. 사진 월간 모터바이크 
3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 사진 월간 모터바이크

울퉁불퉁 비포장길도 빠르고 재밌게

포장도로보다 비포장도로가 더 많던 시절에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더 빠르고 재밌게 달리기 위해 개조된 모델에서 시작된 것이 스크램블러다. 지금은 카페레이서와 함께 클래식 바이크를 대표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스크램블러는 레트로 모터바이크 붐에 편승해 인기가 오르던 차에 최근 오프로드에 조금 더 집중하는 모델이 나와 인기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출시한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는 스크램블러 스타일에 오프로드에 대비한 대형 휠과 서스펜션을 장착해 성능이 좋다. 순정 상태로 멕시칸 1000랠리에 참가해 1000마일(1600㎞)이 넘는 구간을 완주하고 종합 5위를 기록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함께 경쟁한 랠리머신들의 두 배가 넘는 무게를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플랫트래커는 흔히 스크램블러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그 뿌리가 레이스트랙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포장되지 않은 평평한 흙으로 만든 타원형의 트랙을 한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며 경쟁하는 플랫트랙 레이스가 그 뿌리다. 플랫트랙 레이스는 미국에서 시작돼 리어를 미끄러트리며 펼쳐지는 경기다. 코스가 단순한 만큼 미끄러지는 바이크들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경쟁이 관람객에게 짜릿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람석에서 한눈에 트랙 전체가 보이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플랫트랙 레이스에서 활약 중인 인디안 모터사이클의 FTR 1200은 플랫트랙 레이서를 그대로 도로 위에 적응시킨 모델이다. 이름부터 플랫트랙 레이서의 약자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레이스머신인 FTR750으로부터 차체 실루엣과 구성, 주행 특성까지 많은 부분을 물려받았다. 험로주행보다 시 외곽의 비포장도로를 즐겁게 달리기 좋은 세팅이다. 물론 도로 위에서도 화끈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일상이 재미없다면 도로 밖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엔듀로부터 어드벤처와 스크램블러, 플랫트래커까지 무엇이든 좋다. 틀을 벗어난 작은 일탈은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