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공부로 돌파한다는 최고의 강사이자 지식 유튜버 김미경. 그는 “김미경은 오프라인에서는 유명해도 온라인에서는 미미한 존재”라며 “바꿔 생각하면 오프라인 관객들은 ‘김미경이 오래 해 먹는다’ 싶겠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신제품”이라고 했다.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위기 때마다 공부로 돌파한다는 최고의 강사이자 지식 유튜버 김미경. 그는 “김미경은 오프라인에서는 유명해도 온라인에서는 미미한 존재”라며 “바꿔 생각하면 오프라인 관객들은 ‘김미경이 오래 해 먹는다’ 싶겠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신제품”이라고 했다.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경제 전문가들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를 기회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예상해요. 혼돈이 정점을 찍으면 이제 서서히 감춰졌던 질서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겁니다.”

달라진 세계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갈까? 수많은 전문가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예견을 쏟아내는 가운데, 117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지식 유튜브 ‘김미경TV’의 김미경 연남 크리에이티브 대표가 내놓은 ‘코로나 솔루션 노트’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작심한 듯 ‘김미경의 리부트’라는 타이틀로 출간된 그의 책은, 현장과 떨어진 학자의 ‘희뿌연’ 언어가 아니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폐업에 몰린 자영업자, 실직한 회사원, 개인의 몸을 부축해서 일으키는 공감의 언어, 코치의 언어, 생계의 언어가 갈피마다 선명하다. 그 스스로 이 코로나19 재난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모든 강의가 올스톱되고 경영 위기에 처한 채), 혼돈 속에 숨어 있던 질서를 하나씩 찾아내는 스토리텔링 과정은 생동감이 넘친다.

위기 때마다 공부로 돌파한다는 김미경을 만났다. 그는 달라진 세상에서 필요한 게 ‘나만의 리부트 시나리오’라고 했다.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쓰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껏 세상 규칙에 떠밀리듯 살다 보니, 내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도 거의 못 해봤다.
“규칙이 무너지고 혼돈이 가득 찬 지금이 기회다. 자꾸 상상하고 써봐야 한다. 무섭다고 몸 사릴 것도 없다. 어차피 사는 거다. 사는 노력은 다 똑같다.”

그 자신,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기 위해 몸으로 안갯속을 헤맸다. 컨설팅 리포트와 신문을 읽고 학자와 금융가, 스타트업 혁신가, 자영업자 등을 만나며 안갯속을 더듬다 보니 희미하던 형체가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아도, 아이를 키워도, 좋은 대학을 못 나와도 시장과 직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는 것을. 수억원의 보증금과 몇천만원의 권리금 없이도 온라인에서 내 가게를 열 수 있고, 기업이라는 중간거래상 없이도 내 능력을 값지게 홍보하고 팔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세상은 넓어지는데 내가 설 곳은 점점 사라지는 이 느낌, 몹시 불길하다.
“판이 흔들려서 그렇다. 특히 어르신들이 ‘난 쓸모없는 존재야’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여러 사회 문제가 생긴다. 내 쓸모를 남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 내가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협업해야 한다. 말이 좋아 협업이지 ‘빡세게’ 공부하는 거다. 이전 세상과 달라진 세상의 차이는 디지털 기술이다. 디지털 마케팅을 몰라도 알아서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다 나와 있다. 카톡 말고 앱 다운받으면 스마트폰 폭발하는 줄 아는 분들(웃음). 그런 세상에 살면 나는 가만 있어도, 내 땅이 작아진다.”

50대 후반인 당신은 어떻게 달라진 세상에 바로 적응했나.
“새벽 5시까지 유튜브 책 읽다가 다음 날 아침, 바로 시작했다. 핵심은 당장 그리고 소박하게.”

당장! 소박하게! 쉬운 듯 어려운 태도군.
“젊은 친구들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훈련돼서 그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나는 일단 마음가짐을 바꿨다. 김미경은 오프라인에서는 유명해도 온라인에서는 미미한 존재다. 바꿔 생각하면 오프라인 관객들은 ‘김미경이 오래 해 먹는다’ 싶겠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신제품이란 말이다. 달라진 세상에선 ‘5%와 10명만 있으면 된다’는 ‘소박한 소울’이 필요하다. 달라진 세계의 법칙이 뭔지 아나? 시작하는 힘이다. 청년들은 ‘성격 나쁜 직장 상사 대처법’이라는 사소한 노하우도 시장에 내놓고, 최소 10명은 그걸 사 간다. 직장 생활 전체가 아니라 ‘상사 대처법’이라는 5%의 노하우를 서로 인정하면서 ‘소셜’이라는 시장이 큰 거다. 생산자는 5%만 완성돼 있어도, 좀 어설퍼 보여도 그걸 공개하고, 피드백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간다. 그걸 소셜 펀딩의 소비자들이 지켜봐 준다. 디지털에 그 5% 사람들의 열망이 가득하고, 그들의 응원이 모여 펀딩으로 가는 거다. 이걸 모르고 ‘내가 삼성에서 30년 있었는데 말이지….’ 이렇게 나오면 말짱 도루묵이다.”

‘5%와 10명’으로 캐주얼하게 시작하면, 왠지 실패해도 용서가 되고 상처도 덜 받을 것 같다.
“실패가 배움의 포인트다. 대신 반응이 미미하다고 실망하지 말고 계속 꾸준히 하면, 정말 아주 조금씩 늘어난다.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가 와서 빵 터지면, 단숨에 1만 명 팬덤으로 올라가는 거다. 이제까지 우리는 그 시장에 진입하려고 중간거래상을 거쳐야 했고, 일명 미들맨(middle men) 격인 회사에 취업하려고 청소년 시기를 다 바쳤잖나. 이제 밤하늘의 우주가 열렸다. 내가 계정 파고 자리 잡고 빛을 내면 거기가 시장이다. 그걸 몸으로 깨달아야 한다. ‘5%와 10명’이라는 소박한 정신으로 디지털 세계로 와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다. 이 시장에선 프리미엄도 없고 제작비도 안 든다.”

김미경TV도 완제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5%만 갖고 3년 동안 천천히 해왔고, 구독자는 어느 순간 11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던진 숙제는 우리가 먹고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아이들이 살 미래 환경을 망쳐놨다는 거다.”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코로나19가 던진 숙제는 우리가 먹고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아이들이 살 미래 환경을 망쳐놨다는 거다.”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지털 세계로 와서 무엇이 가장 놀라웠나.
“기성세대는 밑바닥부터 굴렀다고 하잖나. 자랑삼아 자수성가했다고. 여기선 아니다. 먼저 시작한 사람이 바탕을 다져놓고, 그 노하우를 다 깐다. 자기 기술을 공짜로 하나라도 더 나눠주려고 한다. 더 좋은 세계를 위해서 디지털 도시를 함께 세우겠다는 거다. 확진자, 마스크 약국 앱도 2~3일 만에 나왔잖나. 개발자들이 오픈 소스로 프로그램을 다 열어놔서 가능한 거다. 그 공유 정신이 얼마나 놀라운가?”

‘네 거, 내 거’ 따지는 배타적인 아날로그 정신으로는 디지털의 개방성과 공유 정신을 이길 수 없겠다.
“자기 재능을 공짜로 시장에 내놓는데, 그걸 어떻게 이기나. 그래서 시장이 무진장 빠르게 성장하는 거다. 지금 40~50대는 맘 잡고 디지털로 가기만 하면, 오픈 마켓에서 모든 게 다 공짜로 구비돼 있다. 인스타 마켓?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블로그? 매일 글 한 줄씩만 꾸준히 올려도 된다. 당장 내 휴대전화 업그레이드만 해도 된다. 더는 나를 인증해줄 미들맨에 목매지 말라. 내 주변의 믿을 만한 10명만 고객으로 만들어서 큰 시장에서 다이렉트 거래해야 한다. 우린 이제 달라진 세계에 던져졌다.”

달라진 세계에서 살아가는 공식을 네 가지로 정리했는데.
“원래 내 솔루션 노트에는 열 가지가 넘었는데, 확 줄여서 핵심만 남겼다. 첫 번째, 언택트 두 번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세 번째, 인디펜던트 워커 네 번째, 세이프티. 이 네 가지 공식에 맞춰서 자기 시나리오를 쓰자는 얘기다.”

혹시 인디펜던트 워커가 자칫 허울 좋은 긱 노동자(경제 플랫폼에서 수시로 일거리를 구하는 임시 노동자)가 될 우려는 없나.
“인디펜던트 워커는 이름만 바꾼 프리랜서가 아니다. 일단 디지털 판 자체가 ‘인디펜던트 워커’와 핏이 잘 맞게 바뀌었다. 최적화한 디지털 서비스 안에서 내가 일의 주도권을 쥐는 거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할 것인가’와 ‘어떻게 살고 싶은가’가 일치해야 자존감 있는 인디펜던트 워커가 된다. 자기 가치를 실력으로 실현하려면, 어떻게든 내가 잘하는 핵심 역량, 코어 콘텐츠를 발견하는 게 우선이다. 내가 하면 남과 다르다는 걸 믿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제안한 네가지 공식에 맞춰서 계속 자기 커리어 시놉시스를 상상하고 써봐야 한다.”

예를 들면.
“헤어디자이너라고 가정해보자. 코로나19 시대에 미용실도 쉽지 않다. 일단 세이프티를 생각하면 대형 미용실은 안 간다. 1인 예약제나 방문 서비스로 가보면 어떨까 상상해볼 수 있다. ‘안전하다, 편리하다’를 강조한 카피로 블로그를 만들고 예약 앱 다운받아서 바로 운영할 수 있다. 거기에 데이터가 쌓이면 그게 또 자산이 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한 걸음씩 몸으로 움직여서 하는 거다.”

난관에 봉착할 때 즉각적으로 공부하고 실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건 기질인가.
“하하. 난 그게 가장 재밌다. 생존 공부, 나를 위해서 내가 일하는 게 생존 공부다. 코로나19로 강의 끊겨서 울고 있는 나를 도울 사람이 누가 있나? 나밖에 없잖나. 내가 나를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공부다.”

어른들은 ‘생존 공부’한다지만, 학교도 못 가는 아이들은 앞으로 무슨 공부를 할까.
“기후변화와 철학에 관한 공부가 큰 흐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가 던진 숙제는 우리가 먹고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아이들이 살 미래 환경을 망쳐놨다는 거다. 이대로 가면 더 큰 문제가 온다. 우리는 그동안 미세먼지도, 긴 장마도, 폭염이나 감염병의 위협도 없는 좋은 기후에서 잘 살았잖나. 광장에서 1000명, 1만 명 함께 모이는 행사하면서 울고 웃으며 인간 존재의 희열을 깨달았다. 요즘 초등학생들, 학교 가면 칸막이 치고 떨어져서 ‘혼밥’ 먹는다. 타인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뭐지? 행복이 뭐지? 함께 사는 게 뭐지?’ 탐구하지 않으면, 공존을 해체하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고등학교 1학년인 막내딸하고 인간의 자유에 관해 토론한다. 사실 아이들이 말은 안 해도 지금 엄청 상처를 받았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감염되면 낙인이 찍히고. 어른들도 약해져서 조금만 찌르면 악 소리를 내고, 두려움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한다. 철학이 뭔가. 내 상처에 내가 답하는 거 아닌가. 달라진 세상에서는 다시 철학이라는 학문이 떠오를 거다.”

때론 생각의 속도가 세상의 속도보다 너무 빠르면 헛바퀴만 과하게 돌리다 기운이 빠질 수도 있다. 현실 감각은 어떻게 갖추나.
“그래서 나만의 시나리오가 절실하다. 내 직업에서 앞으로 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구체적으로 써봐야 한다. 거기서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언택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디펜던트 워커, 세이프티 공식에 맞게 정리해 나가야 한다. 미래학자라고 해서 대단한 기술을 쓰는 게 아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일단 다 적어보고 다듬는 게 미래 예측의 시작이다.”

다시 한번 묻겠다. 정말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진심으로 지금이 기회의 시기라고 느끼나.
“따라가지 못하면 위기고 속도를 내면 확실한 기회다. 이번엔 정말 판이 크고 빠르다. 내가 나를 좀 부지런히 도울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장은 늦어서 이미 포화상태 아닌가? ‘포화상태지만, 내 자리는 있다.’ 전속력으로 추격하면 된다. 속상한 게 기업들은 이미 경영 리포트로 솔루션이 다 나왔다. 개인은? 스스로 상상하고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절대로 예전으로 못 돌아간다. 다행인 건 의심을 버리고 안갯속으로 들어오면 서서히 윤곽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