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 항공 재킷, 리바이스 501 청바지,하얀 면티의 탑건 매버릭 룩.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G-1 항공 재킷, 리바이스 501 청바지,하얀 면티의 탑건 매버릭 룩.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항공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보잉 선글라스로도 알려진 에비에이터 선글라스(aviator sunglass: 비행조종사 선글라스)를 낀 톰 크루즈가 ‘가와사키 닌자 H2R’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자, 극장 관중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1962년생 톰 크루즈가 환갑의 나이에 1986년 오리지널 ‘탑건’의 명장면을 멋지게 오마주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탑건’에서 24세 톰 크루즈는 가와사키 GPZ-900R 바이크를 타고 이륙하는 제트기를 따라 질주한다. 경비행기도 아닌 제트기와 경쟁하며 활주로를 달리는 장면을 보며 당시 10~20대였던 X 세대들은 열광했었다. 24세의 반항적이고 무모했던 매버릭이 60세가 되어서도 바이크로 활주로를 질주하고, 제트기를 모는 장면에 수많은 중년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게다가 변함없이 항공 재킷과 청바지,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를 멋지게 소화하고 있다. 

1986년 ‘탑건’의 세계적인 메가 히트 이후, 레이밴의 RB3025 에비에이터 선글라스 그리고 하얀 크루넥 티셔츠와 리바이스 501 청바지, G-1 가죽 항공 재킷은 80년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코닉 룩이 됐다. 특히 레이밴의 RB3025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는 오리지널 ‘탑건’의 상징이다. 매버릭이 착용한 레이밴은 RB3025 에비에이터 클래식 001/62로 출시되며, 녹색 G-15 렌즈와 62㎜ 라지 사이즈의 금색 프레임의 색상 코드(001)를 나타낸다. 맥아더 장군이 썼던 것과 동일한 모델이다. 

1980년대 레이밴은 로고가 박힌 디자이너 브랜드 선글라스의 유행에 밀려 위기를 맞았다. 레이밴은 한물간 고리타분한 브랜드로 외면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톰 크루즈가 영화 ‘위험한 청춘’ ‘탑건’ ‘레인 맨’에서 연달아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출연하며, 다시 유행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무엇보다 영화 ‘탑건’ 개봉 후,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는 판매량이 40% 뛰어올랐다. 그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레이밴의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는 수많은 패션과 아이웨어 브랜드들에 의해 재현됐고, 트렌드와 관계없는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 그리고 영화 ‘승리호’에서 김태리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도 레이밴의 RB3025다. 

레이밴은 처음부터 조종사를 위해 만들어진 선글라스다. 미 공군의 존 맥크레디(John Macready) 대령은 대서양 논스톱 횡단에 성공한 조종사로 유명한데, 고공 비행 시 강렬한 태양 빛으로 인한 눈부심, 구토와 두통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렌즈 제조 회사 바슈롬을 찾아가 눈부심을 방지하면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 특수 렌즈 개발을 요청했다. 바슈롬은 빛, 자외선과 적외선의 침투를 조절하는 녹색 렌즈를 제작하는데, 이 조종사용 선글라스가 레이밴의 시작이다. 레이밴이라는 이름 자체가 자외선과 적외선을 차단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군대 조종사들에게만 제공됐지만, 1937년부터 일반인들에게 판매되기 시작됐다. 초창기의 플라스틱 프레임이 메탈 프레임으로 재탄생됐는데, 골드 메탈 프레임과 국방색이라고도 불리는 밀리터리 그린의 렌즈, 두 렌즈를 잇는 메탈 브리지의 디자인이 레이밴 에비에이터(Ray-Ban Aviator)다. 이후 레이밴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아이웨어 브랜드 룩소티카에 인수됐다. 

레이밴 에비에이터 선글라스와 함께 기억되는 ‘탑건’의 아이코닉 아이템은 리바이스 501 청바지다. 오리지널 ‘탑건’에서 매버릭은 리바이스 501 오리지널 핏 청바지를 입고 상의를 탈의한 채 비치발리볼을 즐긴다. 이 비치발리볼 장면도 ‘탑건’ 팬들이 손꼽는 명장면이 되어 ‘탑건: 매버릭’에서 비치 풋볼 장면으로 새롭게 오마주됐다. 게임은 비치발리볼에서 풋볼로 바뀌었지만, 청바지만 입은 채 상의를 탈의하고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스타일은 같다. 리바이스 501은 모든 청바지의 오리지널이다. 그중에서도 501 스트레이트 핏은 광부용 작업복으로 시작된 세계 최초의 청바지로, 지퍼가 아닌 5 버튼 플라이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1.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재현된 바이크 장면.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2. 콕핏(Cockpit)에서 판매하는 탑건 G-1항공 재킷. 사진 콕핏
1.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재현된 바이크 장면.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2. 콕핏(Cockpit)에서 판매하는 탑건 G-1항공 재킷. 사진 콕핏

그러나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리바이스 청바지가 아닌, 영화를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빈스(Vince)의 DM01 청바지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탑건: 매버릭’의 영화 의상 디자이너 마를린 스튜어트는 긴 촬영 기간에 톰 크루즈가 편안하게 착용하며, 바이크를 탈 때 불편함이 없는 유연한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 빈스와 협력했다고 말했다. 빈스 DM01 청바지는 빈티지 워싱에 클래식한 스트레이트 핏이다. 

또 다른 아이코닉 아이템은 ‘G-1 항공 재킷(G-1 Flight Jacket)’이다. 1930년대쯤에 만들어졌는데, 1938년 미 육군 항공대와 미 해군 조종사 모두에게 제공됐다. 이후 1947년 미 해군이 G-1으로 표준화했는데, 이때부터 진짜 무통(muton·안면을 스웨이드로 마무리한 털이 붙은 양피) 모피 칼라가 적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시대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들어졌지만, 이후 대부분은 갈색 소가죽으로 제작됐다. 영화 속 상황을 보면 매버릭의 G-1 항공 재킷은 그의 아버지 듀크 미첼의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매버릭의 재킷은 해군의 정식 의복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착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 해군 장교들은 흰색 이너웨어를 군복 안에 입는 것을 허락하기 때문에, 매버릭은 그의 G-1 재킷을 항상 흰색 반팔 면 크루넥 티셔츠와 입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매버릭의 재킷에는 17개의 패치가 장식됐다. 이 17개의 패치를 하나로 합쳐 ‘매버릭 패치’로 부르기도 한다. 많은 회사가 매버릭의 패치 카피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위저드 패치(Wizard Patch) 같은 사이트들은 어떤 패치가 어디에 배치되었는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G-1 재킷과 같은 미군 재킷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은 밀리터리 빈티지숍을 뒤지거나 콕핏(Cockpit)에서 주로 구매를 해왔는데, ‘탑건: 매버릭’의 개봉으로 ‘탑건 G-1 항공 재킷’을 리프로덕션해서 특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파라마운트는 알파인더스트리(alphaindustries)와 협업하여 ‘탑건X알파(TOP GUN X ALPHA)’ 라인을 발표하여 탑건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탑건 매버릭 룩’의 매력은 패션에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레이밴 RB3025는 미군 조종사를 위해 개발된 최초의 조종사 선글라스였으며, 리바이스 501 오리지널 핏은 미국 서부 개척 시대 광부들을 위해 개발된 최초의 청바지다. G-1 항공 재킷 역시 미군 조종사들을 위해 개발된 재킷이었으며, 특히 매버릭의 G-1 재킷은 그냥 멋으로 입는 패션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이었다. 

‘탑건’ 패션은 그냥 멋 부림이 아니라, 매버릭이란 남자를 이룬 나라의 역사이자, 가족의 역사 그리고 문화와 정신인 것이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칼럼니스트, 케이노트(K-not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