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 플레이에서 앨리슨 리가 9번 홀에서  샷을 날린 뒤 확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5월 26일 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 플레이에서 앨리슨 리가 9번 홀에서 샷을 날린 뒤 확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5월 23일 재미교포 골퍼 앨리슨 리(27)는 LPGA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골퍼의 불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을 털어놓았다. 글의 한 대목이다. “개막 라운드를 위해 골프장으로 운전해 가는 동안 흥분은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나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골프장에 더 가까워졌을 때 더 큰 불안이 내 몸을 덮쳤다. 나는 숨을 쉴 수 없었고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감정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나는 경쟁하는 것보다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고속도로 벽에 차를 부딪칠 생각도 했다. 사람들은 골퍼의 그런 면을 보지 않는다. 그들은 골퍼의 불안과 정신적 고뇌를 보지 못한다. 어떤 날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모든 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푸른 잔디와 그림 같은 골프장에서 멋진 샷을 날리는 골퍼의 내면이 이렇게 고통받고 있음을 코스 바깥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골퍼라도 불안에 잠식당하면 초보자처럼 실수하고 마는 게 골프다. 고수로 가는 길은 결국 자신의 가능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왜 불안한 존재인가? 로마 신화는 그 기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어느 날 ‘근심 걱정’의 여신 쿠라(Cura)가 강을 건너다 진흙을 모아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런데 마침 하늘의 신 주피터(Jupiter)가 오더니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쿠라는 “내가 방금 진흙으로 형상 하나를 만들었는데 영혼을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피터가 진흙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자 살아 움직이게 됐다. 쿠라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하자 주피터는 안 된다며 그의 이름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던 땅의 여신 텔루스(Tellus)가 일어나더니 “내 몸에서 태어났으니 내 이름을 따라야 한다”고 끼어들었다. 옥신각신하는 세 신의 이야기를 들은 시간의 신이자 농경신인 사투르누스(Saturnus)가 이렇게 판결을 했다. “모두가 다 공평하게 자신의 몫을 찾도록 하겠소. 주피터 당신은 이 아이가 죽으면 당신이 불어넣어 준 그 영혼을 찾아가고, 땅의 신 텔루스는 그의 시체를 가져가면 될 것이오. 그리고 쿠라 당신은 이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 맡아서 기르시오.” 

그리고 ‘흙(humus)’으로 만들어진 아이의 이름을 ‘호모(homo)’라고 했다. 

그래서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쿠라의 소유가 되어 죽는 날까지 걱정과 근심을 하며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신화는 현실의 인간을 반영한다. 

슈퍼 개미 이정윤 세무사는 “인간은 근원적으로 걱정과 근심을 갖고 사는 존재인데 하루에도 수백 번을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주식 투자자의 걱정과 근심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심리는 탐욕과 공포다. 주가가 오를 때는 조금 더 오르겠지 하고 욕심을 부리다가, 탐욕의 결과로 매도 타이밍을 놓쳐 수개월 심지어 수년 동안 고생한다. 주가가 내려갈 때는 공포에 휩싸여 손절매하거나 매수를 망설이다가 바닥권에서 팔거나 또는 최적의 매수 타이밍을 놓치고 하늘만 쳐다보며 신세 한탄을 한다. 시스템이 하는 매매와 인간이 하는 매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정 개입 여부다.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도 바로 감정 때문이다. 

주식을 매수해 주식 보유 상태가 되면 현금 보유 상태에서는 없었던 여러 가지 감정 문제가 발생한다. 주식 보유 시에는 주가 상승에 의한 평가 차익이 발생할 때 탐욕이라는 심리가,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 차손이 발생할 때는 공포라는 심리가 작용한다. 그래서 현금 보유 시기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주식을 매수하던 투자자도 주식 보유 시에는 감정이 개입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주식 보유 시 평온한 마음으로 매수할 때 판단했던 이유와 예상했던 목표 이익 실현 가격 또는 예상 손절매 가격을 떠올려야 한다. 매수할 때 판단했던 이유가 소멸했다면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할 것이며, 이유가 유효하다면 지속 보유를 결정해야 한다. 매수할 때 예상했던 목표 이익 실현 가격, 또는 예상 손절매 가격이 명확하다면 그 가격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매도 주문이 나가야 한다. 

손절매가 패배가 아닌 투자의 한 과정임을 직시할 수 있고 그 현금으로 다음번 매수에서는 이익 실현 매도가 나올 수 있다. 보통 사람의 경우 심리적으로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 났을 때 손실의 슬픔이 이익의 기쁨보다 네 배 정도 크다고 한다. 이 세무사는 “투자자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이익과 손실의 크기가 같을 경우 내 계좌에 미치는 영향도 같다고 굳게 믿고, 내 방법이 맞는다면 내 규칙을 지켜야 장기적이고 규칙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굳게 믿어야 한다”고 했다. 

샷을 날리는 앨리슨 리. 사진 LPGA
샷을 날리는 앨리슨 리. 사진 LPGA

골프도 마찬가지다. 임진한 프로는 “골프는 자신감의 게임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해도 자신감이 무너지면 골프는 끝이다”라며 “어떤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르는 훈련을 평소 해야 한다”고 했다. 골프 초보자들은 대개 슬라이스로 고생한다. 필드에서 첫 티 샷이 한 번 슬라이스가 나면 18홀 내내 슬라이스로 고생하다 라운드를 끝내는 주말 골퍼가 적지 않다. 

임 프로는 “주말 골퍼들은 대개 연습장에서 공을 똑바로 치는 연습만 한다. 그래서는 실전에서 위기가 왔을 때 대응하기 어렵다”며 “초보자라도 자기 나름대로 슬라이스나 훅을 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공 10개를 연습한다면 3개는 훅을, 3개는 슬라이스를 치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든 OB(아웃오브바운즈)를 내지 않고 공을 살리면서 라운드를 지속할 수 있고 공을 다루는 과정에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드라이버가 안 맞으면 3번 우드나 하이브리드로 티 샷을 하고, 띄우는 어프로치 샷이 안 되면 미들 아이언으로 공을 굴리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골프는 꼭 한 가지 방법으로 홀에 공을 집어넣어야 하는 건 아니다. 임 프로는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스코어를 줄이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우선 6개월 정도 레슨받으며 스윙의 기본을 철저히 익힌다. 힘을 빼고 클럽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피니시까지 자신 있게 스윙을 하지 못한다면 어느 수준에서 한계에 부닥치고 만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치면 절대 슬라이스나 훅이 나지 않는다’는 자신의 샷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설령 슬라이스가 날 땐 나더라도 이렇게 자기 확신이 있어야 코스에 나가서 남도 이길 수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스윙에도 단점이 있다. 늘 자신을 못 믿고 코스에 나가 단점만 생각하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임 프로는 “코스에서는 나를 믿고 자신 있게 휘두르고, 연습장에서는 그동안 잘 안 됐던 문제점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게 고수로 가는 지름길이다”라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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