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있는 아마존의 주문처리센터. / 블룸버그

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갤러웨이|이경식 옮김|비즈니스북스
1만8000원|448쪽

우리 먼 조상들은 동굴이 차고 넘쳐도 사냥감을 계속 가져와 쌓아뒀다. 언제 가뭄·폭풍이 닥치거나 전염병이 돌아 배를 주리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책이 난데없이 인간의 수집 본능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이 본능에 호소해 ‘유통 거인’이 된 아마존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아마존의 첫 아이템이었던 ‘책’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소비자들에게 제시한 ‘사냥감’이었다고 말한다. 수렵자인 소비자가 쉽게 알아보고 쉽게 죽이는 것은 물론, 동굴까지 가져가는 동안 가치 손실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사냥감이 바로 책이었다는 것이다. 책은 아마존 창고에 쌓여 있었고, 누구든 가져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서평 분야가 산업으로 발전해 어떤 책이 먹을(읽을) 가치가 있는지 알려주므로 굳이 매장에서 책을 분류, 배치할 필요도 없었다. 베이조스는 인터넷의 상대적인 강점인 선택과 배송 분야에 집중했다. 여러 해가 지나면서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됐고, 채집자들이 아마존에서 책을 두루 살피며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베이조스는 CD나 DVD 등 당시로서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제품을 판매 목록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해 개별 판매자들이 자기 물건을 팔도록 아예 장터를 열어줬다. 아마존은 재고 비용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도 ‘없는 게 없는 장터’가 될 수 있었다.


젊은 세대 자발적 공유 끌어낸 페이스북

2014년 출간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에서 저자 브래드 스톤은 아마존의 핵심 자산은 브랜드와 엔지니어, 운영 역량이라고 분석한다. 스콧 갤러웨이는 이런 류의 아마존 성공요인 분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아마존이 폭풍 성장한 근본적인 배경이 본능을 사로잡은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네 개의 기업 :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숨겨진 유전자(DNA)’다. 저자의 노골적인 분석은 다른 세 개 기업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저자는 애플이 제품 혁신을 과대 포장해 사치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이성에게 더 매력적이게 보이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말한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하나 없지만, ‘존재하는 것은 곧 공유하는 것’이라는 젊은 세대의 믿음을 공략한 미디어 기업으로, 구글은 어머니·성직자에게조차 말 못할 고민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검색) ‘현대적인 신’으로 각각 묘사한다.

책의 종착역은 이렇게 네 개의 거인기업이 판치는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은 여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이를테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헛된 신화이며 성공하고 싶으면 엄청나게 많은 연료를 투입할 것을 권하는 식이다.


선조들의 못 말리는 소고기 사랑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김동진|위즈덤하우스
1만5000원|264쪽

농업을 근본으로 하던 조선시대에 소는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소 한 마리의 노동력을 사람이 대신하려면 최대 10명까지 달라붙어야 할 정도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집안에 소 몇 마리가 있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졌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범위다.

조선시대에 임금뿐 아니라 백성들까지 소를 잡아 잔치를 열기 바빴다는 역사적 사실은 매우 새롭다. 인구가 약 1500만명밖에 안 되던 17세기 후반에도 하루에 1000여마리씩 소가 도살됐다고 한다. 나라에서 수시로 우금령(牛禁令)을 내려 소 도살을 엄격히 단속할 정도였다.

당시 부위별로 소고기를 사용하는 법이 실록에 기록되기도 했다. 전염병인 우역(牛疫)이 돈다는 소문만 나도 소 기르는 것을 포기하고 도축해 잔치를 벌일 정도로 조선 사람들의 ‘소고기 사랑’은 계속됐다고 전해진다. 병에 걸려 죽기 전에 건강할 때 잡아서 맛있는 고기를 먹겠다는 것이다.

소가 어떻게 일반 백성들도 보편적으로 먹는 먹거리가 됐는지, 선조들의 요리법이나 당시 유통·도살 시스템은 어떠했는지 등의 내용도 풍성하다.


‘완벽’ 대신 ‘완료’를 지향하라
다동력(多動力)
호리에 다카후미|김정환 옮김|을유문화사
1만3500원|200쪽

다동력은 여러 가지 다른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힘이다. 직장인들이 주 업무를 하면서 부가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한다고 해서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부가적인 일들을 처리하느라 그만큼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을 동시에 빠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완벽’을 지‘양’하고 ‘완료’를 지‘향’하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는 이미 끝낸 일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완료주의자는 눈앞의 업무를 빠르게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정체(停滯)를 없앨 수 있을까’를 반드시 궁리하라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정체의 원인이 되는 병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면 아무리 일이 많다고 해도 물 흐르듯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시작 단계에서 일의 우선순위를 반드시 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업무를 시작하면 ‘중요한 업무’와 ‘아무래도 상관 없는 업무’가 뒤섞이게 되고 이것이 곧 정체를 만든다. 저자는 이 두 가지를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고 야근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쉬운 트럼프 폭로전
더 높은 충성심(A Higher Loyalty)
제임스 코미|플랫아이언북스
29.99달러|312쪽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 수사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미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회고록이다. 출간 전 예약 판매로만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미 언론들은 이 회고록이 제2의 ‘화염과 분노(트럼프의 기행과 러시아 스캔들, 주요 인선 뒷이야기 등 백악관 내막을 폭로한 책)’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의 수사 개입에 반항해 파면됐다는 의심을 사고 있었던 만큼 회고록에 관련 정황이 세밀하게 담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고록에는 그에 대한 주장보다는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재수사 해명이 주로 담겼다. 당시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클린턴 전 장관에게 치명타로 작용해 결국 트럼프 당선으로 이어진 단초가 된 사건이었다. 코미는 트럼프를 깡패 두목에 비유하며, 높은 충성심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반트럼프 성향의 언론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을 통해 ‘코미의 자서전은 큰 실수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