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신의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기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블룸버그
저자는 자신의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기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블룸버그

우리는 왜 일하는가
배리 슈워츠|박수성 옮김|문학동네
1만3800원|188쪽

대학을 졸업했다면 한 번쯤 모교에서 기부금 요청 전화를 받아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발신자 번호로 모교에서 걸려 온 기부금 요청 전화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당신은 전화를 받겠는가. 만약 전화를 받는다면 전화를 건 사람이 권유를 마칠 때까지 이야기를 듣겠는가. 기적처럼 그랬다면, 당신은 실제 기부금을 내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학비로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마당에 기부금 요청까지 받으면 짜증스러울 것이다. 

반대 입장을 상상해보자. 내 전화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두세시간씩 전화해 기부 권유를 해야 한다. 성공률이 매우 낮은 고통스러운 작업일 것이다. 이 일은 밥벌이 이상일 수 없다.

그런데 아주 작은 시도로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경영학자 애덤 그랜트는 전화 권유로 조성된 기부금 덕분에 인생이 바뀐 장학금 수혜자를 찾아, 해당 학생들이 전화 상담원들을 방문하게 했다.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열의가 넘쳤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무척 고마워했다. 상담원들의 고통스러운 일은 달라졌다. 이들이 시간당 전화를 거는 횟수는 학생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상담원 그룹보다 많았고, 기부금도 훨씬 더 많이 받았다. 같은 급여였지만, 자신이 들인 노력의 결과를 확인하고 영감을 받으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인센티브보다 재량권 부여가 효과적

미국 사회행동학자인 저자는 훌륭한 회사를 ‘헌신적인 직원’들이 모여 있고,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일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몰입하지 못하며, 재량권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의사, 변호사, 은행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전문직이 아니고서야 일은 그저 월급 타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청소를 하든, 택배를 배달하든 콜센터에 있든 누구나 재량권을 갖고 본인의 일과 역할을 온전히 이해해 몰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헌신적인 직원을 만드는 회사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저자는 △고용 안정성 보장 △직원들에게 재량권 부여 △업계 평균보다 높은 급여 지급, 인센티브 최소화 등을 통해 회사가 직원들을 격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가 서비스 품질 악화로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하자. 회사는 당장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급여를 삭감하고 직원을 해고하며 고용과 승진을 멈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노력을 줄이며 업무 만족도 저하,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귀결된다. 인센티브로 직원 간 경쟁에 치중하는 것이 헌신적인 조직 만들기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리·지명으로 읽는 39대 핵심 세계사
세계사 아는 척하기
후쿠다 토모히로|조명희 옮김|팬덤북스
1만3800원|252쪽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자라고 생을 마친 도시는 미국 테네시주의 멤피스다. 지금도 그가 살았던 대저택과 로큰롤 박물관은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다. 이곳은 ‘블루스의 성지’로도 불린다. 멤피스라는 지명은 이집트에서 가져 왔다. 초창기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던 이 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에서 고대 이집트 수도였던 멤피스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이집트 왕조의 멤피스는 나일강 삼각주의 정점에 위치해 물자가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책은 미국 멤피스의 유래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4대 문명’의 발생을 풀어낸다. 인도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에 대해 설명하며 ‘헬레니즘 문화’를, 독일 주변에 ‘~부르크’가 많은 이유를 밝히면서 ‘프랑크 왕국의 분열’을 설명한다. 세계사를 공부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39가지 중요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된 지리, 지명 등을 끄집어내는 식이다.

주요 세계사 사건을 설명하면서 지도, 도표를 통해 독자 이해를 돕는다. 지도에는 사건이 발생한 지명은 물론, 필요에 따라 이동 경로, 지배 영역의 변화, 해당 연도 등도 표시돼 있어 세계사를 더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과학적으로 치유하는 ‘마음의 병’
우울할 땐 뇌과학
알렉스 코브|정지인 옮김|심심
1만7000원|336쪽

희망이 없고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만큼 절망적이다. 예전에 재밌던 게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어떤 일도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집중이 안 되고 불안하고 수치스럽고 외롭다.

우울증이다. 국내에만 성인 535만명, 8명 중 1명꼴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이 심각한 이유는 뇌가 저조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울증의 하강나선’이라고 말한다.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 UCLA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5년간 뇌과학으로 우울증만 연구한 저자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에서 우울증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증상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근거와 그에 따른 폐해는 무엇인지 세밀하게 담고 있다.

또 책은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각종 방법을 담고 있다. 우유부단한 행동은 우울증을 가속화시키는 만큼 ‘결정을 내리라’거나, 무언가 해야 할 일을 앞두고 기력이 나지 않을 때,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이라도 먼저 시작하며 ‘생산적인 꾸물거림’을 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리더들의 AI 시대 대비법
인간+기계(Human + Machine)
폴 도허티·제임스 윌슨|하버드비즈니스리뷰출판
32달러|264쪽

미국의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 근무하는 저자들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인간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거나 인간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순간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와중에 희망적인 메시지다. 책은 기업 리더들이 AI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일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5가지 원칙에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인간이 수퍼 파워를 갖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것 △AI를 비즈니스에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일단 시험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 등이 있다. △직원 반발이 없도록 리더부터 AI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인간과 기계의 협업에 대비해 둘을 잘 융합시킬 기술·인력을 미리 준비해둘 것 등의 내용도 담겼다.

저자들의 예상처럼 기계가 인간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데로만 활용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다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만 갖고 있기보다는 이러한 절차를 마련해 AI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