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2018년 11월 29일 워싱턴D.C의 아메리칸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런 의원은 민주당 유력 차기 대선후보로 꼽힌다. 사진 블룸버그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2018년 11월 29일 워싱턴D.C의 아메리칸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런 의원은 민주당 유력 차기 대선후보로 꼽힌다. 사진 블룸버그

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 무엇이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있는가
엘리자베스 워런 저|글항아리
1만9000원|508쪽|2018년 12월 10일 출간

2019년 1월 20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2주년이 되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어느덧 반환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에서는 2020년 대선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2018년 12월 20일에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 일정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재선 도전을 선언했고, 백악관 참모들을 재선 캠프로 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민주당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집필한 책 ‘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This is our fight): 무엇이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있는가’가 주목받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 출신에 2012년 매사추세츠주 사상 최초 여성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저자는 ‘트럼프 저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한국 현실 정치가 직면한 문제점과 연결돼

이 책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6년 11월 8일, 개표 방송을 기다리는 저자의 집 풍경을 묘사하며 시작한다. 그는 개표 당일까지 트럼프의 당선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트럼프는 가뜩이나 위태로운 미국 중산층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썼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반부는 몰락한 미국 중산층의 현실을 기술한다.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월마트 직원, 2008년 금융위기 때 택배 회사 DHL에서 해고당한 후 식품 공장에 취직했으나, 공장 해외 이전으로 또 해고당할 위기에 놓인 흑인 노동자,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식당 종업원을 전전하는 20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반부에서는 이들이 몰락한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정부와 의회가 대기업⋅금융 자본과 결탁해 국민을 등한시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최고의 교육과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의 고충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분명 미국 정치·사회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국 현실과 묘하게 닮았다. 대기업 부장으로 퇴직한 후 지방 아파트 경비원으로 재취업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 가는 50대 가장,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취업 준비생 등이 한국판 몰락한 중산층이다.

대다수 국민의 고충을 모르는 정치 권력 묘사 부분에서는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본인의 두 자녀를 외고에 진학시킨 조희연 서울 교육감, 한 채에 30억원 하는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강남 살아보니 별 것 없더라’고 말하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떠오른다.

저자는 몰락한 미국 중산층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미국 정치가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미국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공정한 시장의 룰이다.” 저자의 결론을 보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지금 당장 변화가 필요한 것은 한국 정치가 아닐까.


책상에 인생의 훌륭한 스승을 두다
초역 니체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사라토리 하루히코 엮음|삼호미디어
1만2000원|248쪽| 2018년 9월 28일 출간

한국 상위층의 사교육 현실을 그린 TV드라마 ‘SKY캐슬’에서 니체의 저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고등학생 독서토론 주제로 등장했다. 드라마에서 니체는 지나치게 어려운 교육에 내몰린 한국 학생의 고충을 비꼬는 도구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니체의 철학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머리말로 시작한다. 독일 베를린 대학에서 철학과 종교를 전공한 저자는 자신·기쁨·친구·인간·아름다움 등 10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어울리는 니체의 글 232편을 현대 상황에 맞게 엮었다.

‘어렵지 않다’는 저자의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책은 쉽게 읽힌다. 하지만 한 구절씩 읽어 내려갈 때마다 머릿속에는 더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가령 이런 대목이다. “잘못에는 책임을 지려고 하면서 어째서 자신의 꿈에는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꿈이 아닌가? 꿈에 책임질 생각이 없다면, 그 꿈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2010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120만 부가 팔렸다. 혹자는 이 책을 두고 인생의 훌륭한 스승을 책상에 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지방 대도시를 육성하라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마강래 저|개마고원
1만4000원|248쪽|2018년 11월 26일 출간

2017년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살벌한 제목의 책으로 주목받은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후속작을 냈다. 전작에서 “2040년이면 전국 지자체 30%가 도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한 저자는 신작에서는 “지방도시의 쇠퇴를 막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맹목적인 지방분권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방분권이 곧 지방을 살리는 길’이라는 믿음은 위험한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해 자체 수입은 5222억원. 전남 구례군의 자체 수입은 225억원이다. 지자체 간 경제 격차가 큰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더 큰 격차만 초래할 뿐이다.

저자는 2001년 일본 고이즈미 내각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행정구역을 통합한 것을 예시로 든다. 그러면서 국토가 균형을 맞추려면 수도권과 상대할 수 있는 지방 대도시권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똘똘한 지방 대도시를 거점으로 주변 농어촌으로 이익이 흘러 가게 하자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세계를 상대로 경쟁한다.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집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월가와 할리우드를 속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0억달러짜리 고래(Billion Dollar Whale)
브래들리 호프, 톰 라이트 저|아셰트
24달러|248쪽|2018년 9월 18일 출간

2018년 12월 10일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반부패위원회(MACC)에 출석하는 길에 체포됐다. 재임 중 설립한 국영 투자 회사인 1MDB를 통해 거액을 횡령한 혐의였다. 총리 관저 압수수색에서 3000억원 상당의 보석과 명품 핸드백, 현금이 발견됐다.

이 책은 나집의 금융 대리인 역할을 했던 젊은 사업가 존 로(John Low)에 대한 이야기다. 1981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태어난 로는 영국 명문 학교인 해로 스쿨에서 나집 전 총리의 양아들인 리자 아지즈를 만났다. 로는 그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총리에게 접근해 1MDB 설립을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빼돌린 돈으로 옛 연인인 모델 미란다 커에게 90억원 상당의 보석을 사주고, 킴 카다시안이 결혼할 때 3억원이 넘는 페라리 스포츠카를 선물로 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들인 저자 두 명은 1MDB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로의 행적을 상세히 담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책은 1MDB 사건을 영화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대본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