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도로에 있는 공은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로 방해가 있는 경우이므로 벌타 없이 구제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에쓰오일(S-OIL) 챔피언십 당시 배선우 선수가 카트 도로에 있는 공을 구제받기 위해 집어 올리고 있는 모습. 사진 박태성 골프전문사진작가
카트 도로에 있는 공은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로 방해가 있는 경우이므로 벌타 없이 구제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에쓰오일(S-OIL) 챔피언십 당시 배선우 선수가 카트 도로에 있는 공을 구제받기 위해 집어 올리고 있는 모습. 사진 박태성 골프전문사진작가

카트 도로에 공이 맞아 거리에서 이득을 보면 주말 골퍼들은 ‘도로공사 협찬’이라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카트 도로에 공이 멈추거나 스탠스가 카트 도로에 걸릴 경우 벌타 없이 구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도로 안 페어웨이 쪽인지 바깥쪽인지 애매하다.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은 별 생각 없이 공을 대충 페어웨이에 던져 놓고 플레이를 하는데 정확하게 룰을 적용하면 벌타를 받게 된다. 라운드 도중 흔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면서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문 ‘카트 도로 구제 방법’을 알아본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대회 도중 골프 룰과 관련된 선수들의 질문 80%가 카트 도로와 관련된 것이며 주말 골퍼들의 질문도 가장 많다고 한다.

우선 카트 도로에서 구제 받을 수 있는 근거부터 알아보자. 골프 규칙은 “동물이 만든 구멍, 수리지,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 일시적으로 고인 물 등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로 방해가 있을 경우 페널티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문구 어디에도 카트 도로라는 말은 없는데 어떻게 된 걸까. 카트 도로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이다.

구제가 허용되는 방해의 의미도 알아야 한다. 방해란 플레이어의 공이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에 닿아 있거나 그 안이나 위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 플레이어의 스탠스 구역이나 스윙 구역에 물리적으로 방해가 될 때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이 페어웨이에 있더라도 스탠스가 카트 도로에 있는 경우다. 하지만 스탠스나 스윙 구역이 방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공이 카트 도로 가까이 있다고 해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카트 도로 구제를 받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공과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 지점인 ‘기준점’을 찾아야 한다.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의 방해로부터 벗어나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 ‘클럽 헤드’가 놓인 곳이 구제 지점인데, 코스 안쪽과 바깥쪽 둘 중에서 원래의 공과 가까운 곳이 기준점이 된다.

흔히 공이 카트 도로 가운데를 기준으로 어느 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기준점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기준점에 따라 구제 구역이 페어웨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프로 골퍼들은 구제를 받을 지점의 라이가 좋지 않으면 카트 도로 위에 있는 공을 그대로 치는 경우도 있다.

구제 구역은 기준점으로부터 한 클럽 길이 이내의 홀에 가깝지 않은 범위다. 이때 한 클럽의 범위는 자신이 가진 클럽 중 퍼터를 제외한 가장 긴 클럽으로 측정하면 된다. 통상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카트 도로 구제를 받을 때 골프 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려는 시도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볼 앞에 큰 나무가 있어 홀을 바로 공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자. 그런데 플레이어가 나무와 관계없이 홀 방향으로 플레이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이 경우 스탠스가 카트 도로에 걸린다면 구제받을 수 있을까. 아니다. 합리적인 스트로크를 위한 스탠스를 취하고 합리적인 스윙을 하는 경우에만 페널티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큰 나무를 피해 레이업을 하고자해 스탠스를 잡으니 카트 도로에 스탠스가 걸렸다. 이때는 합리적인 스트로크를 위한 스탠스를 취했기 때문에 페널티 없는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프로 골퍼들의 경우 구제를 받을 지점의 라이가 좋지 않으면 카트 도로에 있는 공을 그대로 치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 당시 신의경 선수가 카트 도로에서 샷을 하는 모습. 사진 박태성 골프전문사진작가
프로 골퍼들의 경우 구제를 받을 지점의 라이가 좋지 않으면 카트 도로에 있는 공을 그대로 치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 당시 신의경 선수가 카트 도로에서 샷을 하는 모습. 사진 박태성 골프전문사진작가

구제받고 클럽·공 교체 가능

일반 구역에 있는 카트 도로에 볼이 정지한 경우 일반 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 지점을 기준점으로 홀에 가깝지 않게 완전한 구제를 받는 한 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에 볼을 무릎 높이로 드롭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사진 대한골프협회
일반 구역에 있는 카트 도로에 볼이 정지한 경우 일반 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 지점을 기준점으로 홀에 가깝지 않게 완전한 구제를 받는 한 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에 볼을 무릎 높이로 드롭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사진 대한골프협회

그렇다면 구제를 받고 난 후 홀 방향으로 공략하거나, 라이가 좋아져 롱 아이언으로 바로 홀을 노릴 수 있게 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구제를 받고 난 후 클럽을 바꾸거나 스탠스를 바꾸는 것은 플레이어의 자유다. 이때 긴 클럽으로 바꾸고 또 스탠스가 걸리는 경우 다시 구제를 받을 수도 있고, 그냥 그대로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제를 받은 뒤 같은 클럽으로 플레이하는데 카트 도로를 밟고 치거나 스트로크한 후 팔로스윙에서 카트 도로를 친다면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한 결과로, 일반페널티(스트로크 플레이 2벌타, 매치플레이 홀패)를 받게 된다.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 지점에서 더 이상 방해를 받지 않는 한 클럽 범위에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제를 받아 드롭을 할 때는 다른 공으로 교체할 수도 있고 닦을 수도 있다. 무릎 높이에 공을 놓으면 된다. 공은 구제 구역 안에 떨어져야 하고, 구제 구역 안에 멈춰야 한다. 만약 공이 구제 구역 밖에서 멈췄다면 한 번 더 드롭을 해야 한다. 두 번째 드롭한 공도 구제 구역 밖에서 정지했다면 두 번째 드롭한 공이 처음 닿은 지면에 공을 플레이스한 뒤 플레이를 하면 된다.

한편, 다른 공으로 교체할 때 ‘원 볼’ 규칙을 지켜야 할까. 원 볼 규칙은 라운드를 시작할 때 사용한 것과 동일한 상표, 동일한 모델의 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플레이어가 라운드 동안 각기 다른 성능의 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한 룰이다. 동일한 상표와 모델의 공이라도 색깔이 다르면 ‘다른 볼’이다. 하지만 원 볼 규정은 일반 규칙은 아니고 로컬 룰이다. 프로 골퍼들의 대회에서는 대부분 원 볼 규정을 두지만 아마추어들의 친선 라운드에서는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