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다이닝 울릉의 대표 메뉴인 ‘울릉약소 안심’. 사진 조선일보 DB
한우다이닝 울릉의 대표 메뉴인 ‘울릉약소 안심’. 사진 조선일보 DB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오징어 그리고 호박엿 정도 아닐까. 하지만 울릉도에는 훌륭한 소고기가 있다. ‘울릉약소’다.

섬에는 소에게 먹일 지푸라기가 부족했다. 대신 미나리과의 풀인 섬바디, 명이 등 풍성한 자생 약초를 먹였다. 그래서 약소다. 울릉약소는 예부터 육질 좋기로 소문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울릉도 여객선이 들어오는 경북 포항에는 소를 사려는 상인들로 북적댔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잊혔던 울릉약소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식당이 지난 6월 서울 서초동에서 문을 열었다. ‘한우다이닝 울릉’. 2018년 오픈하자마자 평양냉면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한 서초동 ‘서관면옥’ 오너셰프 김인복 대표의 두 번째 작품이다. 김 대표는 “이런 한우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고깃집 같지 않다. 식당에 들어서도 고기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대리석 상판 테이블과 ‘네이비블루(감색)’ 벨벳으로 씌운 의자, 세련된 문양의 타일 바닥, 황동으로 마감한 실내는 세련된 카페나 레스토랑 같다. 1층 안쪽 한복판에 설치된 숙성실 속 커다란 고깃덩어리들을 통유리창을 통해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은 방 크기의 숙성실에서 울릉약소 그리고 울릉도를 포함 여러 지역 한우를 숙성한다. 숙성실 내벽은 커다란 벽돌처럼 자른 ‘돌소금(암염)’을 쌓아 만들었다. 김 대표는 “기본 숙성을 2~3주 하고 추가로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건식 숙성 방법인 ‘드라이에이징’을 40~60일 한다”며 “암염은 숙성 과정의 핵심인 습도 조절과 세균 번식 억제에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예약한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총 128석에 방은 16실이다. 다양한 크기의 방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지의 타인과 섞이길 꺼리고 지인들과 안전하게 격리되길 선호하는 요즘 손님의 마음에 들 듯하다.

“울릉약소 특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안심부터 맛보라”는 김 대표의 추천에 따르기로 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숯에 이어 남자 어른 주먹만 한 큼직한 안심 덩어리가 나왔다. 종업원이 테이블 옆에 서서 고기를 구웠다. 비싼 고깃집에서는 기본 서비스지만, 종업원의 고기 굽는 솜씨가 유난히 능숙했다. 두 번째 방문 때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또 다른 종업원도 마찬가지였다. 많이 구워봤을 뿐 아니라 고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였다. 김 대표는 “점심과 저녁 사이 브레이크 타임에 종업원들을 모아놓고 우둔살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위로 고기 굽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종업원은 앞면과 뒷면에 이어 집게로 세워 옆면까지 구운 안심을 나무 도마에 올리더니 놋쇠를 녹여 만든 방짜유기 뚜껑을 덮어 익힌 고기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레스팅’을 했다. 얇게 썰어 굽는 한국식 고기구이와 달리, 두꺼운 서양식 스테이크는 레스팅이 필수다. 레스팅 과정을 거쳐야 굽는 동안 바깥쪽으로 몰린 육즙이 고기 전체에 고루 퍼지면서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다이닝 울릉 식당 내부. 사진 조선일보 DB
한우다이닝 울릉 식당 내부. 사진 조선일보 DB
울릉나물비빔면. 사진 조선일보 DB
울릉나물비빔면. 사진 조선일보 DB

감칠맛과 육즙이 폭발하는 울릉약소

3~4분가량 레스팅한 안심을 한입 크기로 잘랐다. 겉은 거의 바삭한 정도로 익고 속은 붉은빛이 여전한, 완벽한 미디엄 레어였다. 종업원은 개인 접시에 소금과 후추를 즉석에서 갈아주더니 이어 찍어 먹을 소스 3가지를 가져왔다. 울릉도산 더덕으로 만든 소스인 ‘치미추리’와 울릉도·설악산 등 두메산골에서 자생하는 두메부추로 만든 소스인 ‘페스토’, 고추냉이(와사비)였다. 치미추리는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소스, 페스토는 이탈리아에서 여러 재료를 빻거나 갈아 섞어서 만드는 소스다.

일단 안심을 소금만 찍어 맛봤다. 다른 지역 한우보다 고기 맛과 향이 진하다. 인삼·더덕 등 삼향(蔘香), 또는 허브를 연상케 하는 냄새가 입안에 퍼졌다. ‘약초를 먹여 키웠다더니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블링이 잘된 등심만큼 고소하진 않지만, 지방이 적기 때문에 울릉약소 고기 자체의 풍미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김 대표가 등심을 구워줬다. 겉에 소금을 살짝 뿌려서 안심보다 조금 더 구웠다. 김 대표는 “마블링이 많은 등심은 미디엄 이상으로 구워야 지방이 녹아 나와 맛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칠맛과 육즙이 입안에서 폭발했다.

한우다이닝 울릉에서는 울릉약소 외에 다른 지역의 한우도 사용한다. 울릉약소만으로 식당에서 사용할 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한우가 1++ 중에서도 최상급을 사용하니, 어떤 한우 전문점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육질을 자랑한다.

식사로는 평양냉면을 주문하는 손님이 많다. 서관면옥의 평양냉면 명성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손님 대부분은 느끼지 못하지만, 서관면옥과 한우다이닝 울릉의 평양냉면은 육수가 다르다. 서관면옥에서는 기본 소고기 육수에 돼지와 닭 육수를 조금씩 섞지만, 한우다이닝 울릉에서는 소고기 전문점의 특징을 살리려고 울릉약소와 한우 사태 육수만 쓴다. 열이 발생하지 않는 맷돌에 갈아 향이 살아 있는 제주산 메밀로 뽑은 면발은 같다.

냉면도 좋지만 서관면옥에 없는, 울릉도 특산물 오징어로 만든 식해를 올린 ‘울릉오징어회비빔면’이나 울릉도에서 ‘부지깽이’라고 부르는 섬쑥부쟁이 나물을 곁들인 ‘울릉나물비빔면’도 맛보길 권한다.


한우다이닝 울릉

서울 서초구 서운로 135, (02)581-2235

분위기 고깃집이 아닌 카페나 레스토랑 같다.

서비스 잘 훈련됐다. 고기 굽는 뛰어난 솜씨가 고기 맛을 최대치로 끌어낸다.

추천 메뉴 등심 5만8000원(130g), 안심 6만8000원(130g), 채끝등심 6만8000원(130g), 울릉약소코스 20만원(300g), 한우디너코스 15만원(300g), 런치코스 9만원(250g), 평양물냉면·비빔냉면 각 1만3000원, 울릉나물비빔면·울릉회비빔면 각 1만5000원.

음료 와인, 전통주, 양주 등 고루 두루 갖췄다. 위스키와 사케 리스트가 뛰어나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10시

예약 권장

주차 편리, 발레파킹 서비스

휠체어 접근성 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