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의 ‘스트리트 파이터 V4 S’ 시승차는 길들이기를 마치지 않은 새 차라 엔진 한계의 절반만 쓸 수 있었지만, 전혀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사진 양현용
두카티의 ‘스트리트 파이터 V4 S’ 시승차는 길들이기를 마치지 않은 새 차라 엔진 한계의 절반만 쓸 수 있었지만, 전혀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사진 양현용

스트리트 파이터는 슈퍼 바이크에서 파생된 변종 네이키드(차체를 감싸는 외장이 없는 바이크)를 말한다. 두카티 ‘파니갈레 V4’의 카울(엔진 덮개)을 도려내고 바이크를 지배할 수 있는 자세로 바꾸는 동시에 첫인상만으로 상대의 기를 꺾는 공격적인 스타일을 더하면 진정한 싸움꾼, ‘스트리트 파이터 V4 S’가 탄생한다.

“아직 길들이기 전이라 6500까지만 써주세요”. 두카티 코리아에서 테스트 차량을 받을 때 담당자에게 특별한 부탁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시승차는 길들이기를 마친 차량을 내주지만, 이번에는 일정상 완전히 새 차를 받게 된 것이다.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는 너무 엄격한 제한이지만 진짜 새 차를 산 운전자의 마음으로 최대한 여유롭게 ‘스트리트 파이터 V4 S’를 느껴보기로 했다. 미리 얘기하자면 결론적으로 스트리트 파이터에 홀딱 반했으니 이 글은 시승기보다는 연애편지에 가까운 글이 될 것이다.

6500까지만 쓰기로 하고 엔진의 출력을 봉인한 상태지만, 사실 스트리트 파이터 V4 S는 이 제한 안에서도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이렇게 여유롭게 달려도 어지간한 쿼터급(250~300㏄급 중형 바이크)이 전력을 다하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 회전수를 낮게 쓰니 V4 엔진은 진동도 거의 없이 ‘야들야들’하게 돌아간다. 제대로 길들이기를 하는 느낌이다. 저회전에서도 가속은 상쾌하고 힘 부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강화된 저속 토크와 짧은 기어비 덕분이다. 회전수를 낮게 달리려다 보니 자주 변속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왼발이 바빠지긴 하지만 퀵 시프트가 매끄럽게 작동하며 잦은 변속을 돕는다.

이 정도 출력(6500 이하)에 이 정도 바이크 무게, 전자장비의 도움이라면 정말 어렵지 않게 이 바이크를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부드럽게 다루면 부드럽게 답해준다. 바이크를 다루며 유일하게 불편했던 것은 타이트한 유턴이나 직각으로 틀 때 핸들 각이 슈퍼 바이크 수준으로 좁다는 점이다. 이럴 때야 비로소 이 바이크의 뿌리가 파니갈레 V4에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바이크를 타고 코너를 돌 땐 원하는 만큼 차체를 기울일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사진 양현용
이 바이크를 타고 코너를 돌 땐 원하는 만큼 차체를 기울일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사진 양현용

코너가 즐겁다

스트리트 파이터 V4 S를 끌고 구불구불한 길에 들어서서 딱 코너 두 개를 지날 때 감탄사가 터졌다. 코너와 코너를 잇는 구간에서 기울었던 바이크를 일으켜 세우고 반대편으로 다시 기울이는 과정까지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어안이 벙벙했다. 방향 전환이 쿼터급 바이크만큼 빠르지만, 더 정교하다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코너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기울일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라인을 그릴 수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진다. 이는 분명히 크랭크축을 반대로 돌려서 자이로 효과를 억제하는 역회전 크랭크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역회전 크랭크 엔진을 쓰는 파니갈레 V4보다도 그 효과가 극적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높아진 핸들 바와 그로 인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 자세 덕분일 것이다. 촬영을 위해 거의 두 시간 연속으로 와인딩 코스를 달렸고 꽤 빠른 속도로 달렸음에도 피로하지 않았다. 속도가 점점 올라가도 차체의 안정감이 높아 불안함이 없었다.

테스트 차량은 올린즈 전자식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과 마르케지니의 경량 단조 휠이 기본으로 포함된 S 모델이다. 가속과 제동, 코너링 등 모든 주행 성능에서 영향력은 지배적이며 운전자에게 시종일관 높은 만족도를 준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전자식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부드럽게 받아주지 못하고 끝에 탁 치는 움직임이 남는 것이 어색했다. 아무래도 두카티와 올린즈의 주행 자료에는 국내 과속방지턱은 없었나 보다.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고정하고 시프트 레버를 몇번 위로 차올리면 시속 250㎞까지 순식간에 속도를 낸다. 사진 양현용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고정하고 시프트 레버를 몇번 위로 차올리면 시속 250㎞까지 순식간에 속도를 낸다. 사진 양현용

트랙에서 본성을 마주하다

엔진 한계인 1만4500의 절반도 안 되는 6500까지만 써보고 스트리트 파이터 V4 S에 대해 얘기한다면 이 바이크 성능의 절반도 경험하지 못하고 얘기하는 셈이다. 그래서 며칠 뒤 레이싱 복장을 갖춰 입고 전남 영암 F1 트랙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V4 S와 다시 마주했다. 208마력의 슈퍼 네이키드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복장과 장소 선택이다.

타이어의 예열을 끝내고 난 뒤 주행모드를 레이스로 바꾸고 차량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트랙션 제어와 앞바퀴 들림 현상을 막는 윌리 컨트롤의 개입을 최저로 설정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스로틀(가속레버)을 크게 열었다. 치솟는 회전계가 6500을 넘기자 수많은 엔진 속의 폭발이 쌓여 만들어진 응축된 토크가 터져 나온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속감과 파워, 그 순간의 해방감과 희열은 상상 이상이었다. 가속하면 프런트 휠이 떠오르지만, 트랙션 컨트롤은 개입하지 않고 최대 가속을 유지하며 그대로 밀어붙인다.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고정하고 엔진의 비명에 맞춰 시프트 레버를 몇 번 위로 차올리면 순식간에 시속 200㎞를 넘긴다. 계기반을 체크할 여유가 없어 당시 최고속이 몇 ㎞였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시속 250㎞ 이상까지 주저하는 기색 없이 순식간에 치고 올라간다. 도로의 길이만 충분하면 시속 300㎞도 우습게 넘길 것 같은 기세다.

신기한 점은 속도가 빨라질수록 프런트의 안정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윙렛(날개)의 효과는 네이키드에서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1번 코너가 다가오며 여유롭게 제동을 걸어주고 체중을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1번 코너를 지나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2번 코너까지 탈출하고서 직선 도로에 들어선 뒤에야 숨을 길게 내뱉었다. ‘네이키드 바이크가 트랙에서 이렇게 재미있다고?’ 포지션 설정이 억지스러움 없이 상당히 절묘해서 서킷주행도 완벽히 대응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V4 S는 그 이름만큼이나 강력한 모델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 바이크인 파니갈레 V4가 기본이 되며 208마력의 최고 출력을 자랑하는 슈퍼 네이키드가 결코 만만한 모델일 순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타보았던 바이크 중 도로와 서킷 양측에서 가장 편하게 달릴 수 있는 바이크였다. 결국 이번 테스트가 끝나고 심각한 ‘스트리트 파이터 앓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