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사진 : 바이두>
장자 <사진 : 바이두>

장자
장주 지음 | 김갑수 옮김 | 글항아리
2만2000원 | 535쪽

저자 장주의 저서 <장자>
저자 장주의 저서 <장자>

소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은 최근 조선일보(7월 9일자)에 실린 글을 통해 올여름에 읽을 책으로 <장자(莊子)>를 권했다. 그는 요즘 이 책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일산 신도시에 사는 그는 책을 읽다가 눈이 흐려지자 호수공원을 산책했다. 그런데 “호수의 물고기들 중에서 어떤 놈은 내가 물가로 다가가면 나에게로 와서 꼬리 치는데, ‘아 저 사람 또 왔구나’ 하면서 나를 알아보고 오는 그놈이라고 나는 믿는다”라니.

김훈과 물고기의 소설적(?) 교감은 <장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지어지락(知魚之樂)’을 떠올리게 한다. ‘장자’ 번역본이 워낙 많지만, 그중에서 지난해 10월 동양철학자 김갑수씨가 새로운 한글 감각으로 옮긴 것을 이 자리에 소개한다.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濠水)의 다리 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장자가 중얼거렸다.

“피라미들이 헤엄치면서 한가롭게 놀고 있군.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지.”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나?”

장자가 대답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어떻게 알지?”

혜자가 말했다. “나는 자네가 아니니까 정말로 자네를 알지 못해. 자네 역시 정말로 물고기가 아니니까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은 명백하지.”

장자가 말했다. “처음부터 생각해보자. 자네가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나’라고 물은 것은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자네가 이미 알고서 물은 거야. 나는 호수의 물가에서 그걸 알았어.”


낙천적 허무주의자였던 장자

이 번역본은 대다수 번역본들과는 달리 학술적 주석(註釋)이나 촌평이 달려 있지 않다. 독자가 눈 가는 대로 읽고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예전에 나온 다른 번역본에선 ‘진(眞)으로 돌아가면 어디서나 물(物)과 함께 즐겁다’고 풀이한 대목이다.

그게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장자와 혜자는 대립되는 앎에 대한 태도를 취한다. 장자가 직관으로 사물을 꿰뚫는다면, 혜자는 이성으로 사물을 분석한다.

장자는 개념과 합리보다는 감성과 상상을 이용해 참신한 생각의 지평을 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철의 <장자> 읽기는 두뇌에 청량감을 안겨줄 것이다.

이 저자는 ‘장자’의 키워드를 허무주의, 자연주의, 낙천주의로 꼽았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세상에 자연 이외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장자는 허무주의자 혹은 자연주의자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또 이 세상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며 삶은 충분히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낙천주의자입니다. 그래서 나는 장자를 낙천적 허무주의자로 규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