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불안감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셔터스톡>
저자는 “불안감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셔터스톡>

1 |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하지현 | 문학동네
1만4000원 | 248쪽

왜 우리 ‘마음의 체력’은 바닥을 보이고 있을까. 왜 우리는 점점 더 타인에 대해, 기다림에 대해 참을 수 없게 되는 걸까. 왜 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까. 왜 우리 주변에서 점점 더 많은 폭력성이 드러나고 있는 걸까. 왜 우리는 점점 더 바빠지기만 하는 걸까. 왜 청년들은 점점 더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을까.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작은 진료실 안에서 ‘세상이라는 큰 파도에 자신의 삶이 휩쓸려 갈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그리고 마음속에 위와 같은 질문들을 떠올렸다. 그는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객관적이고 순수한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료실 밖 세상의 변화가 개인의 마음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저자는 마음을 분석하던 현미경을 밀쳐놓고, 세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은 개인과 사회 간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은 그 사유의 결과물이다.


타인과 연대하는 방법 고민해야

저자는 최근 10년 동안 사람들 마음의 지형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핀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관찰할 수 있는 병리학적 징후들을 통해 마음에 켜진 위험신호가 어디에서 온 것이고 그것이 어떤 상황과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지 분석한다.

책은 마음의 체력, 마음의 밀실, 마음의 패션, 마음의 진자 운동, 마음의 싱크홀 등 6가지 주제를 통해 질문들에 대한 심리학적 답변을 제시한다. 현대사회에 나타난 병리학적 징후들은 살아가기 벅찬 현실에 적응한 결과이자 심리적 저항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통이라도 되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가난해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쪽 극단에선 데이트 폭력이나 묻지 마 살인, 여성에 대한 혐오 등 공격성을 표출하는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다른 극단에선 스스로 자기만의 밀실에 들어가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닌’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거나 암울한 현실에 만족한 채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사토리 세대’ 가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밀실과 광장’ ‘혼밥(혼자 밥 먹는 것)과 소셜 다이닝(SNS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즐기는 일)’ ‘정보 과잉과 결정 장애’라는 양극단 사이를 끊임없이 진자 운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마음을 끝없이 내모는 불안함과 불확실성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나를 넘어선 우리를 둘러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노력과 시도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개인과 개인이 어떻게 공감하고 연대해야 할지 고민해봄으로써 앞으로의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는‘실패’를 사랑한다
2 |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 2
윤경훈 | KMAC
1만5000원 | 287쪽

유례없는 저성장과 여러 가지 걸림돌 속에서 많은 기업이 매일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실패를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패에 새로운 성공의 기회가 있다. 그는 또 한국 기업이 지금까지 채택해 온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선두 기업을 뒤따르다가 후발 경쟁국의 공격적인 기세에 눌려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제는 퍼스트 무버로 바뀌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저자는 27개 글로벌 기업의 실패 사례를 통해 실패 유형과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보여준다. 기업에 흔히 나타나는 실패 유형을 9가지(경영철학, 의사결정, 윤리의식, 미래 예측력, 전략적 사고, 협상력·설득력, 기업 이미지, 인재관리, 모티베이션)로 나눠 정리했다.

이제는 실패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뀔 때가 됐다. 저자는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실패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양한 간접경험을 통해 실패를 자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빌 라이트(왼쪽)와 윌버 라이트 형제. <사진 : 위키피디아>
오빌 라이트(왼쪽)와 윌버 라이트 형제. <사진 : 위키피디아>

용감한 형제의 비행기 발명기
3 | 라이트 형제
데이비드 매컬로 | 승산
2만원 | 502쪽

저자 데이비드 매컬로는 미국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다루는 데 탁월한 작가다. 역대 미국 대통령인 존 애덤스와 해리 트루먼을 다룬 전기를 써내 퓰리처상을 2회 수상했다. 그가 이번에 낸 책은 라이트 형제의 삶을 다룬 전기다.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장기간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을 지켰다.

이 책이 일반적인 전기와 다른 점은 방대하고 세세한 정보와 고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국회도서관,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데이턴 소재 항공 유물 국립공원 등 여러 곳에서 수집한 라이트 형제에 관한 자료를 철저히 분석했다. 또 라이트 형제의 일기, 공책 그리고 가족 간에 오간 1000여통의 편지 등도 살폈다.

이를 바탕으로 라이트 형제의 집안 배경, 가정 교육 방식, 성장 과정 등을 세세히 풀어내, 그들이 어떤 영향력 아래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또 책에는 인류의 놀라운 성취 중 하나인 ‘비행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이 녹아있다.


미술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4 | 게이트웨이 미술사
데브라 드위트 외 | 이봄
5만5000원 | 624쪽

왜 미술 입문서의 목차는 대부분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부터 시작될까. 미술의 세계는 왜 중세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양 미술사에 국한돼 있을까. 이런 방식의 미술사 입문이 과연 적절할까. 미술사에 대한 기존의 개념과 방식을 탈피한 책이 나왔다. 미국의 미술사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시대순으로 미술사를 훑는 통사(通史)적 서술을 버렸다. 대신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크게 ‘미술의 요소와 원리’ ‘매체’ ‘역사’ ‘주제’ 등 4가지로 나눴다.

‘미술 작품을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본다’는 것은 미술가가 작품을 구상한 방식을 알아보는 것이면서 미술가가 어떤 것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작품이 그것이 속한 역사적 시대적 상황을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파악하는 것, 미술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미술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4가지 시선은 앞으로 독자들이 어떤 작품을 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제 ‘감상’은 더 이상 관람자가 작품의 메시지와 의미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들은 하나의 작품을 매개로 작가와 관람자가 서로 상호반응하는 것이 현대의 감상법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