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토크 콘서트 ‘도시의 유혹에 빠지다’ 아바나 공연이 3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렸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경호 차장>
문화 토크 콘서트 ‘도시의 유혹에 빠지다’ 아바나 공연이 3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렸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경호 차장>

경쾌한 피아노 선율에 타악기 팀발레스와 콩가의 리듬이 얹히고, 묵직한 콘트라베이스 선율과 트럼펫·트롬본의 시원한 소리가 어우러지며 신나는 맘보 음악 ‘맘보 인플루엔시아도’가 연주됐다. 흥겨운 리듬에 빠져들 때 빛나는 은색 의상의 남녀 댄서가 등장해 정열적인 라틴 댄스를 선보였다. 음악과 춤이 격정에 휘말릴 순간 관객은 노란 페인트가 칠해진 낡고 오래된 건물 앞을 지나는 빨간 올드카와 파란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쿠바 아바나의 해변을 떠올리게 된다. 싱그러운 야자수가 가득 프린트된 셔츠를 입고 공연을 즐기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한 곡의 재즈가 토해낸 열정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3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쿠바의 문화를 엿보고 아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문화 토크 콘서트 ‘도시의 유혹에 빠지다’ 아바나 공연이 성황리에 열렸다. 이 콘서트는 도시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도시의 유혹에 빠지다 여섯 번째 시즌으로 기획됐다. 이날 공연에는 버클리 음대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쿠바 음악에 정통한 타악기 연주자 파코데진, 그래미 어워즈에서 재즈상을 수상한 브라질 출신 타악기 연주자 발치뇨 아나스타치오 등 쿠바 음악에 정통한 연주자들이 출연했다. 쿠바를 주제로 토론하는 코너에는 박현주 엔터엠 대표와 쿠바 전문가 조희문 한국외대 교수가 참여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돌아온 듯

2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귀에 익은 라틴음악이 줄줄이 흘러나올 때 관객은 잠시나마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밴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윽한 조명이 낡은 콘트라베이스와 반짝이는 트럼펫을 비추는 쿠바 살사 클럽이 그대로 재현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불렀던 ‘베인테 아뇨스(veinte anos)’가 백미였다. ‘20년’이라는 뜻의 이 곡은 20년 만에 찾아와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오래전 연인에게 옛사랑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자고 말하는 서정적인 곡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에 출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남미 음악 전문 보컬 조세피나 리가 애절한 음색으로 정통 쿠바 음악의 정수를 표현했다.

한껏 끌어온 선율을 한 번에 튕겨내듯 밀고 당기는 음률이 재미있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명곡 ‘찬찬(chan chan)’도 연주됐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청년의 설레는 마음을 노래한 가사만큼이나 연주는 밝고 경쾌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다시 돌아온 듯 흥겨웠다. 그 순간 관객은 살사 클럽에서 시원한 모히토를 즐기는 여행객이 됐다. 쿠바 하면 많은 사람이 모히토를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모히토는 쿠바를 대표하는 칵테일이다. 하지만 모히토만 알고 있다면 쿠바의 절반만 알고 있는 셈이다. 조 교수는 쿠바 아바나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토크에서 ‘다이키리’라는 색다른 쿠바의 칵테일을 소개했다. 다이키리는 시원한 얼음과 상큼하고 달콤한 맛을 더한, 럼 베이스의 맛있는 칵테일이라고 한다. 공연은 쿠바의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의 시 ‘관타나모의 시골 여인’을 노래로 만든 ‘관타나메라’가 연주될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무대 연주자들과 함께 어깨를 흔들고 싶은 충동마저 느껴졌다. 여기서 피아노와 트럼펫, 트롬본 연주자가 ‘카덴차’를 화려한 솔로 연주로 선보였다. 통통 튀는 재즈 피아노 선율과 트럼펫, 트롬본 연주는 시원한 모히토 한 잔과 아바나 해변, 형형색색의 올드카를 떠올리게 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올드카가 아바나 시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빨간 캐딜락과 노란 쉐보레, 핑크 뷰익 등 클래식카는 이제 아바나를 찾는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택시로 운영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재즈 ‘테이크 파이브(take five)’는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곡은 미국의 전설적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루벡의 앨범에 수록된 뒤 재즈의 고전이 됐다. 연주자들은 이 곡을 자유롭게 해석하며 공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사보르아미’도 놓칠 수 없는 멋진 퍼포먼스였다. 이 음악은 1940년대 말 아바나를 배경으로 쿠바의 젊은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치코와 리타’의 주제곡이다.


쿠바 아바나 시내를 활보하는 핑크 올드카. <사진 : 블룸버그>
쿠바 아바나 시내를 활보하는 핑크 올드카. <사진 : 블룸버그>

28년간 쿠바에서 거주했던 헤밍웨이

아바나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지 않는 인물이 바로 20세기 대문호 헤밍웨이다. 낚시를 좋아했던 헤밍웨이는 1928년 낚시 여행으로 처음 쿠바에 갔다. 이후 미국과 쿠바 관계가 악화돼 쿠바에서 추방될 때까지 28년 동안 쿠바에서 지냈다. 헤밍웨이가 살았던 쿠바의 집은 박물관이 됐고,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 암보스 문도스 호텔과 ‘노인과 바다’의 배경 코히마르는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됐다. 그가 즐겨 마시던 모히토는 쿠바의 상징이 됐다. 코히마르를 배경으로 한 ‘노인과 바다’로 헤밍웨이는 1953년 퓰리처상을, 다음 해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조 교수는 “쿠바가 완전히 자본주의에 물들기 전에 되도록 빨리 쿠바를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며 “쿠바를 방문하기 좋은 시기는 11월부터 3월까지”라고 했다.

문화 토크 콘서트 ‘도시의 유혹에 빠지다’ 다음 공연은 영국 리버풀을 다룰 예정이며, 6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진행된다.


Plus Point

쿠바 전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원래 1930~40년대 아바나의 고급 카바레, 클럽 같은 사교클럽을 부르는 말이었다. 그런데 쿠바혁명으로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회주의 이념을 담은 포크송이 주류를 이루며 쿠바의 전통음악이 뒤로 밀려나자 번성했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도 침체기에 빠졌다. 이후 1995년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 R.쿠더와 영국 음반사 월드 서킷 사장 N.골드가 쿠바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쿠바 노인 연주자 5명을 모아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을 끝냈다. 기타리스트 C.세군도와 E.오초아, 볼레로 가수 I.페레르, 피아니스트 R.곤살레스, 여성 볼레로 가수 O.포르투온이 녹음에 참여했다. 그리고 음악을 연주한 이들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고 이름 붙였다. 음반이 출시된 이후 세계적인 쿠바 음악붐이 일었고, 음반은 600만장 이상 팔렸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1997년 그래미상 베스트 트로피컬 라틴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1999년에는 독일 영화감독 W.벤더스가 밴드 이름과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