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화 시기를 묘사한 그림. <사진 : 위키피디아>
일본 근대화 시기를 묘사한 그림. <사진 : 위키피디아>

이 몸은 고양이야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서은혜 옮김 | 창비
1만4000원 | 552쪽

올해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탄생 150주년이다. 소세키는 1905년 첫 장편 소설 ‘와가하이와 네코데아루(吾輩は猫である)’를 발표했다. 지금껏 한국어 번역본이 20여 종이나 된다. 대부분 번역 제목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다. 그런데 최근 서은혜 전주대 언어문화학부 교수가 색다른 번역을 시도했다. 이 소설의 원제에서 1인칭 대명사 ‘吾輩(わがはい)’는 거만하게 자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몸’이나 ‘본인’을 의미한다.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서은혜 교수는 새 번역본 제목을 ‘이 몸은 고양이야’로 삼았다.

“이 몸은 고양이야. 이름은 뭐, 아직 없고.”라고 시작하는 이 소설은 고양이를 화자로 삼아 영어 교사인 집주인과 그를 찾아오는 지식인들의 대화를 전달한다. 일본 정부 후원으로 영국 유학을 다녀온 소설가 소세키의 풍모가 드러나면서 그의 주변에 모여든 당대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근대 일본의 분위기가 희극적으로 묘사된다. 이 소설은 고양이의 시점으로 일본 사회를 풍자했다. 1904년부터 2년간 이어진 러·일 전쟁의 승리를 비롯한 근대화의 성취에 자부심이 높아진 일본 사회의 들뜬 분위기를 냉철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내부의 희극성을 포착한 것이다.


“근대화 당시 지식인이 느낀 쓸쓸함 표현”

이 소설의 고양이는 이름이 없다. 그것은 인간에게서 이름을 부여받아 인간의 소유물로 전락한 고양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고양이는 자유롭게 인간과 현실을 들여다보고 해석한다. 고양이는 주인을 가리켜 “주인의 마음은 이 몸의 눈동자처럼 쉴 새 없이 변하니까. 무엇을 해도 오래 못 가는 남자거든”이라고 조롱한다. 그 주인은 일본의 근대화를 놓고 고민하는 지식인 나쓰메 소세키의 분신이다.

고양이가 듣는 주인의 말은 이렇다. “우리는 자유를 원해서 자유를 얻었어. 자유를 얻은 결과 부자유를 느끼고 곤혹스러워하지. 그러니 서양 문명 같은 건 얼핏 좋아 보여도 결국은 쓸모없는 거라고. 이에 반해 동양에선 예로부터 마음의 수행을 해왔잖아. 그쪽이 옳은거야. 보라고. 개성이 발전한 결과로 모두 신경쇠약을 일으켜 도무지 손쓸 수가 없게 되었을때, 덕 있는 왕의 백성은 여유롭다라는 구절의 가치를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거거든. 무위이화(無爲而化)라는 말을 무시할 수 없다는걸 깨닫는 거지.”

일본 정부가 국민을 총동원해서 서구를 추종하는 근대화에 소세키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국민보다 개인을 중시했고, 서구문명의 한계도 내다봤다. 국가가 있어도 개인의 삶을 통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에서 ‘무위이화’란 노장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일본 작가 오쿠이즈미 히카루는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매우 유쾌한 소설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당시 지식인들이 느끼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이 감돌고 있으며 이것이 마음을 울립니다.”(‘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