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들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로버트 고든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20세기 들어 미국은 32년마다 두 배의 속도로 성장했다” 고 말했다. <사진 : 블룸버그>
행인들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로버트 고든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20세기 들어 미국은 32년마다 두 배의 속도로 성장했다” 고 말했다. <사진 : 블룸버그>

1 |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로버트 J. 고든 | 생각의 힘
4만3000원 | 1040쪽

오늘날 ‘세계 제1의 경제대국’ 자리에 오른 미국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시작한 시점은 1860년대 남북 전쟁이 끝난 이후부터다. 1870년부터 1970년까지의 100년은 미국 경제성장에 있어 최고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있었던 ‘특별한 세기’다.

이 책은 특별했던 시기 미국 경제성장의 굴곡진 역정을 다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책에서 1870~1970년 동안 이뤄진 경제성장이 미국 역사상 두 번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사건임을 입증한다.

책은 대표 경제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 경제성장의 여러 측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경제성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TFP는 노동과 자본 투입량에 비해 생산량이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저자에 따르면 1920∼70년 TFP는 연평균 1.89% 성장한 반면 1970∼2014년의 성장률은 연평균 0.64%에 그쳤다.

1040쪽에 달하는 이 책은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2차 산업혁명의 ‘위대한 발명품’들이 미국인의 실생활을 어떻게 바꿨는지 분야별로 자세히 보여준다. 예를 들어 옷을 만들어 입던 여성들은 우편주문 카탈로그와 백화점의 등장으로 옷을 사 입게 됐다. 자동차는 말과 철도를 대체했고, 도시의 각 가정들은 수도, 전기, 가스, 전화기 등을 갖췄다.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집안의 허드렛일들을 크게 줄여줬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했다. 영‧유아 사망률은 대폭 낮아졌으며, 기대수명은 1870년 45세에서 1970년 72세로 급증했다. 마취법, 살균수술법, 엑스레이, 항생제 등 근대적 치료 방법 역시 모두 이 시기에 등장했다.


1970년 이후엔 성장속도 둔화

1970년대 이후에도 발명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발명품들은 과거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으며, 경제 발전 속도는 더뎠다. 1970년 이후 성장 속도의 둔화는 새로운 발명과 혁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의식주를 비롯해 주택, 교통, 통신과 같은 인프라와 의료, 근로 조건 등 생활 수준을 결정짓는 기본적인 것들을 이미 다 이뤘기 때문이다.

일부 ‘기술 낙관론자들(techno-optimists)’은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가속화하면서 전과 같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젊은 세대의 생활수준이 부모 세대의 생활수준보다 못한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며 “과거의 위대한 전진에 기대기보다는 눈앞에 산적해 있는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데이터 중심 경제 시대의 대응방안
2 | 데이터 이코노미
서울대 법과경제연구센터 | 한스미디어
1만6500원 | 272쪽

데이터 이코노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데이터 이코노미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제를 말한다. 오늘날 데이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으로 부상했다.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기업은 경쟁업체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또한 주어진 데이터에서 어떤 분석과 함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확보한 데이터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법과경제연구센터는 데이터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다양한 맥락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지속하고, 문제인식과 대안을 이 책에 정리했다. 미래 사회와 경제가 어떻게 변모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데이터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실정법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에 기초한 의견을 적극 개진한다.

집필진은 “데이터 이코노미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부가가치 서비스, 데이터 연계 개별 산업 등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상호 융합되거나 유기적으로 연결돼 발전적인 상호 작용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이자 CEO인 켄 피셔. <사진 : 블룸버그>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이자 CEO인 켄 피셔. <사진 : 블룸버그>

역발상 투자로 수익을 얻는 법
3 | 켄 피셔 역발상 주식 투자
켄 피셔, 엘리자베스 델린저 | 한국경제신문사
2만2000원 | 408쪽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방에서 코끼리를 처음 본다면 누구나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점차 코끼리에 익숙해지고 결국에는 잊어버리게 된다.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켄 피셔는 이를 일컬어 ‘방 안의 코끼리’라고 한다. 항상 그곳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은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알려준다. 미국 월가 최고의 투자 전략가로 꼽히는 켄 피셔는 역발상을 오해해서 잘못 실행하는 사람과 자신도 모르게 역발상을 실행하는 사람 모두에게 ‘역발상 투자’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준다. 책은 역발상 투자자는 장기 전망이 아니라 남들이 놓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켄 피셔는 워런 버핏이 정신적 스승으로 꼽는 성장주 투자의 거장 필립 피셔의 아들이다. 60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2014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240위 부자, 세계 653위 억만장자 순위에 올랐다.


외국인이 현대차에서 겪은 좌충우돌 경험담
4 |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
프랭크 에이렌스 | 프리뷰
1만7000원 | 384쪽

이 책은 언론사 기자 출신인 미국인 저자가 현대자동차 글로벌 홍보 임원으로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며 겪은 좌충우돌 경험담을 다뤘다. 한국 회사에서 겪은 문화적 충격과 현대차의 치열한 사무실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18년간 기자로 일했다. 2010년 현대차로 옮겨 2013년 말까지 글로벌 홍보 부문 상무 겸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사로 출발해 2년 근무 후 상무로 승진, 현대차 국내 본사에서 일하는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높은 직책에 올랐다.

저자는 “한국은 부유한 나라가 됐는데도 사람들의 삶은 60년 전 가난하게 살 때와 다른 의미에서 여전히 고달프다”며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살며 평생 온갖 육체적, 정신적인 문제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서울 근무를 마칠 때쯤 깨달은 바를 전한다. 현대차를 넘어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힘이 바로 그 ‘경쟁심’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낯선 환경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울에서의 생활만큼은 애정으로 일관한다. 저자는 “가끔은 테이블 한가운데 소고기가 잔뜩 놓인 지글거리는 불판 앞에 어깨를 부대끼며 앉아 있던 그 시절이 그립다”면서 “그때는 이방인이라는 기분을 조금은 덜 느꼈다”고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