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MIT 미디어랩(왼쪽)과 조이 이토 소장. <사진 : 앤디 라이언(Andy Ryan), 블룸버그>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MIT 미디어랩(왼쪽)과 조이 이토 소장. <사진 : 앤디 라이언(Andy Ryan), 블룸버그>

1 | 나인
조이 이토·제프 하우 | 이지연 옮김 | 민음사
1만5800원 | 328쪽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197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회사였던 디지털 이큅먼트의 회장 켄 올슨은 “개인들이 가정에 컴퓨터를 구비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에디슨은 자신이 발명한 축음기를 음악 감상에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최초로 영화를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는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고 선언했다.

MIT(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 소장 조이 이토와 미디어랩의 연구원이자 저널리스트인 제프 하우는 컴퓨터, 인터넷, 영화 등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을 알아보지 못했던 사례들을 소개하며 앞선 사람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알려준다.


기술 급변기에 적응하는 지침서

저자들이 이러한 일화를 소개하는 까닭은 기업인과 발명가를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똑같은 잘못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누구나 기술의 미래를 잘못 해석하기 쉽고, ‘보편적 사고방식’에 따라 시야가 좁아져 있다”고 말한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인간의 사고는 여전히 산업 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사고력을 현대로 데려다줄 아홉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이들 원칙은 MIT 미디어랩의 화이트보드에 늘 적혀 있으며, 수많은 실험과 경험 속에 DNA처럼 박혀 있는 것들이다.

‘생각의 혁신’을 위한 아홉 가지 원칙은 △권위보다 창발 △푸시(push)보다 풀(pull) 전략 △지도보다 나침반 △안전보다 리스크 △순종보다 불복종 △이론보다 실제 △능력보다 다양성 △견고함보다 회복력 △대상보다 시스템 등이다.

이 원칙들은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는 법’이나 ‘더 좋은 관리자가 되는 법’과 같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다. 급변하는 기술 혁명기에 인류가 적응하기 위한 지침이다. 저자들은 원칙을 ‘이 세상의 새로운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팁’으로 비유했다.

유명 CEO, 영화 제작자, 베스트셀러 작가, 미술관 큐레이터, 현대 음악가 등 이 책을 추천한 사람들은 모두 책에 언급된 원칙들이 이미 자신들도 지키고 있는 원칙이라고 말한다.

MIT 미디어랩은 세계의 기술 혁신을 선도해 왔다. 1985년 멀티미디어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와 인공지능(AI)의 창시자 마빈 민스키 등이 설립했다.

초창기 애플의 CEO를 지냈으며 10년간 미디어랩의 초청위원회 위원이었던 존 스컬리는 “결국 우리가 애플에서 실행하게 된 많은 아이디어가 MIT 미디어랩에서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후지쓰가 반도체 버리고 농업을 택한 까닭
2 | 미래산업, 이제 농업이다
김준호 | 가인지캠퍼스
1만3000원 | 164쪽

일본 후지쓰가 올해 6월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을 활용해 ‘고철분‧저칼륨 시금치’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후지쓰는 지난 2013년부터 후쿠시마현에 있는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에서 저칼륨 시금치에 철분 농도를 75% 증가시키는 재배기술을 연구해 왔다.

하드웨어와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후지쓰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농업’을 선택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후지쓰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미래 유망 산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이라는 확신을 갖고 승부수를 걸었다. 후지쓰는 현재 농업 경영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카사이’도 운영 중이다. 후지쓰뿐만 아니라 일본의 또 다른 전자업체인 도시바, 파나소닉, 샤프 등도 농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투자가와 글로벌 대기업들이 농업에 주목하고 있다. 농업은 이미 미래산업으로 발돋움했다. 국내에서도 귀농, 귀촌 사례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농산업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창업하려는 젊은 청년들도 많다.

이 책은 저자가 20여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난 농업 경영인들의 생생한 사례를 담았다. 농업에서의 성과와 피드백을 통한 품목관리 방법 등 농업 경영의 원리도 담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 : 블룸버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 : 블룸버그>


주요 지역의 경제활동 집중 현상 연구
3 | 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
폴 크루그먼 | 이윤 옮김 | 창해
1만6000원 | 244쪽

산업 클러스터(cluster)란 일정 지역에 산업과 상호 관련 있는 기업 및 기관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산업 집적 지역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와 미국 중서부 지역의 제조업 벨트가 있다.

2008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클러스터와 같이 규모가 작은 지역 수준에서 나타나는 경제활동의 집중 현상에 주목했다. 이 책은 실리콘밸리 같은 자발적 집적지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제조업 벨트는 어떻게 성공적으로 조성됐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책은 1990년 10월 폴 크루그먼이 벨기에 루뱅대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었다.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폴 크루그먼은 지리경제학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다. 그는 세 차례의 강연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소비자 선호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무역의 패턴과 경제활동의 지리적 분포를 설명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
4 |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
유영만 | 위너스북
1만6000원 | 368쪽

프랑스 작가 폴 부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과연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보다 오히려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생각하는 대로 살기 어렵다”며 “사는 대로 생각하자”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기보단 풀리지 않거나 생각지도 못한 일을 더 많이 접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면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하게 된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생각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을 때 비로소 발생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은 새로운 생각의 가능성을 죽이는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생각지도’로의 여행을 떠난다. 생각 여행은 감수성, 상상력, 역발상, 창조성, 체인지, 전문성, 학습력, 혁신력, 생태계 등 9가지 키워드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생각의 지도에 의존하는 종속적 인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생각지도 못한 일을 저지르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익숙한 개념과 이미지를 낯설게 조합하며 전문분야 간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