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항만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컨테이너. <사진 : 조선일보 DB>
부산 신항만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컨테이너. <사진 : 조선일보 DB>

1 | 더 박스
마크 레빈슨 |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3만원 | 608쪽

운송용 컨테이너 박스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컨테이너 운송이 도입되기 전에는 모든 짐을 일일이 사람이 옮겨 실었다. 짐을 싣고 내리고 분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다. 커다란 박스에 많은 물건들을 넣어 옮기면서부터 운송 시간과 노동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컨테이너가 세계를 바꾼 핵심은 ‘표준화’다. 1950년대엔 전 세계 기업과 국가가 각자의 환경에 따라 컨테이너 규격을 정했기 때문에 나라마다 규격이 달랐다. 1961년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컨테이너를 연구하는 데 동의하고, 우여곡절 끝에 1964년 컨테이너 박스의 국제표준을 승인했다. 표준화를 통해 국제무역은 발전하고 세계 시장은 넓어졌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컨테이너의 변천사를 통해 알아본 경제사

이 책은 평범한 컨테이너 박스의 변천사와 함께 세계 경제사를 다뤘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와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컨테이너에 관한 모든 것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부두 노동자, 항구, 기업, 도시, 국가 등 전 세계에 영향을 주며 종횡무진 하는 컨테이너의 흐름을 따라간다.

겉보기에 단순한 운송 도구인 컨테이너가 전 세계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태로 바꿔놓았다. 컨테이너로 인해 경제 지형이 바뀌자 관계자들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또는 현상 유지를 위해 싸웠다. 가장 먼저 투쟁에 나선 사람은 부두 노동자들이었다.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때로는 파업을, 때로는 협상을 제시하며 자동화를 상대로 저항했다.

항구 측은 컨테이너선 유치에 열을 올리며 점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철도 회사를 비롯한 다른 운송 회사들은 고객을 잃을까 전전긍긍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운송비 때문에 해운사와 선적인들 사이의 다툼도 치열해졌다. 해운사들은 담합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했고, 선적인들은, 이에 맞서 협회 소속이 아닌 해운사를 찾았다.

책은 지금도 컨테이너 박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50년 전만 하더라도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단순하기 그지없는 컨테이너가 이런 거대한 변화를 가지고 오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한국이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의 무역 강국으로 우뚝 선 것도 이 ‘박스’가 빚어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결과 중 하나”라고 말한다.

책을 추천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0세기의 후반 50년 동안에 전 세계의 무역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혁신이 진행됐다. 이 혁신적인 전환을 둘러싼 이야기는 매혹적이며,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며 “비즈니스 및 혁신의 역할에 대해 사람들의 일반적인 견해들을 여러 가지 섬세한 방식으로 반박한다”고 말했다.


‘일머리’ 좋은 직장인들의 성공 비결
2 |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김무귀 | 장은주 옮김 | 리더스북
1만4800원 | 300쪽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학벌은 좋지 않지만 업무 처리는 훌륭한, 그야말로 ‘일머리’가 좋은 직장인을 볼 수 있다. 입사 전에는 학력, 자격증 등이 판단 기준이었다면, 입사 후의 평가 기준은 결국 일머리다. 그들이 일을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직장과 학업 경험 등을 쌓은 글로벌 엘리트들을 만났다.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F), 자산운용사, 컨설팅 회사, 해외 경영대학원(MBA)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이 ‘업계 최고’라 불리는 상사들에게 혼나고 깨지면서 배운 업무 방식과 그들만의 공통된 생활 습관 등을 정리했다.

책은 성공하는 최고들의 ‘77가지 일머리 법칙’을 제안한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행동력’이다. 똑똑하기만 하고 신중한 사람보다는 머리는 평범하지만 남보다 앞서 행동하는 사람이 결국 뭔가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본은 기본으로 실천하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어 “일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가치관으로 인생을 살아가 자신을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어와 헤엄치기’의 저자 요리스 라위언데이크 <사진 : 열린책들>
‘상어와 헤엄치기’의 저자 요리스 라위언데이크 <사진 : 열린책들>

화려한 금융계의 이면에 숨은 작동 원리
3 | 상어와 헤엄치기
요리스 라위언데이크 | 김홍식 옮김 | 열린책들
1만7000원 | 416쪽

흔히 미국 월스트리트나 영국 더시티에서 일하는 ‘뱅커(은행가)’라고 하면 보너스로 수백만달러를 챙겨가는 트레이더 내지는 인수·합병(M&A) 전문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들은 금융계 상위 5%의 사람들이다. 나머지 95%의 뱅커들은 인사, 홍보, 회계 등 백오피스와 준법 감시 및 리스크를 관리하는 미들오피스에서 근무한다.

이 책은 잘 보이지 않는 은행업의 현실을 말하면서 그동안 일반 대중들이 알고 있던 금융계의 이미지를 깨뜨린다. 네덜란드의 논픽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년 반 동안 투자 은행가, 헤지펀드 매니저, 백·미들오피스 직원 등 200명의 전·현직 뱅커들과 대담을 나눴다.

금융 초보인 그가 금융의 세계를 하나씩 배워 가는 과정을 통해 금융계의 폭력적인 해고 문화, 금융상품의 위험성, M&A 과정에서 드러난 은행의 부실한 정보기술(IT) 시스템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20년 경력의 HR 전문가가 말하는 조직관리법
4 | 5 Questions, 성장하는 조직의 다섯가지 질문
신경수 | 21세기북스
1만6000원 | 280쪽

스타트업이든 장수기업이든 사람이 모인 조직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반복된다. 조직관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문제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20년 경력의 인적자원(HR) 전문 컨설턴트인 저자는 기업의 ‘성장과 몰락’을 구분 짓는 중요한 다섯 가지 기준을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조직관리의 다섯 가지 원칙은 일관성, 진정성, 수용성, 사명감, 감수성이다. 원칙을 지키는가, 진심을 다하는가, 균형을 중시하는가, 놓친 것은 무엇인가, 이해하고 배려하는가 등을 리더와 사원 서로가 묻고 답해야 한다.

저자는 “성장하는 조직 내부에는 이 요소들이 풍성하게 흐른다”면서 “다섯 가지 요소가 부족한 조직은 아무리 다른 변수가 우호적으로 작용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기업 구성원이 고민하는 조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심리의 이해’도 강조한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실제로 조직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상대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때 갈등을 잘 풀 수 있고, 이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 결국 고객 만족의 선순환 구조를 촉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