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시대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전망은 엇갈리지만 인간을 바로 알아야 인공 지능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한다.
인공 지능 시대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전망은 엇갈리지만 인간을 바로 알아야 인공 지능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한다.

울트라 소셜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1만5000원 | 272쪽

인공 지능 시대를 인간의 삶이 향상되는 유토피아의 실현으로 볼 것인가,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는 디스토피아의 도래로 볼 것인가. 두 입장은 현재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듯하다. 저마다 내리는 결론은 다른데, 묘하게 공통된 주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인공 지능을 제대로 개발하려면 인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을 향한 탐구가 심화될수록 인공 지능도 더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올해 6월에 낸 이 책도 인간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실험 결과를 설명하면서 인간의 사회성을 심층적으로 규명한 뒤 최종 결론은 ‘인간과 기계의 교감’으로 마무리했다. 장 교수는 국내 과학자 중에서 인문학적 감성이 빼어난 글쓰기로 이름이 높다. 이 책의 학문적 토대는 다양하고 화려하다. 진화생물학, 동물행동학, 영장류학,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인공지능학 등등 요즘 각광받는 학문 영역을 총망라했다. 인간을 다면적으로 보는 ‘융합’의 시선과 논리 그리고 재미까지 지니고 있다.


사회 발전시킨 인간의 공감 능력

장 교수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현상을 언급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얻는 ‘좋아요’ 숫자가 개인 행복 지수를 결정하는 게 요즘 세태이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만약 외계인이 이런 인간과 침팬지를 비교한다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동료에게 털고르기를 받고 좋아하는 침팬지 모습을 떠올리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하는 외계인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체 소셜 미디어는 인간 본성의 어떤 측면을 건드리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가 제시한 정답은 인간의 초사회성(ultra-sociality)이다.

인간의 공감 능력은 타인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감정을 갖게 하는 두뇌의 거울신경세포 덕분에 진화해왔다. 성공한 인생이 되려면 공감 지수가 높아야 한다고들 한다. 이 책에선 여러 실험과 명제가 등장하지만, 인간을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고 풀이하는 게 가장 쉽게 다가온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일어날 다양한 상황을 체험함으로써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했기에 생존해왔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인간이 동맹, 우정, 정의, 배신 등을 다룬 이야기에 그토록 민감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야기 덕분에 인간의 초사회성도 강화됐다는 것.

물론 초사회성의 그늘도 있다. 차별과 편견, 불평등의 기원 역시 인간의 사회성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간의 공감 능력 덕분에 사회가 조금씩 개선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능력이 앞으로 인간과 로봇의 공생에서도 적용돼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바퀴 달린 로봇보다 두 발로 걷는 로봇에 더 큰 공감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앞으론 인간과 똑같은 표정을 짓는 로봇이 등장하면 인간과 로봇 사이에도 사회성이 중시될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타인을 배려하는 초사회성을 더 키워야 한다. 인공 지능 시대를 앞두고 인간의 공감 능력이 지닌 신비를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인공 지능의 인간성을 긍정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의 새로운 진화가 직면한 과제를 쉽고 재미있게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