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지몬은 “시간에 따라 다른 가격을 설정하는 ‘동적 가격 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영국 런던의 레이체스터 스퀘어 극장 앞에서 야간 할인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 선 사람들 모습.
헤르만 지몬은 “시간에 따라 다른 가격을 설정하는 ‘동적 가격 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영국 런던의 레이체스터 스퀘어 극장 앞에서 야간 할인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 선 사람들 모습.

1 | 프라이싱
헤르만 지몬 | 서종민 옮김 | 쌤앤파커스
2만500원 | 440쪽

구매자는 물건을 싸게 사고 싶고, 판매자는 비싸게 팔고 싶은 게 이치다. 시장경제 초기에는 물건의 적당한 가격이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됐으나, 사회와 경제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가격이 정해지는 데에 여러가지 치밀한 계산과 변수가 고려된다. 이 책은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와 과정을 풀어내고 경영자의 입장에서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 헤르만 지몬은 가격 결정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1995년 경영학 교수를 관두고 마케팅 전문 컨설팅회사 지몬-쿠허&파트너스(SIMON-KUCHER&PARTNERS)를 설립했다. 합리적 가격 결정이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평소 생각을 실전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 무렵 지몬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교수를 몇 번 만나 조언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드러커는 지몬에게 “가격 결정은 마케팅에서 가장 경시된 분야”라며 “오늘날의 가격 결정 정책은 기본적으로 추측이나 다름없다”며 지몬을 격려했다.


잘 결정한 가격이 기업의 미래도 결정

드러커의 생각은 옳았다. 이미 ‘히든 챔피언’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헤르만 지몬은 이제 가격결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2017년 반드시 읽어야 할 최고의 경영서로 신간 ‘프라이싱’을 꼽았으며, 아마존 닷컴은 ‘가격 결정의 바이블’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직후 태어났다. 전쟁이 휩쓸고 간 생활 터전에서 돼지나 우유 등 모든 상품의 가격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유년시절을 보낸 농장에서도 돈은 부차적인 문제였으며, 가격에 대한 메커니즘 역시 없었다고 한다. 현대 사회는 가격이 매우 중요해졌다. 저자는 1970년대 석사 논문을 쓸 무렵 시장의 힘과 가격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저자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격 결정 분야에 천착하게 된 계기다.

저자는 가격을 잘 정하는 것은 단지 물건을 비싸게 팔거나 많이 팔아 얻는 이익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그는 책 3장에서 가격의 품격 효과, 플라시보 효과, 앵커 효과 등을 설명한다.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단지 원가를 기준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 복잡다단한 변수가 작용하는 것을 알려준다.

저가·고가 정책으로 성공한 세계적 기업들의 풍부한 사례도 다뤘다. 가격을 연거푸 낮추고도 성장한 스웨덴의 가구 회사 이케아는 저가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반면 질레트는 신제품 ‘마하3’를 기존의 자사 최고가 제품보다 41% 높은 가격에 출시하는 등 고가 정책을 고수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자랑하고 있다. 성공 사례 뒤에 이어지는 5~7장에서는 실험을 통한 실증 데이터들이 빼곡하다.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가 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영인으로 칭송받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책을 두고 “당신이 가격이라는 주제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했다. 40여년 연구해온 가격 결정 분야에 대한 저자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장기 불황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일본 기업들
2 | 불사조기업
서용구·김창주 | 더퀘스트
1만6000원 | 288쪽

일본 최대 가구회사인 ‘니토리’는 25년 장기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이른바 ‘불사조기업’으로 꼽힌다. 니토리는 일본 버블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여느 기업과 달리 차곡차곡 성장 계단을 밟았다. 2001~2011년 사이 623% 성장(매출액 기준)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기준 미국·중국·대만에 총 43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 3월 결산에선 30년 연속 매출·이익 증가를 기록, 일본 4000여 상장사 중 1위 업체로 선정됐다.

책은 니토리 외에도 수퍼마켓 체인 야오코, 디스카운트스토어 돈키호테홀딩스 등 52개 불사조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결을 파헤친다. 저자는 불사조기업의 기준으로 최근 결산 보고서상 20~30년 이상 매출과 수익이 동시 증가하는 증수증익을 달성했는지를 조사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마케팅, 유통 전문가로 활동하는 두 저자는 52개 불사조기업의 5가지 성장 DNA를 소개한다. 고객 친화적인 영업력,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전문성, 높은 수준의 직원 결속력, 신뢰받고 사랑받는 사회적 친화력, 틀을 깨는 창의적 역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을 뚫고 성장한 기업 사례에서 불황에 대처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킹 리우 전 자이언트 CEO. <사진 : 오씨이오>
킹 리우 전 자이언트 CEO. <사진 : 오씨이오>

세계 1위 자전거 기업 창업자의 성공 스토리
3 | 자전거 타는 CEO
킹 리우·여우쯔옌 | 오승윤 옮김 | 오씨이오(OCEO)
1만3500원 | 240쪽

자전거 매출 세계 1위 브랜드 자이언트(GIANT) 창업자인 킹 리우(류진뱌오·劉金標) 전 CEO가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책으로 냈다. 창업자 이름에서 중국 내수 시장을 석권한 중국 기업인가 하는 짐작이 들지만, 아니다. 대만에 본사를 둔 자이언트는 80개국에 1만5000여 매장을 두고, 연간 2조원이 넘는 매출로 세계 자전거 판매액의 10%를 차지하는 수출 중심 기업이다.

자전거 업계는 역사가 100년이 넘는 포화 시장이다. 킹 리우 전 CEO가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저자는 38세에 자이언트를 창업하기 전까지 2~3년을 주기로 사업 종목을 바꾸며 돈만 좇았다고 고백한다. 자전거 사업도 장어 양식업이 태풍으로 30억 넘는 손실을 입고 파산 직전에 이르자 뛰어들었다고 한다. 책에는 그가 안일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전거 브랜드를 일궈낸 저자의 성공 스토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주식 투자 제안
4 | 밀레니얼머니
패트릭 오셔너시 | 한지영 옮김 | 새로운제안
1만5000원 | 316쪽

조금은 생소한 ‘밀레니얼 세대’는 1980~200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취업난을 몸소 겪은 20~30대로 볼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초년은 순탄하지 않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베이비붐 세대와 일자리 경쟁을 해야만 하고, 상대적으로 평균 소득이 낮음에도 베이비붐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이 책은 이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스스로 노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현실적인 방안 및 전략이 담겨있다.

핵심은 ‘복리’와 ‘시간’의 힘을 극대화한 투자전략이다. 즉 소액의 투자금이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는 돈의 원리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가 보는 고수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다.

저자는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소개하면서,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이 책만으로 누구나 수익성 높은 종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1985년생으로, 스스로도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는 금융계에서 유명한 제임스 오셔너시의 아들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다.

책을 읽고 나면 밀레니얼 세대의 재정적 대안이 결국 주식인가 하는 우려는 든다. 판단을 각자의 몫으로 돌린다면 저자의 투자 철학과 식견을 보고 배워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