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카르페 디엠’은 영화 속 키팅 선생님이 자주 한 말이다. <사진 : 유튜브>

별별명언
김동훈 지음 | 민음사
1만5500원 | 312쪽

새해를 맞을 때마다 결심 산업이 뜬다. 대부분 체력 단련이나 자기 계발, 재테크와 관련된 결심을 생각하는데, 공통점은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비용이 없을 수 없다. 차라리 고전의 명구를 정리한 책 한 권에서 올해의 좌우명을 찾아내는 게 가장 저렴한 방법일지 모른다.

동양의 명언에 관한 책은 차고 넘치는데, 서양 고전을 원전으로 공부한 국내 학자의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행히 서울대 서양고전협동과정에서 그리스와 로마 문학 및 수사학을 공부했고 신학대도 다닌 젊은 학자가 대중을 위해 서양 인문학의 명언을 쉽게 풀이한 책이 있다. 지난해 여름에 나온 이 책은 서양 고전에서 가려 뽑은 별별명언(別別名言)을 오늘의 상황에 비춰 경쾌한 언어 감각으로 풀이했다.

책은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성숙하라’, 2부 ‘함께하라’, 3부 ‘생각하라’, 4부 ‘새로워라’. 무턱대고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프롤로그 ‘언어가 쓸모 있을 때’부터 읽어보라. ‘명언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스스로 내놓은 답은 이렇다. “명품 브랜드에서 그렇듯, (명언을 향한) 충성 고객은 자신의 방식으로 전유한 명언에 대한 해석을 내놓으며 전파자로 우뚝 서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그 해석에는 변용이 거듭된다. 명언의 한 톨 씨앗에는 그 명언의 나이만큼 해석과 변용이 퇴적되어 있다.”


‘성숙·함께·생각·새로움’이 중요

그러면서 저자는 오랫동안 서양 고전의 명언을 붙들고 씨름한 결과, 4대 구조를 깨달았다고 한다. 외형적 ‘성장’이 아닌 내면적 ‘성숙’이 우선이고, 위계 질서에 의한 ‘지시’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하는 자세가 중요하고, 감상적 ‘허무’에 빠지기보다는 치열한 ‘생각’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쉽게 ‘절망’하기 전에 희망을 갖고 ‘새로움’에 눈을 뜨라는 것.

이 책이 강조한 명언 중 하나는 ‘카르페 디엠’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인용된 라틴어 경구다. 흔히 ‘오늘을 즐겨라(내일은 없나니)’로 번역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 등장한 이 격언을 그 시의 전문과 함께 읽어보면 ‘날을 거두라’ 혹은 ‘시간을 수확하라’라는 게 더 정확한 번역이라고 한다. ‘내 한철은, 오늘을 거둬들이게, 이후 신뢰하기 어려우니’라는 시행은 ‘불멸을 소망하지 말라고, 나이가 깨우치네, 여물게 하는/ 그 한철을 가로채는 시간도 깨우치네’라는 노래로 이어진다. 저자는 “요약컨대, 호라티우스가 그토록 ‘한철’에 집착하는 이유는 늙음과 죽음이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고 풀이한다.

‘카르페 디엠’은 영국 시인 로버트 헤릭의 시 ‘처녀들에게’와 연결된다. 영화 속의 교사가‘ 할 수 있을 때 장미꽃 봉오리를 모으라’고 학생들에게 읊조린 것. 이 책의 저자는 그 까닭을 이렇게 풀이한다. “내 가슴에는 어떤 포도주가 잘 걸러졌는지, 어떤 장미꽃 봉오리가 모아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붉은 홍시가 영글었는지 자문해보자”라는 것이다.

하필이면 연초에 이 문장을 접하고 보니, 올해 또 수확기에 접어들 무렵 마주쳐야 할 생각을 지금 미리 해보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생의 ‘한철’은 벌써 시작됐으니 이왕이면 제대로 즐기라는 유혹이기도 하다.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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