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8일 미국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중개인들이 미국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2017년 12월 18일 미국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중개인들이 미국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1 |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라나 포루하 | 이유영 옮김 | 부키
1만8000원 | 532쪽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말이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Wall Street)로 대표되는 금융 자본주의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제조업체들(Makers)에 투자했다가 불어난 돈을 회수하는 자들(Takers)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금융업은 고용의 4%만 책임지고 경제성장에는 7% 기여할 뿐이지만 전체 기업 수익의 25%를 가져간다.

비대해진 금융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터진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금융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월가의 힘은 막강하다. 저자는 이를 ‘금융화(financialization)’라고 정의했다. 금융화란 금융과 금융적 사고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게 되어 버린 현상을 뜻한다. 이 시스템 속에서 제조업체들은 의회, 정부와 결탁한 금융 기업들에 예속된다.


애플도 금융 공학에 빠져

혁신의 아이콘이 된 애플마저도 금융에 손을 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2013년 스티브 잡스 뒤를 이어 애플의 CEO가 된 팀 쿡이 170억달러를 금융기관에서 빌렸다고 밝힌다. 현금을 무려 1450억달러나 쌓아놓고 이자만 매달 30억달러가 들어오고 있었는데도 돈을 빌렸다. 이유는 편법적 절세와 주가 부양이었다.

애플은 해외 곳곳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상세한 내역을 비밀로 한다. 사내 유보금을 사용하려면 미국으로 돈을 들여와야 하는데, 이때 엄청난 연방 세금이 발생한다. 따라서 돈이 필요해도 미국 내에서 대출을 해 세금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주가 부양이다. 저자는 쿡이 잡스와 달리 혁신 기술을 내놓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쿡은 빌린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두둑한 배당금을 지급해 애플의 주가를 부양했다. 그 후 애플 주가는 치솟았고, 애플의 주주들은 수억달러의 자본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블룸버그는 “애플, 새로운 핌코(Pimco), 즉 새 채권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애플 방식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은 미국 업계의 상식이 됐다. 저자는 미국 S&P 500 기업군이 2005~2014년 애플 방식의 배당을 통해 푼 돈의 규모가 무려 6조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미국 청년들의 일자리와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데도 주가는 오르고 자본시장 활황이라는 역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결국 금융 과잉은 사회를 양극화시킨다. 저자는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제자리이고, 성장세가 가장 빠른 상위 직업군 10개 가운데 6개 직종의 평균 시급은 15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금융과 실물경제의 균형만이 해결책이라며, 금융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도 책을 읽고 나면 금융이 경제에 끼친 해악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절세를 위해 알아야 할 세금 트렌드
2 | 2018년 절세 트렌드
손봉진 | 지식과감성
1만5000원 | 244쪽

사회현상에 트렌드가 있듯이 절세에도 트렌드가 있다. 저자는 세법이 매번 개정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많은 법률 중에서 세법만큼 자주 바뀌는 법률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바뀐 제도를 설명하고 절세 방법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다주택자 세금 부과, 증여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동산의 취득·보유·처분에 따른 세금 등 총 10가지 절세 이슈가 실렸다.

저자는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도 세금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아낄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는 종합소득금액에 비례해 건보료가 부과되는 반면 법인사업자는 급여에 비례해 건보료가 부과된다. 또한 배당소득 포함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이 금액에 대해서는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으므로 법인의 경우 배당을 잘 활용하면 개인사업자보다 건보료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소득세와 건보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법인과 개인사업자의 평균세율은 약 5~15%포인트까지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절세에도 시기가 있다면서, 제도의 변화를 잘 파악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절세방법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쓰모토 데쓰조. <사진 : 트위터>
마쓰모토 데쓰조. <사진 : 트위터>

인간을 돕는 AI를 만들어야
3 | AI가 신이 되는 날
마쓰모토 데쓰조| 정하경, 김시출 옮김 | 북스타
1만6000원 | 248쪽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사회가 되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현재 인간의 일자리 중 45%가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AI 발전은 이미 돌이킬 수 없으며, 어쩌면 신이 될 수도 있다고도 말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넘는 시점)가 무엇인지, 2장에서는 신에 대해 논하고, 3장에서는 AI와 인간의 차이를 설명한다. 4장은 이 책의 핵심이다.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 시대에는 AI 마음대로 경제, 정치 체계를 만들고 자아를 가진다. 인간은 일을 하지 않고 엄청난 혜택을 누리면서 살게 된다고 전망한다.

저자는 AI가 신 또는 악마가 될 수도 있으며, 그건 인간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AI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예측을 떠나서 다가올 AI 시대를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타이밍에 대한 과학적 방법론
4 | When(언제)
다니엘 핑크 | 리버헤드북스(Riverhead books)
28달러 | 272쪽

사람들은 타이밍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정작 타이밍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직관과 추론으로 타이밍을 잡거나 결정할 뿐이다.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인생에서도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한마디로 인생은 타이밍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타이밍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방법론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중요한 일은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2011년 코넬대에서 84개국 20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올린 약 500만개의 트윗을 분석해 시간에 따른 사람들의 기분 상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아침에 기분이 가장 좋았고, 오후에 기분이 나빠지고, 밤이 되면 다시 좋아졌다. 덴마크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오전에 시험을 본 집단이 성적이 더 잘 나왔다. 대장내시경을 진행한 의사들도 오전에 검사를 할 경우 오후보다 용종을 2배 이상 잘 찾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런 원인이 시간에 따른 혈류 등 신체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비즈니스 사상가인 저자가 6년 만에 내놓은 인간행동 분석서로, 미국에서 비소설 분야 신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최적의 타이밍을 파악해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