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몰다우 강.

어느샌가 따뜻해진 바람은 지난 겨울이 얼마나 매서웠는지를 잊게해줄 정도로 포근하기만 하다. 그리고 바람이 지나간 대지에는 연한 초록 빛깔이 자리하고 있다. 드디어 봄이 온 것일까.

필자에게 봄 하면 떠오르는 곡이 있다. 바로 체코 태생의 국민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84년)의 보헤미안(체코 보헤미아 지방에 사는 유랑민족 집시를 뜻함) 무곡 모음집 중 ‘우완(Hulán)’ 이란 곡이다. 우완은 유럽사에서 창을 들고 싸우던 기사(창기병)를 지칭하는 단어다. 하지만 이 곡은 제목이 주는 용맹스러운 느낌과는 달리 한없이 상냥하고 살에 닿는 요즘 바람같이 포근하기만 하다.

프라하의 봄 햇살 아래에서 이 곡을 연습하고 연주한 기억이 있다. 전원적인 느낌의 이 음악을 회상하노라면 가장조의 따뜻한 선율이 순식간에 필자를 휘감아 프라하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왕궁 언덕으로 데려가 준다.


슬라브족 애환·정열이 한 곡에서 교차

한때 보헤미안 왕국의 수도이기도 했고, 신성 로마 제국, 합스부르크 제국 황제의 레지던스가 자리했던 유서 깊은 도시이기도 한 프라하는 얼핏 보면 합스부르크의 영향으로 오스트리아 도시와 비슷한 면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과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합스부르크의 수도였던 비엔나와는 확연히 다른 슬라브 민족의 정체성을 잘 간직한 곳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슬라브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 출신의 작곡가들은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음악을 살펴보면 당시 주류였던 서유럽 음악의 영향에도 보헤미안의 전통 민속 음악과 그들의 자연·역사를 상징하는 부제의 차용·묘사 등으로 또 다른 음악적 독립성을 추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치하에 있던 체코 독립의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특히 체코 전통 민요의 선율을 차용한 제2악장 ‘몰다우’는 강의 움직임을 비롯해 체코의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한 서사시로서 듣는 이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며, 현재까지도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그의 보헤미안 무곡 모음집은 체코 민속 무곡인 폴카를 쇼팽의 마주르카(폴란드 전통 춤곡)처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스메타나와 함께 체코 민족 악파의 작곡가로 잘 알려진 안토닌 드보르자크도 스메타나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 3중주 ‘둠키 Op. 90’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 곡은 애환이 담긴 느린 부분과 정열적인 빠른 부분이 교차하며 슬라브족의 정서를 담고 있다. 전통적인 피아노 3중주와는 달리 5악장이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구성과 내용으로 보헤미안 음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예술적·대중적 성공을 거뒀다.


프라하에 있는 루돌피눔.


유럽서 가장 오래된 콘서트홀 ‘루돌피눔’ 유명

현재 프라하는 루돌피눔, 국립 오페라 극장, 오베츠니 둠, 또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와 ‘티토왕의 자비’가 초연된 스타보브스케 극장(Stavovské divadlo) 등에서 수많은 공연이 연중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특히 루돌피눔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콘서트홀 중 한 곳이다. 이곳은 메인홀인 드보르자크 콘서트홀의 아름다운 음향으로도 유명하고 세계적인 연주 단체인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스메타나의 기일인 5월 12일에 개최되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제는 세계 음악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음악제다. 오베츠니 둠의 스메타나 홀에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그 밖에 드보르자크, 보흐슬라브 마르티누, 레오시 야나체크 같은 체코 작곡가들의 주옥 같은 명곡도 감상할 수 있다.


▒ 안종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연주학 박사, 함부르크 국립음대 기악과 강사


plus point

프라하의 대표 작곡가
스메타나의 명반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우완(Hulán)

앞서 글머리에 소개한 스메타나의 작품으로서 보헤미안의 정서에 듬뿍 취해 볼 수 있는 곡이다. 특히 그의 ‘보헤미안 무곡’ 2집 7번째 작품인 우완을 통해 프라하의 따뜻한 봄 내음이 가득한 선율을 감상할 것을 권한다. 스메타나는 보헤미안 음악을 국제적으로 평가받게 만든 주인공이다.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나의 조국(Má Vlast)

지휘|야쿠프 흐루샤
연주|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879년에 완성된 6개의 표제를 갖고 있는 악장으로 구성된 교향시다. 스메타나의 민족주의 정서가 담겨 있는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체코의 전설, 유구한 자연, 염원 등을 묘사한 한 편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전곡 초연은 1882년 프라하에서 성황리에 이뤄졌었다.

안종도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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