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세종은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로 꼽힌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세종은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로 꼽힌다. 사진 조선일보 DB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이영훈|백년동안
1만2000원|244쪽

1422년(세종 4년) ‘노비고소금지법’이 제정됐다. 노비들이 주인의 불법 행위를 고소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노비가 주인의 완전한 사유재산이 된 것인데, 이를 두고 올란도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는 1982년 쓴 논문에서 ‘사회적 죽음(social death)’이라 했다. 주인이 노비를 함부로 죽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노비의 발바닥 속을 도려내거나 큰 돌로 짓이기는 등 잔혹한 방식의 살인이 자행됐다.

고려시대만 해도 노비는 인구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15~17세기에 걸쳐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늘었다. 여기에는 세종이 노비와 양인의 결혼을 방임하고, 그 소생 또한 노비 신분으로 돌린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시대에는 중앙정부와 지방관아에 춤추고 노래하며 성적 위안을 제공하는 기생들이 있었다. 기생의 딸은 기생이 됐다. 세종은 기생이 세습된다는 법을 만들었다. 나아가 세종은 국경지대의 고을에 군사를 접대할 기방을 설치했고, 이후 전국 각 군현에 수십 명의 기생이 배치됐다. 20세기 군 위안부 제도의 역사적 원류다.


저자는 친일파 논란 자초한 인물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훈민정음 창제 등의 업적으로 ‘대왕’ ‘성군’으로 칭송받는 조선왕조 제4대 국왕 세종에 대한 환상(幻想)을 완전히 깨부순다. 세종 치세 30년간 이룩한 업적으로 조선왕조의 500년 기틀이 마련된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까지 우리가 세종을 성군으로 받들어야 하는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다. 세종이 조선의 노비제와 기생제를 만들고, 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책 속에 펼쳐진 근거다.

‘머리말’에서 스스로 밝혔듯, 저자는 ‘한국의 근대문명은 일제가 이 땅을 지배한 기간에 제도화됐다고 생각했다’며 친일파 논란을 자초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책에 대해서 ‘친일파가 이번에는 세종까지 깎아내리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서 저자는 책 속에서 철저한 추적과 고증에 집중해 ‘논란의 주장’을 이어 간다.

일본 학자 오구라 기조(小倉紀) 교토대 교수는 최근 번역 출간된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한국을 ‘도덕 지향성 국가’라고 규정한다. 한국인이 모두 도덕적으로 살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의 모든 언동을 도덕으로 환원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 드라마의 등장인물만 봐도 ‘지금 당신은 틀렸어. 이렇게 해야 맞아’라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일방적으로 단정해버리고 도덕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 다시 읽기는 도덕 지향적 한국에 꽤나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소비도 개성 시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온다
최태원|한스미디어
1만6800원|328쪽

서울에 있는 ‘시현하다 사진관’은 월말에 온라인으로 한 달치 예약을 받는다. 사장 겸 사진사 김시현씨는 한 달에 딱 100명의 증명사진만 촬영하는데, 30초면 예약이 마감된다. ‘고객의 개성을 살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곳’으로 널리 알려진 덕분이다. 김씨는 증명사진 규정 안에서 모든 것을 시도한다. 일반적으로 턱을 내리는 다른 증명사진과 달리 인물에 따라 턱을 들게 하기도 하고 천편일률적인 조명과 배경색도 바꾼다. 10만원에 달하는 돈을 내야 하지만 멀리 지방에서까지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저자가 말하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시현하다 사진관처럼 고객의 개성 있는 소비 생활을 자극하는 것을 말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되면서 남들이 사는 것과 같은 물건을 구매하는 이른바 ‘모방 소비’나 재력을 자랑하기 위한 ‘과시형 소비’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소비’가 뜬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있는 일본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품(無印良品), 유기농 식자재에 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먹을거리를 파는 곳으로 알려진 ‘홀푸드마켓’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한 예다.


서울·신도시 18개 지역 입지 분석
그래서 어디를 살까요
빠숑·서울휘·아임해피|다산북스
1만7000원|344쪽

“현재 보유 자금으로 어디를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교육 환경이 좋고, 앞으로 개발 호재가 있어 집값이 오르면 좋겠어요.”

‘부동산 클라우드’라는 인기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방송)를 진행하고 있는 저자들은 서울 13개구와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5개 1기 신도시 등 총 18곳의 입지를 정리해 사정이 다른 독자들에게 꼭 맞는 부동산 투자법을 전한다.

이를테면 근처 강동구와 성동구의 신흥 주거지역이 뜨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는 광진구는 강남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데다 자양동을 중심으로 대형 개발 호재가 있는 만큼 새 아파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라는 식이다. 그동안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외면받았던 일산이 2023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개통되면 다시 주목할 만하다는 내용도 있다.

현 거주지역이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강남 부촌에 대한 부동산 정보만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 외 다양한 지역의 시세나 교통·문화 인프라, 학군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해 볼 만하다. 다만 ‘그래서 어디를 살까요’라는 의문을 완전히 해소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정보원이 믿을 만한가’ 자문하라
평판(Reputation)
글로리아 오리기|프린스턴대학 출판부
29.95달러|296쪽

왜 기후변화가 미래 인류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드물게는 관련 연구 결과를 직접 확인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은 연구 결과를 인용한 언론을 통해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말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믿을 만한 사람(전문가)이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수석 연구원인 저자는 정보가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해석해 줄 이른바 정보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인지하는 경로인 언론은 이미 사실을 한 차례 평가·필터링했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필터링을 자신의 해석에 맞게 다시 필터링해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제공된 정보만을 가지고 사실의 단면을 인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정보는 어디서 나왔나’ ‘해당 출처는 평판이 좋은가’ 등을 끊임없이 자문하라고 조언한다. ‘정보의 내용’보다 ‘정보원’과 ‘정보의 유통경로가 되는 지식 관계망’이 신뢰할 만한지를 비판적으로 보고 재점검하라는 조언은 매우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