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60 D5. / 볼보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하는 브랜드로는 볼보를 꼽을 수 있다. 올해 판매 목표 대수를 작년보다 20% 이상 성장한 8000대로 잡고 있다는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의 공언처럼, 올 3월까지 1820대를 팔며 순항 중이다. 이런 성공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안전 하면 볼보’라는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와 2016년부터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XC90부터 시작해 새롭게 바뀌기 시작한, 탄탄한 모델 라인업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XC60이 볼보차가 큰 인기를 끄는 데 한몫하고 있다. 현재 볼보의 중·대형 모델은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한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플랫폼을 사용한다. ‘확장성 있는(scalable)’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유연한 구조를 가졌고 모두 4기통 디젤, 가솔린 엔진 혹은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었다. 과거 포드 시절의 뼈대인 P3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 만든 차들은 엔진 다운사이징(엔진 배기량 줄이기)과 모터를 이용한 전동화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이끌고 있다.

새 XC60은 국내 프리미엄 수입 SUV 시장에서 약 25%를 차지해 격전지인 중형급 시장에서 꽤 선전하고 있다. 스포티한 쿠페형 모델과 AMG 같은 고성능 트림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벤츠 GLC부터 지난해 새 모델을 내놓으며 절치부심 중인 BMW X3,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력인 렉서스 NX까지 파워트레인도 다양하다.

또 전통의 SUV 강자인 랜드로버가 프리랜더,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벨라 등 다양한 모델을 내놨고 형제 브랜드인 재규어에도 F-페이스를 파는 등 정말 많은 차들이 있다. 모두 디젤과 가솔린 엔진 등을 갖추고 4WD가 기본인 차다.

XC60은 작년 9월 판매를 시작할 때는 190마력을 내는 디젤 D4 모델이 있었지만 지금은 235마력의 디젤 D5 모델이 주력이다. 물론 320마력을 내는 가솔린 엔진인 T6와 87마력 전기모터를 포함해 전체 출력이 405마력에 달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T8 모델도 고를 수 있다. D5와 T6는 옵션에 따라 기본형에 해당하는 모멘텀(Momentum)과 풀옵션인 인스크립션(Inscription)으로 나뉜다. 그런데 볼보가 자랑하는 자율주행 보조 기능인 인텔리세이프 어시스트 등 안전장치는 모두 동일하게 장착돼 있기 때문에 더 저렴한 가격(6220만원)의 모멘텀이 더 매력적이다.


영국 명품 오디오 B&W 장착

하지만 650만원을 더 주고 인스크립션 모델을 고른다면 그 이유는 추가 장비 중에서도 바우어스 앤드 윌킨스(Bowers & Wilkins)의 오디오 시스템 때문이다. 전 세계 프리미엄 스피커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B&W는 독특한 케블라 재질의 노란 스피커 콘(cone)을 사용하는데, XC60에는 15개의 스피커를 달아 현장감 있는 음장 효과를 지원한다. 특히 스웨덴 예테보리 콘서트홀의 현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뾰족하게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고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명한 소리가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최고의 음악 공연 DVD로 꼽히는, 그룹 이글스의 1994년 MTV 실황 녹화 앨범인 ‘헬 프리즈 오버’에 수록된 ‘호텔 캘리포니아’를 들어보면 얼마나 좋은 오디오 시스템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분명한 음장감으로 각각의 악기 위치를 눈으로 보듯 구별이 가능하고, 클래식 기타 특유의 나일론 현이 울리는 부드러운 소리까지 확실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울림 공간이 큰 SUV 형태의 차체 때문에 음량을 높여도 매우 자연스러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클래식과 최신 댄스부터 재즈나 올드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성능 덕에 운전하는 내내 즐거웠음은 물론이다.

이런 오디오 시스템은 사실 진동과 소음이 작은 주행 성능의 뒷받침이 크다. 정차 때 시동을 끄는 스톱&스타트 덕분에 멈췄을 때 차는 그대로 음악 홀이 된다.

달릴 때는 진동을 잘 억제한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마냥 부드럽다. 이런 느낌은 상하 움직임 범위가 적당히 큰 서스펜션에서도 받을 수 있다. 과속 방지턱을 넘어도 차체가 한번쯤 살짝 오르내릴 뿐 실내로 충격이 전달되지는 않는다. 반면 좌우로 굽이치는 국도를 달릴 때도 좌우의 기울어짐이 적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지만, 좌우 흔들림인 롤의 제어는 스테빌라이저가 담당하기에 상하 움직임과는 다르다. 최근의 SUV들이 온로드에서의 주행성능을 높이느라 단단하게 하체를 다지는 것과 비교하면 승차감과 운동성 사이에서 적당한 줄타기를 잘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달리면서 느낀 운전자 보조 기능은 꽤 똑똑하다. 급하게 앞으로 끼어드는 차를 인식하고 차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약간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만,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방식이 매우 자연스럽다. 이런 기능은 운전자가 잠깐 한눈을 팔았을 때 사고를 줄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서울로 돌아오는 주말의 고속도로나 퇴근길 정체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이는 역할이 더 크다. 멋진 외관을 제외하더라도 성인 4명이 타기에도 넉넉한 공간과 제법 깊숙한 트렁크까지 뛰어난 실용성은 기본이다. 이쯤 되면 중고생 정도의 아이가 있는 집에서 출퇴근용 세단을 제외하고 가족용 SUV에 필요한 부분은 다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패밀리용 세컨드카로 SUV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차다.


plus point

안전’ 대명사 볼보의 다짐


볼보 XC60의 실내. / 볼보

볼보가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은 1980년대 광고를 통해서였다. 흔히 ‘세븐업 테스트’라는, 승용차 7대를 위로 쌓아 올려도 맨 아래 있는 차가 찌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부터다. 실제로 볼보는 1944년부터 탑승 공간을 보호하는 세이프티 케이지 구조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지금은 기본인 3점식 안전벨트도 1959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볼보를 타는 사람들 중에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하는 안전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는 것을 보면 볼보가 안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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