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우버와 같은 디지털·공유경제 기초통계를 2020년까지 보완하겠다고 했다. 사진 블룸버그
한국은행은 우버와 같은 디지털·공유경제 기초통계를 2020년까지 보완하겠다고 했다. 사진 블룸버그

GDP 사용설명서
다이앤 코일|부키
1만6000원|240쪽

한국은행은 2020년 새로운 디지털 상거래를 반영한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숙박 공유, 차량 공유와 같은 공유경제와 구글, 유튜브 등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 누락된 부문까지 모두 통계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처럼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숙소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GDP 통계에서 누락된다. 개인 간(P2P) 카풀 서비스도 관련 소득이 GDP 통계에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예비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공유경제 서비스 규모는 명목 GDP의 0.005%, 약 820억원 정도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다. 기술 발전으로 얻은 ‘이익’이 화폐 가치로 환산되지 않으면 이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구글로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생산성이 향상됐지만 그로 인해 얻은 이익은 통계에 빠져 있다. 화폐 가치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터넷상 정보 공유로 생긴 이익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15조7000억엔에 이른다. 일본 전체 GDP의 3%가 넘는 수준이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활동 중 계량화, 수치화가 어려운 항목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기능이 발전하면서 후생이 증가했지만 이를 계량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가나 GDP 갑자기 60% 급증

GDP는 나라 경제력을 판단하는 지표다. 나라의 경제 수준을 짐작할 때 GDP 규모를 보기도 한다. GDP가 이렇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 산출 방식에 따라 국가와 개인의 상황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통계청은 2006년 비공식 경제활동의 가치를 GDP 가치에 추가했다. 과세 범위 밖에 있던 장부 외 경제활동 가치까지 계산에 포함되면서 이 기간 그리스의 GDP가 약 25% 증가했다. 그 결과 그리스 정부는 차입액을 쉽게 늘릴 수 있었다. GDP는 국가 채무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기준 아프리카의 저소득국으로 분류되던 가나가 2010년 어느날 갑자기 중하위권 소득국이 됐다. 하루 만에 GDP가 무려 60% 급증한 것이다. 가나 국민의 생활은 그대로였지만 대외 소득 수준은 올라갔다. 이런 반전이 가능했던 것은 가나 통계청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지수 가중치를 실정에 맞게 변경하면서 실질 GDP도 불어났기 때문이다.

나라 경제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GDP의 개념, 역사, 논쟁거리 등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 재무부에서 일하기도 했던 맨체스터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다.


리서치 잘하는 법
애널리스트에게 배우는 리서치 교과서
다카쓰지 나루히코|노경아 옮김|한스미디어
1만3800원|236쪽

매일 쏟아지는 자료 중 필요한 부분을 골라내 가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데이터를 잘 정돈하기만 해도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정보를 만드는 방법을 알기는 어렵다. 시장 규모를 파악하고 트렌드를 조사해 신뢰할 만한 자료를 만드는 법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연간 200건 이상의 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통계 작성을 담당하기도 했다.

책은 조사할 때 알아야 하는 구조(Stru-cture), 통계(Statistics), 점유율(Share), 전략(Strategy) 등 4S부터 경제 통계 읽는 법, 시장 규모 파악하는 법, 환경·업계구조·재무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OO시장현황’ ‘OO산업보고서’와 같은 자료를 보라고도 조언한다. 자료를 조사할 때 참고하는 IDC, IHS, 유로모니터 등과 같은 출처의 특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특히 비상장 기업을 조사할 때는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평가정보’ 같은 신용 조사회사 자료를, 중소기업을 조사할 때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하라는 팁도 알려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궁금할 만한 자료 조사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다.


잠과 싸워온 저자가 잠을 탐구했다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마이클 맥거|임현경 옮김|현암사
1만5000원|304쪽

억지로 일어나 출근한 회사에서도 쏟아지는 잠을 견디기 어렵다면?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일화로 위안을 삼아볼 만하다. 잠을 좋아해 정오까지 침대에서 뒹굴곤 했던 데카르트는 어느 날 새벽 5시에 만나러 오겠다는 스웨덴 여왕의 고집에 몸살에 걸렸다고 한다. 위대한 철학자조차도 잠과 싸웠다는 일화는 흥미롭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반대로 잠이 없기로 유명했다. 밤 늦도록 실험을 하고 자정에 ‘점심’을 먹기도 했다. 그가 말한 천재가 되기 위한 조건인 ‘99%의 노력’은 잠들지 않으려는 노력이었을 수도 있다.

수면 장애를 앓아온 저자가 ‘잠’을 탐구한 책이다. 수면에 대한 과학적 접근뿐 아니라 디킨스, 아리스토텔레스, 호메로스, 에디슨, 나이팅게일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잠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흥미롭게 풀어냈다. 불면증과 기면증, 수면무호흡증부터 수면제 졸피뎀에 대해서까지도 이야기한다.

잠과 관련해서는 커피도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매일 커피를 마신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일찌감치 커피에 중독돼 매일 걸쭉하게 내린 커피를 60잔씩 마셨다고 한다.


뜨거운 모래 위에 세워진 LA
신기루 공장
개리 크리스트|크라운
27달러|402쪽

항구도 없이 사막과 산맥으로만 둘러싸였던 고립 도시 로스앤젤레스(LA)가 불과 100년 후 휘황찬란한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이 되기까지의 도시 역사를 그린 책이다. ‘LA의 환상, 상상 그리고 발명(illusion, imagination, and the invention of LA)’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인구 10만 명에 불과했던 농업 도시 LA가 어떻게 120만 명의 거대 도시가 됐을까. 저자는 1900년부터 1930년까지의 기간을 ‘격변의 30년’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부(富)를 찾아 흘러들어온 세 명의 인물이 지금의 도시 LA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도시에 필요한 거대한 수로를 독자 기술로 설계한 윌리엄 멀홀랜드, 다양한 연출법으로 영화를 미국 문화의 초석으로 만드는 데 공헌한 영화 감독 데이비드 그리피스, LA를 거점으로 기독교 복음 운동을 벌여 도시에 정체성을 부여한 에이메이 맥퍼슨이 그들이다.

저자는 도시 건설 계획을 세울 때 ‘루저(loser) 없는 도시’가 목표였고, ‘신분 상승이 유일한 목표이자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 믿는 백인 남성들의 이상적인 도시’를 꿈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