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온라인화의 핵심 요소로 인터넷, 데이터, 컴퓨팅 세 가지를 제시한다. 사진은 중국 선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승객들. 사진 블룸버그
책은 온라인화의 핵심 요소로 인터넷, 데이터, 컴퓨팅 세 가지를 제시한다. 사진은 중국 선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승객들. 사진 블룸버그

온라인-다음 혁명
왕젠|김락준 옮김|쌤앤파커스
1만6000원|304쪽

‘블록체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거론되면서 관련 내용을 다룬 신간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온라인-다음 혁명(원제 Being Online·온라인화)’이란 제목의 신간이 눈에 띈다. 이 책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 무한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왕젠(王堅) 알리바바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쓴 것이다. 왕젠은 중요하지만 너무 익숙한 ‘온라인’이라는 개념을 다시 끄집어낸다. 그는 온라인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알리바바·텐센트·샤오미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왕젠은 플랫폼의 미래를 온라인화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스카이프 사례를 든다. 화상통화 서비스인 스카이프를 설치하면 통화뿐 아니라 메신저처럼 누구에게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단, 온라인 상태일 때만 가능하다. 즉 내가 오프라인 상태에 있거나 상대방이 오프라인 상태에 있다면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낼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왕젠은 스카이프가 온라인 상태의 사용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통화할 때 마치 두 사람이 반드시 수화기를 들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계속 연결돼 있어야 진짜 ‘온라인’

1999년 중국 텐센트에서 내놓은 메신저 ‘QQ’도 처음에는 스카이프와 비슷하게 작동했다.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동료에게 파일을 보낼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고 QQ 아이콘을 클릭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이었다. 2011년 초 텐센트가 내놓은 모바일용 메신저 ‘위챗(微信)’은 아예 처음부터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없앴다. 굳이 ‘로그인’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24시간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열려 있는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데이터도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화되면서 더 큰 효용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도매상, 소매상, 병원 등이 이용할 수 없었던 약품의 바코드 데이터가 온라인화되면서 각 주체들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게 된 식이다. 왕젠은 온라인화의 핵심 요소로 이같이 인터넷과 데이터를 내세우는데, 이를 더 강력하게 해줄 요소로 컴퓨팅도 언급한다. 컴퓨팅은 무수한 컴퓨터가 바다처럼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 더미에서 관련 결과를 찾아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컴퓨팅 인프라가 전기 같은 공공 자원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작은 기업이 구글처럼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대기업에 준하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숙한 개념으로 재정리한 플랫폼의 미래 전략은 일독해 볼 만하다. 


막간의 시간에 주목하라
틈새 경제
이선 터시|문세원 옮김|KMAC
1만6000원|367쪽

구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집·직장·대중교통·공공장소 등에서 하루 150회가량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보낸다. 기업들은 스마트폰을 보는 자투리 시간을 수익을 올리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틈새 경제’로 정의하면서 일터·출퇴근길·대기실·거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틈새 경제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앰플리파이(Amplify)’라는 트위터용 디지털 광고 솔루션을 예로 든다. 사용자가 트위터 글(트윗)에 올라와 있는 영상물 콘텐츠를 클릭하면 광고 영상 1개가 약 5~6초간 먼저 나오는 식으로 운영된다. 애덤 베인 트위터 해외수입부문 대표는 “사용자들이 트위터에 연결돼 있으면서 동시에 광고주의 프로그램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즉 TV를 시청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만지며 멀티태스킹하는 모바일 세대를 겨냥해 프로그램에 대한 콘텐츠를 트위터에 공유하는 식으로 광고주와 트위터가 윈-윈하는 광고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자투리 시간에 소비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기업들이 어떻게 모바일 세대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용서보다 복수에 열광하는 이유
복수의 심리학
스티븐 파이먼|이재경 옮김|반니
1만4500원|240쪽

작게 무리 지어 유랑하던 선사시대 수렵·채집 집단들은 고기를 배분할 때 부정 행위를 하면 그를 따돌리거나 추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집단의 안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달랐다. 가령 살인이나 부녀자 납치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복 살인’으로 복수한 것이다. 저자는 복수가 자기 방어 기제로써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일차적인 욕구라고 주장한다. 

복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정치인들은 공공연하게 정적을 비난한다. 직장에서는 자신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거나 위협이 되는 사람에게 앙심을 갖고 ‘대갚음’하는 사례가 크고 작게 일어나고 있다. 얼굴을 맞대지 않은 소셜 미디어 속에서 이런 일들은 더 심화되는 추세다. 

저자는 복수가 해악(害惡)으로 치부되지만,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복수가 사회적 부정을 노출하고 바로잡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불평등한 억압 관계에서 중요한 저항의 경로가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복수의 근원부터 다양한 행태까지 마치 ‘복수의 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다. 


빅뱅부터 현재까지 138억 년의 거대사
오리진 스토리
데이비드 크리스천|리틀, 브라운 앤드 컴퍼니
30달러|368쪽

역사학자는 보통 중세, 조선시대사 등 특정 국가, 특정 기간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해당 시대를 살았던 인물·사료가 연구 대상이다. 저자의 의문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모든 역사를 연결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맥쿼리대 교수가 1989년 ‘빅히스토리(Big history)’, 한국어로는 ‘거대사(巨大史)’라는 개념을 처음 주창한 것은 이런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빅히스토리는 138억년 전 빅뱅(우주를 형성한 대폭발)부터 현재까지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거대한 이야기다. 물리학·화학·생물·천문학 등 과학의 토대 위에 역사가 융합해 우주와 지구, 생명체와 인류를 더 넓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크리스천 교수의 강의를 듣고 빅히스토리 교육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크리스천 교수의 신간인 ‘오리진 스토리’는 368쪽 속에 빅뱅의 순간과 빅뱅 이후의 우주 상태, 45억 년 전 태양계 생성 등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만 인간이 성취를 이룬 600년간의 역사가 담긴 40쪽에는 서구·남성 중심으로만 서술돼 있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