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바닥을 세워 쇼핑백 등을 걸어 둘 수 있는 볼보 XC40. 사진 볼보
트렁크 바닥을 세워 쇼핑백 등을 걸어 둘 수 있는 볼보 XC40. 사진 볼보

10년 된 내 차에는 그 흔한 블루투스 기능도 없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라디오나 CD를 켜거나, 음악을 잔뜩 담은 USB를 꽂아야 한다. 셋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라디오다. CD는 한 장에 열곡 남짓밖에 들어 있지 않아 바꿔주지 않으면 같은 곡을 무한 반복해 들어야 하는 괴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고, USB는 매번 새로운 음악을 넣어두는 게 귀찮아서다. 그런데 라디오는 가끔 DJ와 게스트가 시답잖은 말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리는 게 거슬릴 때가 있다. 그냥 음악만 주야장천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 보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자동차 옵션은 블루투스다.

매달 새로운 차를 시승하면서 느끼는 건 요즘 차엔 정말 신기한 옵션이 많다는 거다. 지난 5월 볼보 XC40을 시승하다 세워서 고정할 수 있는 트렁크 바닥을 보고 마음을 뺏겼다. 솔직히 대단히 새로운 옵션은 아니다. 볼보는 V90 크로스컨트리에도 비슷한 옵션을 장착했다. 트렁크 바닥을 직각으로 세울 수 있는데 여기에 고무 밴드를 달아 쇼핑백 등이 움직이지 않도록 배려한 거다. XC40은 여기서 조금 더 고민했다. 

트렁크 바닥을 단순히 직각으로 들어 올리는 게 아니라 반을 접어 세우고 그 위에 쇼핑백 고리를 달았다. 쇼핑백 고리에 친절하게 쇼핑백 모양 아이콘을 그려 넣는 센스도 발휘했다. 바닥을 들어 올리는 손잡이는 우레탄으로 만들었는데 클래식한 여행용 가방에 달린 손잡이 같은 분위기를 낸다. 여자들은 사소한 디테일에 마음을 잘 뺏기는 법이다. 나는 감히 XC40의 필살기가 바로 이 트렁크 바닥이라고 말하고 싶다.

폴크스바겐 티구안에도 내 마음을 뺏은 옵션이 있다. 앞 시트 등받이에 달린 트레이다. 시트 등받이에 트레이가 달린 차는 꽤 있다. 시트로엥 C4 그랜드피카소에도 트레이가 달려 있다. 하지만 티구안의 트레이는 조금 더 특별하다. 아래로 각도를 조절해 고정할 수 있다는 거다. 트레이를 완전히 펴면 등받이와 직각으로 만나 자잘한 물건이나 도시락 등을 올려두기에 적당하다. 한 단계나 두 단계 아래로 내리면 태블릿이나 책을 볼 수 있는 최적의 각도가 된다. 처음엔 ‘트레이를 굳이 아래로 내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유를 알고 나니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이 트레이에는 또 하나 비밀무기가 있다. 왼쪽에 컵을 꽂을 수 있는 컵홀더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컵 모양 아이콘 아래를 왼쪽으로 당기면 컵홀더가 나타난다. 작은 것까지 꽤나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뚝 떼어 내 차에 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혼다 신형 오딧세이에 있는 내장형 진공청소기. 사진 혼다
혼다 신형 오딧세이에 있는 내장형 진공청소기. 사진 혼다

혼다의 신형 오딧세이는 옵션의 보물창고다. 그만큼 새로운 편의장비가 풍성하다. 매직 슬라이드 2열 시트는 시트를 양옆으로 밀 수 있어 편하고, 캐빈워치는 대시보드 모니터에서 뒷자리에 앉은 승객을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 모니터에 있는 ‘캐빈토크’를 누르면 3열에 있는 스피커로 앞자리에서 하는 말이 고스란히 들린다.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에게 목이 쉬어라 호통을 치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옵션은 내장형 진공청소기다. 트렁크 안쪽 덮개를 열면 기다란 호스와 손바닥만 한 흡입구가 나타나는데 흡입구를 호스에 연결한 다음 전원을 켜면 ‘위이이잉’ 소리가 나면서 작동한다. 자동차에 있는 ‘진공청소기가 얼마나 쓸모 있겠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흡입력이 제법 세 흙이나 먼지를 꽤 잘 빨아들인다. 호스도 길어 2열은 물론 1열까지도 청소할 수 있다. 옆 차도 청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쓰지 않을 땐 트렁크 안쪽에 다시 넣어두면 되니 보관하기도 쉽다.


기술 발달로 편의장치 다양해져

오래된 우리 아파트는 주차 구획이 빠듯한 편이다. 국산 중형세단 석 대를 정확히 가운데 주차해도 문을 벌컥 열면 ‘문콕’ 테러를 면하기 어렵다. 이런 주차장에 몇 달 전부터 포드 익스플로러가 나타났다. 주차 구획에 꽉 차게 댄 익스플로러 때문에 게걸음으로 도어까지 가거나 몸을 잔뜩 구기고 조수석 쪽으로 넘어가 내리는 일도 많아졌다. 

BMW 5시리즈라면 이런 상황에도 우아하게 타고 내릴 수 있을까? 5시리즈에는 리모트컨트롤 파킹 기능이 있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다음 디스플레이 키 옆구리에 달린 원격주차 버튼을 꾹 누르면 차가 스스로 시동을 걸어 주차할 준비를 한다. 디스플레이 키에는 화살표가 뜨는데 앞으로 향한 화살표를 누르면 앞으로, 뒤로 향한 화살표를 누르면 뒤로 차가 움직인다. RC카처럼 차가 움직이는 거다. 주차를 마치면 기특하게도 스스로 시동을 끄기까지 한다. 안타까운 건 앞으로든 뒤로든 똑바로 가는 것밖에 안 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주차 공간에 정확히 차를 세우려면 그 앞에 정확히 차를 대놔야 한다. 그래도 우아하게 타고 내리는 건 가능하겠다.

마지막으로 탐나는 옵션은 주차할 때마다 나를 괴롭힌 그 익스플로러에 있는 안전벨트 에어백이다. 익스플로러 2열에는 에어백을 품은 안전벨트가 달렸다. 포드는 200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에어백을 내장한 안전벨트를 선보였다. 평소엔 보통 안전벨트와 똑같지만 충돌사고가 났을 땐 안쪽에 들어 있는 에어백이 부풀어 승객을 보호한다. 포드는 2011년 익스플로러 뒷자리에 처음으로 이 안전벨트를 달았다. 신형 익스플로러 뒷자리(단 2열에만 있다)에도 이 안전벨트가 달려 있다. 보통 안전벨트처럼 납작하지 않고 통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참고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몇몇 모델에도 ‘벨트백(Beltbag)’이란 이름의 안전벨트 에어백이 달려 있다. 이름이 뭐든 뒷자리 승객을 훨씬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든든하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에 달리는 장비가 훨씬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새 차를 탈 때마다 뚝 떼어 내 차에 달고 싶은 옵션이 한 아름이다. 아아, 이 모두를 다 넣은 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퍼스널 향수처럼 원하는 것만 쏙쏙 골라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서인수
모터트렌드 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