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연례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코카콜라를 들고 주주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워런 버핏이 연례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코카콜라를 들고 주주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버핏클럽1
김철광 외 14인|북돋움
2만원|264쪽

“원안대로 승인해도 되겠습니까?”

“동의합니다.”

“다른 의견 없으시면 의안이 원안대로 승인됐음을 선포합니다.”

각본처럼 짜인 주주총회. 의장이 의안을 제시하면 자리를 가득 채운 우호 주주들이 동의하고 의장은 의사봉 몇 번을 두드리며 주주총회가 끝이 난다. 각본처럼 짜인 재미 없는 한국 주주총회의 현주소다.

5월 4일(현지시각)부터 사흘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투자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는 달랐다. “보유 현금이 1500억달러 이상이고 인수할 기업이 없다면 배당을 지급하실 생각인가요?” “포트폴리오 규모가 10억달러에 불과해도 신흥 시장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여든여덟 살의 고령에도 무려 여섯 시간 동안 무대를 지키며 주주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은 이처럼 오랜 시간 충분히 이뤄지는 투자자와의 질의응답이 있어 ‘주주 자본주의의 축제’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뿐만 아니라 주주들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들이 차린 부스에 들러 시즈캔디(버크셔 해서웨이가 인수한 사탕 회사)부터 기념 티셔츠까지 다양한 제품을 쇼핑할 수 있다. 마지막 날에는 5km 마라톤에도 참석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인 4만여 명의 주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다.


여섯 시간 주주와 질의응답하는 버핏

최근 출간된 ‘버핏클럽1’은 매년 5월 축제처럼 열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세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이기원 마이다스에셋 펀드매니저와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가 참관기로 주총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하고, 투자 전문 번역가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나온 주요 질문과 이에 대한 버핏의 혜안을 정리했다.

주주총회 질의응답을 정리한 페이지는 꼭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글로벌 경제·산업 이슈에 대한 버핏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유용하다. 최근 암호화폐 열풍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에 관한 그의 관점도 엿볼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여러 필자가 주제를 나눠 집필한 잡지처럼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다소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2017년 버핏이 투자자에게 쓴 주주서한 정밀 분석과 같이 매우 의미 있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독자에 따라 별로 도움되지 않을 만한 ‘버핏 따라 투자하기’ 같은 주관적인 투자 기법 소개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참관기 중에서도 ‘영어를 못해서 주총 질의응답을 상당 부분 이해하지 못했다’는 내용은 옥에 티였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머니
롭 무어|이진원 옮김| 다산북스
1만7000원|368쪽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돈 많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면 부자가 되는 건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도 파다하다.

‘머니’의 저자 롭 무어는 부자 부모가 없더라도, 현재와 젊음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기업인 프로그레시브 프로퍼티(Progressive Property)를 포함한 8개의 사업체를 운영 중인 저자도 처음부터 삶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고, 심지어 알코올 중독자로 몇 년을 허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바닥부터 시작해 백만장자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년. 저자가 공개한 노하우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감정을 지배해야 돈을 지배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성급함, 일시적 만족감, 손실에 대한 강한 두려움 등이 부를 창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면서 이런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 조절 전략으로 왜 특정 감정이 지속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자문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팁을 제시하기도 한다.


덴마크에 점심시간이 없는 이유
상상 속의 덴마크
에밀 라우센·이세아|틈새책방
1만6000원|268쪽

‘오늘은 뭘 먹을까요?’ ‘어디로 갈까요?’

한국 생활 14년 차인 덴마크인인 저자의 눈에 가장 이색적인 풍경은 한국의 점심시간이었다. 덴마크에서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대신 집에서 호밀빵 도시락을 준비해 일을 하며 먹는다. 

복지가 잘돼 있기로 유명한 덴마크 회사에서 점심시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시 퇴근, 한국인의 시각에선 ‘이른 퇴근’을 위해서다. 덴마크 사람들은 주당 37시간을 일한다. 주 5일, 하루에 7시간 30분씩 일하는 셈이다. 덴마크에서 출근 시간은 보통 오전 8시쯤인데 이때부터 점심시간 없이 7시간 30분을 일하면 대략 오후 3시 30분 정도가 된다. 점심을 먹는 데 1시간을 쓰면 그만큼 퇴근 시간이 늦춰진다. 근사한 점심 대신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겠다는 게 보편적인 생각이다. 덴마크인들은 저녁 식사 후 가족들끼리 ‘휘게(hygge)’ 시간을 보낸다. 덴마크 말로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를 뜻하는 휘게는 거실 소파에 모여 따뜻한 차나 와인을 마시며 각자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코앞에 둔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유료 회원 수익모델에 주목하라
서브스크라이브드(Subscribed)
티엔 쭈오|포트폴리오
27달러|256쪽

세계 최대 동영상 업체인 넷플릭스, 미국의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 세일즈포스,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기업인 스포티파이의 공통점은 유료 회원을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수익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회사들은 S&P 500 상장사와 비교해 무려 9배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사가 회원제를 통해 고객에 대해 보다 세밀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유료 회원 모델 관리 플랫폼 ‘주오라(Zuora)’의 최고경영자인 저자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판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객을 유료 회원으로 만들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도 어도비 등의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핵심은 고객과 일대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회계 업무부터 IT 인프라 등 상당 부분을 혁신하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학문적인 연구가 아니라 실제 기업들의 수익 모델 전환을 돕는 일을 해 온 저자의 책은 실용서로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